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단통법 이야기입니다. 이제 갓 한 달이 된 이 법의 갈 길은 너무나도 멀어 보입니다. 초반에는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부담이 문제가 됐고, 이게 가라앉으려고 하던 차에 ‘아이폰6’ 대란이 터졌습니다. 그 사이에 이 법을 뜯어고치자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벌써 몇몇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하거나 국회에 상정했습니다. 이 개정안들의 공통점을 꼽아보면 ▲보조금 분리공시 ▲보조금 상한선 폐지 ▲요금 인가제 폐지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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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금 인가제 폐지부터 살펴볼까요. 요금 인가제는 단통법과 별개로 꽤 오랫동안 논의됐던 규제입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무선 서비스, KT의 유선 서비스는 요금제에 손을 대려면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단통법과 무슨 관계일까요? LG유플러스는 “실질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 속내야 어찌됐든 실제로도 단통법과 인가제는 별 관련이 없어보입니다. 이 통신사들은 요금을 내릴 때는 허가받을 필요가 없고 신고만 하면 됩니다. 허가는 요금을 올리거나 새로운 형태의 요금제가 나올 때 뿐입니다. 허가받지 못해서 요금을 못 내리는 건 아니니 이는 직접적으로 연결고리를 꿰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분리공시와 보조금 상한선 폐지입니다. 보조금은 통신사가 내는 것과 제조사가 내는 것으로 나뉘는데, 분리공시는 그 보조금을 누가 얼마나 부담한 것인지를 구분해서 알리라는 겁니다. 애초에는 단통법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조항입니다.

처음에는 이 조항이 단통법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실제로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파악했다가 이를 통해 통신사 마케팅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로 연결해 결국 요금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인데, 이 조항은 단통법의 표면적 취지인 ‘건전한 단말기 유통 문화’를 세우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사실상 요금 인하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인가를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요금인하가 성립되려면 단통법으로 인해 보조금 규모가 줄었다고 연결이 되어야 하고, 그 비용이 다른 데로 새지 않도록 해서 요금 인하로 이끌어야 하는데 이게 과연 쉬운 일일까요.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고 통신사들이 제대로 따라줄지도 의문입니다. 또한 이 효과를 끌어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합니다.

보조금 상한 철폐안도 나왔습니다. 이건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줄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선을 없애자는 겁니다. 애초 미래부가 단통법의 기본 목적으로 삼았던 것이 보조금으로 새는 돈을 막아 요금 인하로 연결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조금을 상한선을 없애면 결국 다시 단통법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

대신 보조금의 규모는 일주일 간격으로만 바꿀 수 있으니 특정 기간에 특정 기기에 대해 보조금을 많이 주려고 한다면 그 기간에는 똑같이 주어야 하니 차별은 줄일 수 있겠군요.

단통법이 안타까운 것은 과연 애초의 의도가 무엇이었냐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호갱님’이 되는 것을 막고, 단말기를 어디에서나 안심하고 살 수 있으면서 결국 통신 요금을 내릴 수 있다는 기대로 시작했던 단통법입니다. 그런데 시행 이후 꾸준히 나온 단말기 값 부담과 뒤이어 터진 아이폰 대란까지, 결국 요금은 커녕 이 법 역시 보조금에만 매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됩니다.

개정안이 검토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미래부는 이 법안의 효과에 대해서 단기간에 파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대란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절도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해도 인류 역사상 절도가 법 때문에 사라진 적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파악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이번 대란을 준비했어야 했고 법을 어기면 엄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른바 ‘시범케이스’로 쓸 수도 있었을 겁니다.

국회도 단통법만 만들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너무 쉽게 본 것 아닌가 싶습니다. 단통법이 치밀하게 짜여져 있지 않다는 것은 계속해서 지적됐던 문제입니다. 사실상 법보다는 통신 업계를 향한 엄포였고, 통신사들이 이를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전제에서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했던 것이지요. 법의 부작용 우려는 입법 상정 전부터 계속해서 지적됐었던 부분입니다. 국회에서는 시행 전에 법률안을 좀 더 상세하게 검토하고 확신이 섰다면 강하게 밀어부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자존심을 꺾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불과 한 달만에 뜯어고쳐야 할 신념이라니 안타깝습니다.

이쯤해서 되돌아봅시다. 단통법의 취지가 무엇이었나요. 보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말이니까 쉽게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보조금을 잡으면 요금이 잡힐까요? 저는 이쯤 되니 요금을 강제로 잡으면 보조금이 잡힐 것 같습니다. 그게 시장 경제에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요? 글쎄요. 그게 제가 단통법에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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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