단통법 자체의 의도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과도한 보조금에 쏠리던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을 요금과 서비스, 장기 가입 혜택 등으로 돌리라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의도 자체는 강력한 요금 제어를 위한 법안인 셈이다. 1년에 보조금으로 쓰이는 돈이 수조원이니 그 돈을 단말기 대신 요금제로 바꾸면 좋겠다는 의지나 방향성은 맞다. 하지만 법안 자체가 치밀하지 못하다. 법보다는 정치권의 으름장이 더 잘 먹히는 법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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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되돌아보는 단통법의 목적 ‘요금인하’

단통법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단말기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단말기에 쏠리던 보조금이 싹 사라졌기 때문이다. 통신사들도 정부가 보조금을 줄이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이제는 구체적인 처벌까지 잡혔으니 일단 단말기 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신제품의 경우 1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보조금을 법적으로 30만원까지 쓸 수 있는데 통신사들이 외려 낮춰 잡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몇몇 서비스들이 나오긴 했지만 직접적인 요금 할인 효과가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당연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말기가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여전히 약정 할인 등의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덥석 백만원짜리 할부금, 즉 빚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단말기 값은 ‘출고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난 몇 년간의 ‘학습효과’가 낳은 불안감이다.

그 불똥은 정치권으로 튀었다. 미래부로, 방통위로 튄다. 정치권은 다시 통신사와 제조사로 화살을 돌린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주지 말라고 해서 안 줬는데 다시 보조금을 안 주냐는 타박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법을 따르면 혜택이 줄어드니 정치권의 압력이 더해져야 어느 정도 작동하는 법이 됐다. 결국 통신 3사의 대표들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더니 10월24일 갑자기 보조금이 올라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모두에게 고르게 보조금을 주다 보니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조금은 작아졌고, 오히려 보조금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신사의 엄살일 수도 있지만 아직 보조금의 자세한 정체는 파악하기 어려우니 그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자.

그래서 요금은 내렸나

하지만 단통법으로 요금이 내렸냐. 직접적인 요금 인하 효과는 아직까지 없다. 사실 이상할 정도로 통신 3사가 조용하다. 단말기 보조금으로 인해 과징금을 물거나 영업 정지가 발효될 때마다 꽤나 파격적인 요금제나 서비스가 나왔던 것에 비해 단통법이 시행되자 통신사들은 일단 문을 확실히 걸어잠갔다.

영업정지는 가입자를 빼앗길 수 있지만 단통법은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면서 번호 이동의 가장 큰 이유가 꺾였기 때문에 누가 먼저 나서서 혜택을 꺼내 놓을 이유가 별로 없다. 일단은 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꼽혔던 단말기 보조금과 그에 따른 불필요한 휴대폰 교체가 사라지기는 했다.

이 단통법은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법안이다. 보조금을 줄여 통신사들의 수익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파악해야 그만큼 통신 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낙수효과’식 정책이다. 통신사가 배를 불려야 요금 인하라는 떡고물이 떨어지는 구조다.

그런데 낙수효과식의 정책들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그 효과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줄여 실적이 나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적어도 한 분기를 기다려야 한다. 혹여 나아졌다고 해도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안 내리면 그만이다. 보조금을 많이 주면 처벌을 받아도, 요금을 안 내리면 손해볼 게 없다. 통신사들은 공기업도 아니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사업하는 주식회사인데 이윤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도 정치권의 움직임이 따라야 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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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차별 ‘호갱님’은 여전한데?

그런데 10월24일 대대적인 보조금 변경이 있었다. 거의 보조금을 한도까지 다 끌어올렸다. 이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오랫만의 호황을 기대하는 통신사들의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보조금이 더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보조금이 급박하게 바뀌다보니 당장 스마트폰을 어제 구입한 사람과 오늘 구입한 사람 사이에 큰 가격차가 생겼다. 애초 단통법이 잡으려던, 전국 어디에서나, 언제 구입해도 같은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너진 것이다. 그렇다고 통신사가 잘못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통신사들은 한번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면 1주일간 바꿀 수 없다. 그 1주일이 지난 뒤에 절차에 따라 보조금 규모를 바꾼 것일 뿐이다. 어떤 이유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단말기 부담을 낮추라는 정부의 압력과 아이폰이 나오는 데에 따른 제조사 장려금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단통법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다.

분리 공시가 시행되면 단말기 가격이나 요금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그것도 확신하기 어렵다. 적어도 지금 와서는 분리 공시가 큰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공시가 분리되면 전체 보조금 중에서 통신사가 부담한 게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정도다.

판매점 고통도 심각

그 동안 통신사는 실제 보조금으로 얼마를 집행했을까. 그것 또한 뚜렷하지 않다. 보조금의 적지 않은 부분을 제조사가 부담하고 있었을 수 있다. 팬택의 박창진 부사장은 단통법이 논의될 때 “중소 제조사로서 통신사 정책에 따라 대기업과 판매 장려금으로 경쟁하는 것이 벅차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른바 대란 때 터졌던 70~80만원대 보조금의 상당수는 통신사가 아니라 제조사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정보가 공개되면 일부 제조사는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통신사가 실제 집행한 보조금은 이전이나 지금, 또 앞으로도 별로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통신사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도 않고, 그만큼 요금이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 그렇게 되면 단통법은 애초의 목적을 잃게 되면서 단말기 가격만 높인 꼴이 될 우려가 있다. 문제는 통신사가 그 동안 실제 보조금을 얼마나 썼는지, 단말기 제조사가 장려금을 얼마나 썼는지 확실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으로 도돌이표를 그린다.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면서 눈만 돌리면 서너개씩 보이던 휴대폰 판매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한 판매점 점주는 “십수년 동안 휴대폰을 팔아왔는데 요즘같은 상황은 없었다”며 “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손해가 더 커지기 전에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의 단통법은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요금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법안은 통신사부터 제조사도, 소비자도, 판매점도 웃을 수 없다. 자칫 시장만 헤집어 놓고, 단말기 가격만 끌어올린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저 우려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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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