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인터넷을 살찌우는 건 검열 아닌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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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필리핀 마닐라에 전세계 비영리단체(NGO)와 기업인, 정부 대표가 모였다. 액세스와 인게이지미디어가 24일부터 25일(현지시각)까지 이틀 동안 마련한 정보 인권 국제회의 ‘라이츠콘(RightsCON)‘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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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라이츠콘에서는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마닐라 원칙(Manila Principles in Intermediary Liability)’이다. 마닐라 원칙은 인터넷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유통자에게 정보 검열 책임을 짊어지워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국제원칙이다. 마닐라 원칙은 다음 6가지 대원칙과 33개 세부 원칙으로 구성된다.

  1. 정보매개자들은 제3자의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2. 정보 차단은 사법기관의 명령 없이 의무화되어서는 안 된다.
  3. 정보 차단 요청은 명백하고, 분명하고, 적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
  4. 정보 차단 요청 및 실무 및 관련법은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5. 정보 차단 법, 정책 및 실무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6. 정보 차단 법, 정책 및 실무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포함해야 한다.

왜 이런 원칙을 냈을까.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사생활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정보매개자를 보호해야 온라인 인권이 보호받는 구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정보매개자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인터넷을 쓰려면 늘 정보매개자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인터넷망사업자(ISP)와 계약을 맺어야 물리적으로 인터넷 망에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했다고 바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다양한 서비스 업체를 거쳐야 비로소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이런 업체를 통틀어 정보매개자라고 부른다.

철도 강도 사건 책임을 철도 사업자가 져야 하나

간단히 말하면, 마닐라 원칙은 정보매개자에게 자사 서비스 위에서 돌아다니는 정보에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비유해보자. A라는 회사가 철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그 철도로 다니는 기차를 타고 범죄를 저질렀다. 그럼 A회사에 “왜 철도를 만들어 범죄를 유발했느냐”라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얼핏 봐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왜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말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던 일을 기억하는가. 당시 이석우 대표가 받았던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이었다. 혐의 이름만 보면 이석우 대표가 성범죄에 연루된 것 같이 무시무시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소 허무하다.

이석우 대표가 카카오톡 대표로 있던 시기에 몇몇 사용자가 카카오그룹 비공개 방에서 청소년 음란물을 주고받았다. 이건 아청법 위반이다. 그런데 경찰은 동영상을 공유한 전 아무개 씨뿐 아니라 카카오톡을 운영하던 이석우 대표까지 피의자로 소환했다. 직접 동영상을 유포한 것만큼 큰 죄를 이 대표가 저질렀다는 얘기다.

경찰이 이석우 대표를 소환한 이유는 음란물 배포를 방지할 기술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앞서 예로 든 철도회사와 같은 맥락이다. 철도 강도만큼 철도 회사에 큰 책임을 물은 셈이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아청법 자체가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짊어지우고도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다.

아청법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상에서 돌아다니는 불법 정보에 관한 책임을 정보매개자인 서비스 업체에게 묻는 국내 법은 허다하다. 법이나 규제가 ‘알아서 잘 하라’는 식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법적 책임을 물으면, 업체는 자체적으로 검열 시스템을 꾸리는 수밖에 없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게시물을 내리는 건 쉬운데, 복원하기 힘든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자사 서비스 위에 돌아다니는 모든 정보를 검열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은 더이상 공론장으로서 작동할 수 없을 테다.

마닐라 원칙은 이런 국내 실정에 대칭꼴로 보인다. 마닐라 원칙을 꾸리는데 힘을 보탠 활동가를 만나 라이츠콘 참가 후기를 들었다. 열린 인터넷 문화를 일구는데 힘쓰는 시민단체 오픈넷과 한국 인터넷투명성보고서를 작성하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소속 활동가다.

