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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쑤다] 통신사가 알려주지 않는 통신 ③보조금

2015.02.03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역시 단말기입니다. 어떤 기기를 살지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속아서 살까’, ‘남들보다 비싸게 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결국 구입하고 나서도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다 듭니다. 급기야는 스마트폰을 직접 구입해 아예 통신사 약정을 벗어나겠다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블로터>와 KBS ‘차정인의 T타임’이 서비스, 요금, 단말기에 대해 통신사가 알려주지 않는 LTE 서비스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LTE의 종류‘와 두 번째 ‘복잡한 요금제‘에 이어 세 번째는 ‘단말기와 보조금’ 이야기입니다. 자, 값비싼 스마트폰 단말기 어떻게 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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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독특한 유통 구조, 보조금

스마트폰의 가격은 참 묘합니다. 우리가 쓰던 휴대폰의 값을 돌아보면 1990년대에는 100만원을 넘나들다가 PCS 등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50~60만원 선으로 떨어졌습니다. 다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80~90만원이 일반적인 ‘시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찌됐든 부담스러운 값이지요.

스마트폰 가격, 얼마가 적당할까요? 저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존 휴대폰을 쓸 때보다 스마트폰이 2배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휴대폰, 게임기, PMP, MP3 플레이어를 다 따로 사던 것보다 싸고, 이런 기능 외에도 업무의 폭을 넓혀주었기에 그만큼의 부가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4GB 메모리에 128GB SSD를 쓰는 노트북이 100만원 남짓, 혹은 더 싸게도 살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스마트폰은 굉장히 비싸 보입니다. 아니면, 노트북이 싼 걸까요?

어쨌든 우리는 노트북과 달리 휴대폰 값을 고스란히 주고 구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피처폰 등 휴대폰 단말기는 조금 독특한 유통 구조를 갖는 하드웨어이기 때문입니다. 기기 그 자체로 가지는 의미는 별로 없습니다. 통신 서비스가 필수라는 것이지요. 이동통신사 역시 단말기를 보급하지 않고서는 통신 서비스를 판매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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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은 통신과 단말기 사이의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보조금의 덫에 빠졌을까요? 먼저 통신사가 보조금을 주는 목적부터 살펴봅시다.

보조금은 양날의 검

가입자 입장에서는 매달 내야 하는 통신비용에 단말기를 한번에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단말기는 어떻게 보면 통신 서비스의 첫 번째 장벽인 셈이지요. 그래서 통신사는 가입자가 단말기를 부담을 덜고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더해줍니다. 단, 최소 사용 기간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지요.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2년 동안 이 가입자가 얼마의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주니, 그 순이익에서 일부를 단말기 구입비용으로 보전해주겠다’는 계산인 겁니다.

이게 이상적으로 이뤄지면 가입자는 비싼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가입자의 가입 기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약속한 2년 이후에도 가입자가 계속해서 그 단말기를 쓴다면 보조금을 안 주어도 되니 좋고, 가입자도 특별한 고장이 없으면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기존 기기를 계속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자, 이 그림은 보조금이 아주 잘 쓰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요즘 미래부, 방통위가 두 팔 걷고 나서서 단말기 보조금에 철퇴를 날리게 된 상황을 볼까요? 이동통신사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보조금을 준비합니다. 이 돈을 어디에 쓸까요? 특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30만원에 판다고 하면 새 기기가 필요가 없어도 사고 싶어질 겁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70만 원씩 나누어주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가입자 한 명이 만들어주는 수익보다 단말기 보조금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 27만원, 지금은 30만원으로 정해진 보조금 상한선을 넘으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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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낸 답은 단속이 느슨해지는 새벽 시간에 집중적으로 푸는 겁니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가 열리는 것이지요. 통신사는 가입자의 ‘숫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폰테크족’은 비싼 단말기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니 서로 좋은 것이지요.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그런 게 있다더라…’는 이야기만 들릴 뿐입니다.

그 많은 보조금은 누가 다 받아가나

저는 아직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이 마케팅에 쓰는 비용을 규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보조금을 어떻게 쓰건, 보조금을 주다가 경영이 어려워지건, 그건 기업이나 시장이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잠 안 자고 인터넷을 뒤지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매장에 나가서 스마트폰을 사는 ‘발품’과 ‘노력’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아주 일부입니다. 한 통신사에 물어보니 4~5개씩 회선을 동시에 개통하면서 옮겨다니는 가입자는 수 천명 정도라고 합니다. 많아봐야 1~2만 회선 정도 되겠네요. 결국 기존 보조금 시장은 통신사의 번호이동 숫자 늘리기와 일부 폰테크족의 암묵적인 합의 시스템에 가까웠다는 게 요즘 시장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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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단통법이 나서서 이른바 ‘정찰제’를 하게 됐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단통법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보조금 줄이기’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미래부는 ‘차별 금지’에 더 무게를 두지만 번호이동을 둔 보조금 전쟁을 막자는 것이지요. 결국 대란은 사라지다시피 했고, 가끔씩 나오던 공짜폰도 사라졌습니다. 단말기 값이 올랐다는 불만이 당연히 나올만도 합니다.

최근 통신 3사는 단통법 이후 첫 분기를 보낸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약간 성장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단통법으로 기대했던 마케팅 비용 절감은 없었습니다. 통신사들은 보조금을 전반적으로 더 많이 뿌렸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들어 단통법과 관계 없는,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에 큰 보조금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노트3’처럼 아직 쓸만한 기기가 거의 공짜로 풀리다시피합니다.

