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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처로 돈 버시려고? 먼저 기능에 집중하세요”

2014.11.27

‘스마트폰 바탕화면을 가져라.’

모든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의 공통적인 목표일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바탕 화면과 아이콘 등 외모를 꾸미는 런처는 이용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앱 분야다. 다른 한편으로 업체들엔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사업적으로 잘 된 런처는 뭐가 있을까? ‘고런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고런처를 만든 회사가 숭이모바일이라는 중국 기업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숭이모바일의 아이화 황 CTO가 ‘스타트업 네이션즈 서밋’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아이화 황과 만나 고런처와 중국 모바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런처는 가장 성공한 런처다. 어쩌면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하 런처라고 볼 수도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국내 네이버나 카카오톡도 런처에 속 시원하게 성공하지 못했다. 고런처의 성공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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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화 황은 원론적이지만 현설적인 이야기를 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마케팅에 따로 투자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저절로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세계 시장에 고런처가 퍼졌다. 너무 원론적이긴 하다. 그런데 기본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는 모바일만 했습니다. 딱 하나 뿐입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폰을 제어하고,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런처가 비즈니스적으로 서비스를 넣기 위해서 런처를 만들어 왔습니다. 고런처는 화면을 예쁘게 꾸미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꾸미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루팅하지 않아도 테마처럼 간단하게 화면을 바꾸고 꾸미는 것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그것에 계속해서 집중합니다.”

돌아보면 ‘페이스북 홈’은 앱 실행보다도 페이스북 화면을 안드로이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이 페이스북이니 그걸 맨 앞에 내놓으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이용자들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꺼내놓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카카오 런처’도 쓴맛을 봤다. 서비스 제공 업체는 런처를 갖고 싶어했고, 런처 업체들은 서비스를 올리는 플랫폼이 되고자 급하게 덤볐다.

고런처는 본질에 충실했고, 그 시기가 좋았다. 이제는 고런처가 플랫폼 역할을 해도 이용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됐다. 그렇다. 고런처는 이제 플랫폼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다. 고런처가 깔리면 어떤 안드로이드폰이든 똑같은 이용 환경을 갖게 된다. 앱스토어를 확장할 계획은 없을까?

“현재 고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앱들은 플레이스토어나 각 국가의 스토어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 스토어는 급하게 갈 생각은 없지만 중요한 맞춤 서비스입니다. 많은 앱보다도 이용 패턴을 분석해서 각 이용자들에게 개인화가 잘 되도록 큐레이션해주는 앱 장터입니다.”

고런처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외부 개발자들이 런처 내부에 접목할 수 있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하고 있고, 개발도구도 무료로 배포한다. 당연히 관련 앱이나 스킨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나누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화 황은 앞으로 런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정보도 서드파티 개발사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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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정보를 수집할까? 생각처럼 많은 정보를 수집하진 않는다고 한다. 이미 고런처는 지난해 키보드와 SMS 앱을 통해 정보를 유출하는 것 아니냐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는데 아이화 황 개인 정보에 대한 정책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락처나 계좌정보 같은 개인 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이용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떤 종류의 앱을 내려받고, 얼마나 오랫동안 쓰고 있는지, 언제 지우는지 정도를 익명으로 수집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용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높은 가치의 정보입니다.”

결국 이용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비슷한 이용 데이터 분석도 미국 기업이 하면 분석이고 중국 기업이 하면 해킹으로 오해받는 게 현실이다. 숭이모바일은 기업으로서 신뢰를 쌓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숭이모바일은 지난 5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iHQ와 합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걸까?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협업하기로 한 것은 연예인을 콘텐츠 자원으로 이용해 마케팅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런처 아이콘이나 바탕화면, 테마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게 목적입니다.”

iHQ와 만든 콘텐츠를 해외에 내보낼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만든 것을 국내로 들여올 수도 있다. 아직은 테마 위주로 운영되지만 숭이모바일은 향후 직접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 플랫폼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숭이모바일은 중국회사로 비춰지지만 사업의 방향은 글로벌 기업이다. 현재 숭이모바일은 4억명의 이용자가 내려받았고, 실제 쓰는 이용자가 1억명이 넘는다. 중국 외의 이용자가 70%고, 매출도 중국 외에서 80%가 나오고 있다.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중국 기업들은 또 중국 밖으로 나오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중국 안으로, 또 밖으로 움직이려고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그런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자체가 한국,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많이 쓰다보니 글로벌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시장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세계의 모든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그 경쟁력을 갖고 2차 시장을 노리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화 황을 만나면서 런처와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제 모바일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게 모바일이다. 특히 런처는 하드웨어 장벽 없이도 콘텐츠 플랫폼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일 뿐 아니라,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록인(lock in)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런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했나 돌아본다. 서비스 업체들이 열매만 바라봤던 게 결국 런처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런처의 기능이 제한적이었던 초기 시장에 뛰어든 시기와 그 운이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 서비스 본질에 얼마나 다가서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은 한번에 나오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