  • 일시 : 2015년 3월30일 오후 5시~
  • 장소 : 서울 서초구 오픈넷 사무실
  • 참석자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지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변호사,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안상욱 <블로터> 기자
3월30일 오후 2015 라이츠콘 참가 후기를 얘기하러 오픈넷 사무실에 모인 정보 인권 활동가. 왼쪽부터 김가연·박지환 오픈넷 법률 자문 변호사, 손지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월30일 오후 2015 라이츠콘 참가 후기를 얘기하러 오픈넷 사무실에 모인 정보 인권 활동가. 왼쪽부터 김가연·박지환 오픈넷 법률 자문 변호사, 손지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마닐라 원칙은 전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얘기다. 정보유통자 책임(intermediary liability)에 관해 지난 몇 개월 동안 국제법적인 원칙을 만들려고 했던 노력의 결과물이다. 거의 1년 정도 논의해서 협상을 마무리해 선포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발표 당일 인도 대법원에서 우리가 내놓은 원칙을 다시 승인하는 결정을 내놓았다. 법원이 개입하지 않은 인터넷 검열은 위헌이라는 얘기였다.

우리가 주장한 것 중 한 가지를 예로 들겠다. 정보유통자가 불법 정보가 아닌 정보를 차단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으로 불법이라고 못 박은 정보가 아니라면 포털 같은 정보유통자가 그 정보를 차단할 책임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건전한 통신 윤리 함양”을 이유로 차단하는 법이 있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법적 판단도 아닌 행정 심의를 통해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국제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인정하는 판결이 인도 대법원에서 25일 나왔다. 우연히도 레진코믹스 차단 사건이 26일 나왔다. 한국은 규제 면에서 앞서나간다(웃음).

한국 정부, 인터넷 사업자에게 경찰 노릇 떠맡겨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 정보유통자에게 검열 책임을 지우는 법을 조사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국내에 14가지 규제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아서 청중이 놀라더라. 7개 국가를 같은 식으로 분석했는데, 다른나라는 보통 2개 정도 규제가 있더라. 저작권법과 아동음란물법이다.

더구나 이 가운데 2가지만 면책 조항이고 나머지는 정보유통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조항이다. 결국 통신사처럼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포털 같이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온라인서비스업체(OSP)에 마치 경찰같이 콘텐츠를 검열하라고 요구하는 거다.

우리나라 아청법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책임을 지운다. 다른 나라에는 그런 법이 없었다. 저작권법과 명예훼손 관련해서도 ISP는 표현의 발화자가 아니라고 책임을 면해주는 반면 우리나라는 다 책임 지게 한다. 제3자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불법정보가 있으면 바로 삭제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법도 많고 규제도 다양하다. 중국, 러시아, 터키가 온라인 검열이 심하다고 하는데, 우리에 비하면 약과다. 우리는 그걸 다 법으로 만들어뒀다. 법적으로 보면 정당하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그렇게 법으로 만들어도 되는지 과연 근본적으로 고민해봤는지 의문이다.

마닐라 원칙 주요 내용은 법원 판단에 의해서만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검열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법원 판단이 필요 없다. 저작권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문화부 장관의 명령, 방송통신위원회 명령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처벌까지 할 수 있다. 온라인 검열이 일상화된 매우 심각한 상황인 거다. 이걸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했다.

최악의 규제 환경 때문에 반대 의견도 제일 빨리 정리돼

안상욱 <블로터> 기자 : 국내 정보 인권 관련 판례를 발표한 걸로 안다. 발표를 들은 청중이 뭐라고 하던가?

박경신 : 규제가 그렇게 많으니 그만큼 앞선 판결이 나오는 것을 놀라워하더라. 또 그런 판결을 이끌어낸 점을 치하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에서 인터넷은 오프라인의 불평등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담론 형성에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나라 최고 법원에서도 인터넷을 이런 식으로 활자화한 적이 없다. 청중 한 사람은 발표를 듣고 이걸 트위터에 썼더라.

