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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④을미년, 안꼼꼼 씨의 스마트 금융생활

2015.01.02

‘핀테크’가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입니다. IT가 금융산업을 혁신하면 지금보다 좋아진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나아지는지는 가늠이 잘 안 됩니다. 돈 쓰기 편하게 만들어 안 그래도 가벼운 내 주머니 털어가려는 심산은 아닐까 의심도 듭니다.

핀테크는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가까운 미래를 그려봤습니다. 그렇다고 공상과학 소설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나와 있는 핀테크 서비스만 제대로 써도 충분히 ‘현실’이 될 만한 얘기들입니다. 핀테크가 바꿔놓을 을미년 금융생활, 함께 상상해보시죠.

금요일 오전 11시, 안꼼꼼 씨는 심기가 불편하다. 새해 댓바람부터 친구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살이인데, 결혼식마다 빠짐없이 찾아다닐 필요가 있을까. 친구에게는 한 번 뿐인 결혼식이겠지만 안씨에겐 올 겨울에만 벌써 6명째다. 애인도 없는 안씨는 언제 돌려받을지 모를 돈을 지출하는 게 영 마뜩잖다.

결혼식 날짜도 절묘하다. 1월10일. 월급날과 딱 15일 차이다. 각종 공과금과 월세, 대출 이자를 갚고 나면 점심값과 차비만 겨우 남는 시기다. 보릿고개에 결혼식을 잡은 친구에게 원망이나 퍼부어 주고 가지 말까. 안씨는 사무실 의자에 깊숙히 파묻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읊조리던 안씨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 내겐 수많은 결혼식 중 하나지만 친구에게는 평생 한 번 뿐인 이벤트가 아닌가.

주머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안씨는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앱을 켠다. 앱은 안씨가 보유한 모든 금융자산을 한눈에 보여준다. 예상대로 생활비만 겨우 남았다. 화면을 쓸어넘기니 현금 흐름도가 펼쳐진다. 통장 잔고에서 25일까지 예상 지출액을 빼니 남는 돈이 ‘0’이다. 비상금 계좌 잔고도 바닥이다. 도리가 없다. 돈을 융통해야 한다.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민트'(https://www.mint.com)

한눈에 쏙 들어오게 개인의 금융자산을 분류해 보여주고 자산 흐름을 분석해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평소와 달리 많은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소비되면 경고를 보내 해킹이나 신용카드 도용 등 범죄도 미리 알아차릴 수 있게 돕는다.

Fintech_04_Personal_Financial_Assistant_Mint

안씨는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켠다. 주거래 은행에 질문을 던진다.

“10만원만 빌리려고 하는데요. 보름 뒤에 갚을 거예요.”

자판에서 손가락을 떼기 무섭게 냉큼 답변이 날아온다.

“저희 은행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안꼼꼼 고객님. 안타깝게도 저희 은행은 문의하신 단기 대출 상품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대출 서비스를 안내해드릴까요?” “네.” ㅠ.ㅠ

라인 간편 모바일뱅킹(http://www.bloter.net/archives/215565)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지난 12월16일 일본에서 간편 송금·출금 기능을 도입했다. 아직은 일본에서만 쓸 수 있다. 송금 기능이란 돈을 받는 상대방 은행 계좌를 몰라도 라인페이 계정으로 돈을 보내는 것이다. 라인페이 계정으로 받은 돈을 제휴 은행 계좌로 인출하는 출금 기능도 들어갔다. 라인과 제휴한 은행은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즈호은행 2곳이다. 편의점이나 제휴 은행 계좌에서 라인페이 계정에 돈을 충전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일본에서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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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은 재빨리 몇몇 P2P 대출 서비스 웹주소를 메신저로 보내준다. 물론 가장 위에는 그 은행 자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가 박혀 있다. 안씨는 세 번째 대출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한다. 최신 신용평가 기술을 도입해 소액·단기 대출에 특화됐다는 설명이 마음에 든다.