보조금은 통신사가 전부 내는 게 아냐

여기에서 또 다시 한 가지가 불안해집니다. 구형 단말기에 지급되는 막대한 보조금은 어디에서 나오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살 때 받는 보조금은 통신사가 직접 부담하는 부분과,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으로 나뉩니다. 이게 합쳐져 우리에게 보조금으로 제공됩니다. 그런데 통신사가 얼마, 제조사가 얼마를 주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특히 보조금이 많은 구형 단말기의 경우 그 보조금이 어디에서 나오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SK텔레의 갤럭시노트3의 경우 출고가, 그러니까 가입자와 통신사가 계약하는 원래 단말기 가격은 88만원입니다. SK텔레콤은 1월30일부터 이 단말기에 71만9천원의 보조금을 얹어서 판매합니다.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단말기 비용은 16만1천원입니다. 굉장히 저렴하죠. 보조금이 단통법의 상한선인 30만원을 넘길 수 있는 것은 이 단말기가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과 갤럭시노트3만 그런 것이 아니라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에는 대부분 큰 보조금이 더해집니다.

이 보조금의 문제는 통신사가 고르게 쓸 보조금이 이 단말기에 집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저 막연하게 제조사가 부담하는 보조금이 막대하다는 것 정도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팬택은 제조사에 스마트폰을 수십만대 납품하고도 통신사에 지불해야 할 채무를 1500억원이나 끌어안았습니다. 팬택이 통신사에 제품을 납품한 이후에 양사가 협의한 출고가 인하, 그리고 제조사가 부담하기로 한 보조금 등이 이 채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보조금 중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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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출고가 뻥튀기’ 논란도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단말기가 80~90만원 수준인데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갤럭시노트3가 여전히 88만원이라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물론 보조금의 내역과 제조사 납품가가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정확히 얼마에 거래되는지 사실을 확인하기는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통신사가 출고가를 내릴 수도 있지만 내리지 않고, 대신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만든다는 의심까지 나옵니다.

보조금은 한번 주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약정 기간 내에 해지하면 가입 기간에 비례해서 위약금 형태로 다시 뱉어내야 합니다. 그러니 통신사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라도 출고가를 낮추는 것보다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편이 가입자를 붙잡아두는 데 효과적일 겁니다.

이렇게 시장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든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을 쉽게 만들자는 의견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논의 주제는 ‘완전 자급제’입니다. 의약 분업처럼 통신사는 통신 상품만 팔고, 단말기는 다른 유통처를 통해 판매하자는 겁니다. ’차라리 둘을 떼어내자’는 건데,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제 사회적으로 협의가 필요합니다.

그럼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야 할까요?

단말기 가격이 정해지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자, 그럼 지금 스마트폰은 어떻게 사야 할까요? 일단 확인할 것은 단말기의 ‘출고가’, 그리고 ‘공시 보조금’입니다. 출고가는 단말기의 진짜 가격입니다. 내가 통신사와 이 스마트폰을 얼마의 가격에 살 것이라는 계약입니다. 이건 대개 매우 비쌉니다. 스마트폰의 원래 가격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단말기 값을 낮춰주는 보조금을 합쳐야 합니다. 보통 30만원 한도에서 운영될 겁니다. 이 보조금은 제조사가 각 홈페이지에서 공지하고 있고 법으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판매점들이 기준으로 삼습니다. 출고가에서 보조금을 뺀 것이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단말기의 최종 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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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에서 한 가지 따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판매점은 보조금의 15% 한도로 추가 보조금을 줄 수 있습니다. 공시 보조금이 30만원이라면 15%인 4만5천원을더한 총 34만5천원까지 합법적인 보조금입니다. 이 추가 보조금은 단말기나 통신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되기 떄문에 실제 판매점에서 약간의 가격 차이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해달라고 해서 꼭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처 판매점 몇 군데를 돌면서 확인해보면 됩니다.

간혹 판매점에서 요금 약정 할인을 단말기 할인에 묶어서 스마트폰을 더 많이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금 약정 할인은 말 그대로 약정 기간동안 통신 서비스를 쓰기로 약속하고 요금을 할인해주는 겁니다. 단말기와 관련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 참고 : 통신 3사 단말기 지원금 공시 페이지 : SKT, KT, LGU+

통신 기획 3부작을 마무리하며

3주에 걸쳐서 통신 시장을 되돌아봤습니다. 복잡한 통신 시장을 기사 3건으로 다 헤집고 모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LTE 기술, 요금제, 단말기 보조금까지 되짚어보다 보니 매일 통신 시장을 접하는 저 스스로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마땅히 믿고 물어볼 창구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로 보였습니다.

소비자는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통신사가 주는대로 쓸 수밖에 없고, 그 서비스에 의심을 품고 약정 기간동안 요금을 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의외로 새 단말기 외에는 무관심한 사회적 분위기도 있습니다. 1년에 거의 100만원씩 들여서 쓰는 통신 서비스는 한번 정하면 끝나는 게 아닙니다. 통신 서비스는 시대를 반영하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급변하는 통신 시장의 이야기를 더 쉽고 간결하게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소비자들도 내가 매달 돈 내고 쓰는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소비자들은 통신요금을 절감하면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쓸 수 있고, 통신사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