이 밖에도 몇가지 판결을 얘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졌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건전한 통신 윤리 함양”을 이유로 들며 콘텐츠 검열하는 게 불공정하다고 선포한 것에 대해 불법정보라는 뜻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도 있다. 이것도 정보유통자 규제에 국제 원칙과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또 인터넷 사전선거운동도 다른 매체에서는 다 안 되는데 인터넷에서는 된다고 한 거니까 역시 인터넷의 사회적 의미를 언급한 판결이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수사기관, 영장 없이도 통신사서 통신자료 제공 받아

안상욱 : 박지환 변호사는 국내 도·감청 이슈에 관해 발표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카카오톡 논란 때문에 해외에서도 관심이 컸을 것 같은데 어땠나?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 도·감청보다는 통신자료 제공 얘기를 했다. 도·감청은 둘다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카카오톡이라는 시스템에 감청이 적용되느냐 아니냐가 문제가 된다. 영장 없이 정보를 수집하는 게 통신자료 제공이다. 수사기관은 이동통신사에서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같은 가입자 신원정보를 영장 없이 받아간다.

가장 쉽게 예를 들어보자. 토렌트 쓸 때 IP주소가 나온다. 저작권자가 IP주소 주인이 누구인지 SK브로드밴드나 KT 같은 ISP에 물어보면,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에 그냥 다 준다. 법원 영장 없이 수사기관이 달라고 하면 개인정보의 일환인 신원정보를 다 주고 있다.

물론 외국도 신원정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장 없이 취득한다. 하지만 인구 대비 미국보다 비율이 더 높다. 그래서 오픈넷은 참여연대와 함께 우리나라 통신사 상대로 수사기관에 내 정보를 제공했는지 물어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것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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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욱 : 해외 상황은 한국보다 나은가?

박지환 : 해외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오히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법제 자체만 보면 더 나쁘다.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청하면 인터넷 기업이 판단해서 줄지 말지 결정한다. 미국은 무조건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수로는 미국을 앞섰다.

통신자료 제공, 포털은 멈췄으나 통신사는 그대로

안상욱 :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투명성 보고서를 보니 통신자료 제공은 안 한다고 하던데. 이건 다른 얘기인가?

박경신 : 포털과 통신사는 다르다. 포털사는 2012년부터 통신자료를 제공 안 했다. 판결 때문이다. 통신사는 계속 제공한다.

통신사는 그동안 사용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는지 여부도 안 알려줬다. 우리가 물어봤는데 내놓지 않아서 소송을 걸었다.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뒤로는 사용자가 물어보면 알려주긴 하는 정도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이통사 상대로 2012년에 소송을 시작했다. 통신자료 제공한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소송했더니 당사자에게 알려주긴 했는데, 소송을 해야 알려준다고 했다.

김가연 : 그래서 소송을 시작했다. 올해 1월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다. 알려줘야 한다고. 지금은 소송을 안 해도 당사자가 물어보면 알려주는 데까지 왔다.

이 판결이 나오고 나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랑 오픈넷이 함께 캠페인을 벌인다. 하지만 통신사마다 알려주는 방식이 다 다르고 확인하기도 어렵다. 당사자가 직접 지정된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확인할 수 있는 것도 1년 이내 제공 내역 뿐이다. 1년이 넘으면 기록이 없다고 한다.

박경신 : 사실 인터넷 문제라기 보다 소비자 문제다. 소비자 정보를 가볍게 여기는 거다. 알려주는 방식도 쉽게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안 하고 직접 와야 알려준다는 식으로 어렵게 하잖나.

김가연 : 본인 확인이 필요해서 직접 가야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통신정보 제공이 개인정보 유출하고 다를 바 없는데, 개인정보 유출 때는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서 본인 확인만 하면 알려주잖나. 그런데 왜 통신자료 제공 여부는 지점을 가야 한다고 하는지 의문이다.

알려주는 곳도 직영 매장뿐이다. KT는 180곳, SKT는 40곳, LG유플러스는 숫자도 모르더라. 40곳이라고 하면 전국 시도 단위에만 있는 거다. 서울에도 각 구에 하나 정도 있는 거다. 근무시간에 언제 직접 가서 확인하고 결과를 받아오겠나.

지난 한 해 동안 이통사가 약 700만건의 통신정보를 제공했다고 추정한다. 휴대폰 가입자만 추산해서 이 정도다. 전국민 5분의 1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봐도 될 텐데 확인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만 영장 없이 제공받아도 모든 정보를 연결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마스터키 역할을 하니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보고하겠다고 하는 거 아닌가.

