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한 글자 차이, 기술자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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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배달되는 따끈한 종이 신문을 펼쳐 보던 때에서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된지 오래다. 뉴스가 온라인에 올라타면서 필연적으로 뉴스 생산에서 기술은 중요해졌다. 하지만 언론은 기술을 저널리즘과 따로 떼어 생각하거나 외주를 줘 도움을 받는 존재로 생각한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보고자 12월3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디지털+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렸다. 자리는 <블로터>와 구글코리아가 마련했다.

“우라까이 로봇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스타크래프트’가 좋아 개발자가 됐다는 이재우 개발자는 기사 쓰는 로봇 ‘테크봇’을 만들었다. 테크봇은 기사를 자동으로 쓰고 발행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테크홀릭>에 한 주간의 인기기사를 추려주는 ‘위클리 초이스’ 코너를 알아서 작성하고 게재하고 있다. 테크봇이 기사를 모으는 조건은 간단하다. 조회수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공유 수치다. 이렇게 모은 기사들은 PDF로 변환해 타임라인 등을 생성한 뒤 기사로 내보낸다. 발행 시간을 맞춰 놓으면 자동으로 공개된다.

△ 이재우 개발자 (사진 : 안상욱)

△ 이재우 개발자 (사진 : 안상욱)

테크봇은 기자들이 많이 쓰는 ‘역피라미드’와 같은 방식들을 분석해 단어 등에 빈칸을 뚫어두고 새 데이터를 분석해 테크봇이 채우는 식이다. 이재우 개발자는 “글을 잘 쓰는 기자의 형식을 빌려서 적용했다”라고 말했다. 테크봇이 뚫려 있는 빈칸에 채우는 단어는 ‘생활코딩’에 올라와 있는 ’워드 카운터‘를 활용해 많이 겹치는 단어를 고른다. 그 단어들이 빈칸에 끼워넣어지고 기사가 완성된다. 테크봇은 0.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기사 1건을 작성한다.

△ 기자가 썼을까요? 로봇이 썼을까요?

△ 기자가 썼을까요? 로봇이 썼을까요? (기사 전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재우 개발자는 ‘우라까이봇’이라 불리는 기사 쓰는 로봇도 개발한 적이 있다. ‘우라까이’란 남의 기사를 베껴 쓰는 행위를 일컫는 언론계 은어다. ‘우라까이봇’을 만드는 것도 간단했다. 기사 형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형식에 포털에 올라온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네티즌 반응을 수집해 끼워넣는 건 어렵지 않다. 보도자료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개발자는 ‘우라까이로봇’이 쓸모없다고 봤다. 그는 “이미 (이런 기사들이) 넘쳐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지적했다.

“우선 우라까이 기사를 다 모아본 후 어느 위치에 뭐가 들어가는 지 파악하고 빈칸을 다 뚫어버립니다. 그리고 포털에서 인기 키워드를 긁어와 대충 채워 넣습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네티즌들은~“으로 시작하고 SNS에서 많이 나오는 말을 가져오면 됩니다.”(이재우)

그래서 로봇은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재우 개발자는 “로봇이 우리 삶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종의 성장통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데이터 분석과 같은 시간이 걸리고 귀찮은 일을 로봇에게 넘기면 된다는 게 이재우 개발자의 생각이다. 웹개발자인 그는 웹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많은 기사와 영상을 링크 걸어 소개하며 “이런 다양성을 다 무시하고 로봇 하나로 대체하면 그 웹이 재미있을지 그 웹은 누가 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충격! 해커가 저널리즘에 기여를? 알고보니

이준행 개발자는 ‘충격 고로케‘와 ‘일간워스트‘, ‘인디스트릿‘ 등을 개발한 인물이다. 충격 고로케는 인터넷신문에서 ‘충격’이란 제목과 같은 미끼 제목을 단 기사만 추려 보여주는 서비스다. 충격 고로케는 데이터 분석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사례다. 이준행 개발자는 “데이터가 단지 하나의 데이터로 존재할 때보다 모아서 엮고 시각화했을 때 더 큰 가치가 생겨난다”라고 말했다.

△ 충격 고로케

△ 충격 고로케

데이터를 다루는 역량도 스토리텔링을 다루는 역량만큼 중요하다는 게 이준행 개발자 생각이다. 그는 “데이터 기반 콘텐츠 생산은 데이터 접근과 데이터 확보, 데이터 분석, 스토리텔링 구성, 콘텐츠화 순으로 이뤄진다”라며 “과거에는 스토리텔링 구성이나 콘텐츠화는 (저널리즘 영역에서) 원래 하던 거였지만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었는데, 인터넷이 있다 보니 누구나 저비용으로 정보 습득하고 스토리텔링까지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준행 개발자는 “빅데이터 저널리즘이 올해의 화두였는데 내년에도 흥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빅데이터가 뭐든 해결해줄 것 같지만 사실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 개발자는 지난 11월9일 <미디어오늘> 기사속 “데이터 저널리즘은 80% 이상이 ‘삽질’의 연속이다”라는 문구를 전했다. 그는 “삽과 호미를 들고 눈을 치울 것인지 기술을 써서 치울 것인지는 언론사의 과제”라고 말했다.

△ 이준행 개발자 (사진 : 안상욱)

△ 이준행 개발자 (사진 : 안상욱)

이처럼 좋은 기술을 갖추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자와 함께하는 건 필수다. 이준행 개발자는 “솔루션을 의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라며 “데이터엔지니어링은 보조역할이 아닌 취재 그 자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편집국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를 모집했다. <블로터> 미디어랩에서도 기자와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일할 개발자를 구인했다.

어떻게 하면 개발자들이 언론사라는 배에 탈 수 있을까. 이준행 개발자는 “지금은 어젠다 설정 주도권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갔다”라며 “신문 1면이 하던 역할은 실시간 검색어가 한다”라고 말했다. 게이트키핑도 SNS에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가 개발자라는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존경받는 곳이거나 과감하게 투자(개발자 처우)해야 한다고 이준행 개발자는 강조했다.

“SCV로만 취재를 하기엔 세계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공중유닛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함께하세요.”(이준행)

△ 개발자야, 기레기의 친구가 되어줄래? (사진 : 플리커. CC BY 2.0)

△ 개발자야, 기레기의 친구가 되어줄래? (사진 : 플리커.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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