모바일 웹페이지에 접속하니 대뜸 ‘페이스북 계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권한을 내주면 대출금리를 할인해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간단한 설문에 답변해 달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무슨 색을 좋아하시나요?” “비 오는 날은 파전을 드십니까, 부추전을 드십니까?” 시간 때우기용 심리테스트인가 싶어 심심풀이로 10여개 질문에 답을 단다.

빅데이터 신용도 평가 서비스 ‘비주얼DNA’(https://www.visualdna.com)

심리학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사용자의 취향이나 성격, 심리적 상태 등을 물어봐 신용도를 평가하는 서비스다. 마스터카드는 2014년 비주얼디엔에이 데이터를 대출 승인에 도입해 부도율을 기존보다 23% 낮췄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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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을 달자 곧바로 대출이자가 계산돼 나온다. 20일 동안 0.2%, 연이율로 3.6%란다. 안씨가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은 이자율과 비슷하다. 그때는 전세계약서에 근로계약서까지 각종 서류를 은행에 챙겨 갔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쉽게 돈을 내주는 걸까.’ 안꼼꼼 씨는 의심스러우면서도 신통방통하다. ‘세부사항 보기’ 단추를 누르니 이자 계산식이 나온다. 안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포스팅과 ‘좋아요’ 숫자와 아까 심심풀이로 답한 심리테스트 결과를 종합해 신용도를 평가한단다. “헐~!” 안씨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P2P 대출 서비스 ‘렌딩클럽'(https://www.lendingclub.com)

인터넷을 기반으로 간편하게 투자자와 대출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P2P 대출 서비스다. 은행처럼 거대 인프라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점을 십분 활용해 투자자에겐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대출 고객에겐 유연하고 저렴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12월11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기업 가치는 85억달러, 우리돈 9조3천억원으로 평가받는다.

Fintech_04_LendingClub

“말씀드린 이자율로 10만원을 20일 동안 대출 받으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대출 받겠습니다’ 단추를 누른다. ‘띠링~’ 금융자산 관리 앱에서 알람이 온다. “○○○에서 안꼼꼼 고객님 앞으로 1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돈은 ○○○ 서비스 대출금으로 1월25일 월급에서 자동으로 차감됩니다.”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안씨는 크게 기지개를 켠다. 누군가 안씨 어깨를 툭 친다. 딴짓 하다가 팀장에게 걸린 건가. 안씨는 순간 움찔한다.

“안꼼꼼, 밥이나 먹지.”

옆자리 동료 권잘난 씨였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주섬주섬 외투를 챙겨 입고 식당으로 나선다. “오늘은 짬뽕이 당기네.” 자리에 앉아 스크린에서 메뉴를 고르고 그 옆에 붙어 있는 NFC 결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댄다. “결제가 완료됐습니다.” 동료도 앉은 자리에서 주문과 결제를 마친다.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사이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 호로록 호로록.

애플페이(http://www.bloter.net/archives/212953)

신용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스마트폰 안에 저장해두고 물건값을 치를 때는 지문만 인식하면 결제를 승인해주는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에 미국 맥도널드 전자결제 금액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빨리 보급되는 추세다.

Fintech_04_ApplePay

“아 맞다, 안꼼꼼 씨. 지난번에 오선배 승진 축하 선물 산 거 ‘엔빵’하기로 했잖아. 그거 일단 내가 계산했거든. 메신저에 올려뒀으니까 잊지 말고 입금해 줘.” 권잘난 씨, 안 떼어먹거든요. 안씨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계속하며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메신저에서 권씨 채팅창을 찾아 들어간다. 동기인 이공주 씨는 이미 송금을 마쳤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뭐 이렇게 비싼 걸 사서…” 안씨는 혼잣말처럼 뇌까리며 1만원을 권씨에게 보낸다. 클릭 3번 만에 송금을 마친다. 정수리가 따갑다. 고개를 드니 권잘난 씨가 안꼼꼼 씨를 째려본다. “야, 너는 1만원 갖고 그렇게 군소리를 해야겠냐. 그러니까 네가 연애를 못 하는 거야.” 안씨는 멋쩍게 웃어보인다. 짬뽕 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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