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논란이 됐던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슈는 하루하루가 뜨겁습니다. <블로터>와 ‘KBS 차정인의 티타임’이 함께 하는 테크쑤다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 단통법입니다. 세 사람이 모여서 가볍게 혹은 무겁게 이 법안에 대해 훑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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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이 뭐길래 난리일까요? 일단 법안의 1조에 쓰인 의미부터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통법 제1조(목표) : 이 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여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유통이든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통신요금을 비롯해 휴대폰의 유통 구조는 정작 그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들도 골치가 아프다고 할 정도로 배배 꼬여 있습니다. 이 단통법이 나온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말기를 둘러싼 유통의 잡음이 결과적으로 이용자간 차별을 만들어내고, 스마트폰을 사면서도 항상 찜찜한 기분이 남습니다. 더 나아가서 정부는 왜곡된 단말기 유통구조가 통신사의 요금 인하 여력을 낮추는 요소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안은 일단 시장을 왜곡하는 주된 요인으로 정부가 늘 지목했던 보조금에 대해 강제성을 띄우는 데서 시작합니다. 보조금에는 상한선을 정하고 판매점들이 이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합니다. 시장 과열을 잠재우고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많이 쓰지 않게 되면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서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 법안 그 자체에 쓰여 있지 않지만 단통법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의도 그 자체를 지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장이 혼탁하고, 늘 불안감에 단말기를 구입하는 게 달가운 이는 별로 없을 겁니다. 스마트폰을 한번 사서 최소 2년씩 쓰는 분들에게는 통신사가 단말기 가격 깎아주는 것보다 요금이나 더 깎아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법안의 순작용보다는 부작용이 먼저 터져 나왔습니다. 규제의 방법이 지적되고, 급기야는 규제 자체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벌써 개정안이 알려진 것만 3가지가 국회에 상정 혹은 상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이미 사회적으로는 법안 자체가 거의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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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 소비 심리를 가장 강하게 자극한 것은 지금 당장의 단말기 가격입니다. 예전에는 음성적으로라도 싼 단말기가 나왔습니다. 이를 막으니 갑자기 단말기값이 원래 정해진 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못합니다. 일부 소비자들만 싸게 사는 게 문제였는데, 이제는 모두가 비싸게 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마저도 7~8만원정도의 요금제면 27만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통신사들은 단통법 이후 모든 가입자에게 비례적으로 할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아예 그 기준을 11~12만원으로 높였습니다. 월 12만원 요금제를 쓸 때 단말기 값을 20만원을 할인해준다면, 보통 가입자들이 많이 쓰는 4~6만원대 요금제라면 7~10만원 정도를 받게 됩니다.

이마저도 신규 단말기들은 보조금 폭이 최대 10만원 정도로 잡히면서 거의 기기에 대한 할인을 못 받는 현상도 벌어집니다. 정부가 단말기 값을 오르게 했다는 비난이 나온 이유입니다. 소비자 뿐 아니라 업계도 골칫거리입니다. 통신사들은 약정에 대한 요금 할인을 해주면서도 단말기를 비싸게 판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제조사들도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판매점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법안의 긍정적인 효과는 언제, 누가 보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도 보조금이 강하게 제한되면 그에 맞는 요금체계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봤습니다. 한 달 정도 되니 이제는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하지만 ‘아이폰6’가 출시된 주 주말, 다시 대란이 터졌습니다. 이 대란은 꽤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법이 아무리 규제를 한다고 해도 보조금을 막아내지도 못했고, 잔뜩 몸이 달아 오른 통신사들은 제조사 보조금이 한 푼도 없는 아이폰에 순수하게 스스로의 보조금만 실어서 대란을 만들었습니다.

비난은 다시 법 그 자체로 올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물론 법안이 자리잡으려는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몇몇 단말기는 출고가를 내리기도 했고, KT는 ‘순액요금제’라는 이름으로 요금 인하를 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요금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 있고, 단말기 구매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부분 때문에 보조금을 손보는 개정안들이 발의되면서 이 법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가 흐릿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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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하게 법안을 만들고, 강제성을 더 부여했다면 확실한 효과가 났을텐데, 지금으로서는 요금인하가 목적인지, 보조금을 못 주게 하는 것이 목적인지,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지 헷갈립니다. 목적이 흔들려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법안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국회에도 왜 진작에 법안에 대해 상세하게 검토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차라리 시장에게 맞기자는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 논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자체는 늘 여러 이해관계와 사회적 장치들이 얽히면서 답을 찾아 왔습니다. 이를 규제로 손대려면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간단한 장치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통신 시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법안만으로는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이어질 겁니다.

한 가지 정부와 국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단말기 구입 비용도 통신비용으로 인정하고 함께 큰 맥락을 읽어달라는 겁니다. 그간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된 정책 기조 아래로 흐르는 가장 큰 오류는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서는 단말기를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일텐데,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입 비용을 통신 요금의 가장 큰 장애물로 생각합니다. 결국 기기값도 내가 내야 하는 것입니다. 단말기 깎아주지 말고 요금 깎았으니 통신비용이 줄었다고 판단한다면 결국 단말기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냥 통신사에서 스마트폰 유통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거나, 요금 청구에서 통신비와 단말기 값을 떼어내서 고지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습니다. 결국 풍선효과처럼 우리가 통신사에 내는 전체 비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단통법 개정안이 만들어진다면 그런 관점에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통법은 생각할수록 어렵고 복잡한 녀석입니다. 그 해법도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겁니다. 시장이 조금 더 판단하고 적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맡길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모든 것은 탄탄한 사회적 신뢰에서 시작할진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지금 단통법이 그 정부와 업계 그리고 소비자 사이에 있는 불신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