개인정보 정부 손에 다 맡긴 한국엔 사생활 논의 없어

김가연 : 외국은 개인정보보호보다는 사생활이라고 해서 감시와 연결하는 것 같다. 우리는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외국인은 온라인에서 활동할 때 익명을 쓰거나 생년월일을 다르게 기입하면 된다. 한국은 가입할 때부터 실명인증을 강요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하는 게 너무 익숙하다보니 아예 생각의 출발점이 다른 것 같다.

외국은 감시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우리는 정보를 다 내준 뒤에 이걸 어떻게 보호할 건지 얘기한다. 논의의 스펙트럼이 다르다.

중국은 모든 메신저 키워드 필터링해

김가연 : 카카오톡에 관한 얘기는 아시안챗이라는 세션에서 나왔다. 아시아권에서 많이 쓰는 위챗, 라인, 카카오톡 얘기했다.

특히 중국은 필터링을 다 하고 있더라. 카카오톡과 라인 같은 메신저 앱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정부 정책에 맞춰 필터링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면 프라이버시 정책도 바꿔야 한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위챗은 기본적으로 계속 감시한다고 보면 된다고 하더라. 키워드 리스트가 있다. 공산당 고위 간부 아들이 페라리 타고 가다 사고 났을 때는 ‘페라리 사고’를 차단했다고 했다. 메신저로 그런 걸 보내면 화면에 “해당 국가 법에 의해서 전송이 되지 않는다”는 화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외국에서 필터링되는 단어를 보내면 ‘…’으로 블라인드 하거나 아예 전송이 안 된다고 한다.

시티즌랩이라는 시민단체는 일일이 모든 단어를 테스트해서 키워드 리스트를 파악한다고 한다. 소스를 뚫고 키워드 리스트를 파악하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악한 키워드는 웹사이트에 공개한다.

김가연 변호사 (오픈넷 법률 자문)

▲김가연 변호사 (오픈넷 법률 자문)

지난해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라인이 차단됐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외산 메신저 한번 차단하면 사용자가 중국 앱으로 옮겨간다. 이런 식으로 자국 앱 쓰도록 중국 정부가 유도한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모든 메신저 앱 뿐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는 모두 모니터링된다고 보면 된다. 중국 정부가 다 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거 관련해서 한국은 어떤지 관심이 많았다. 카카오톡과 라인, 자회사라고 하지만 네이버라고 보면, 두 서비스 모두 본사가 한국에 있잖나. 그래서 카카오톡 사태 때문에 서버에 데이터 보관 기간을 줄여 사실상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하게 프라이버시 정책을 바꿨다고 말해줬다.

한국은 본사에 차단 요청 안 하고 ISP가 막아

안상욱 : 한국 레진코믹스 차단은 어떤가? 중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도 콘텐츠 차단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한국에서도 방통심위가 차단하면 ‘warning’ 웹사이트 뜨고 접속 못 하잖나.

손지원 : 우리 망 사업자에게 URL을 차단하라고 시정요구가 가면 당연히 못 본다. 웹호스팅 업체에 갈 수도 있고 포털에게 가기도 한다.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형식이 되면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통지가 간다.

손지원 변호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손지원 변호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박경신 : 중요한 건 콘텐츠 게시자에게 통지가 가야 한다는 거다. 법으로 통지하도록 정해뒀어야 한다. 레진코믹스는 게시자를 레진코믹스로 봐야 하니까 통지해줬어야 맞다. 서버가 해외에 있든 국내에 있든 법은 구별 안 한다.

박지환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계정을 차단할 때도 있고 상태창만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투명성 보고서를 낼 때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건수가 별로 없다. 왜냐면 한국에서 직접 차단 요청이 가는 게 아니라 망 사업자에게 해당 트위터 URL을 차단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한국 정부가 정보를 어떻게 차단하는지 알 수 없다.

김가연 : 좋았던 게 페이스북, 구글, 링크드인 같은 실리콘밸리 IT기업이 프라이빗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해 시민단체를 직접 만났다는 거다. 초대 받은 사람만 들어가는 작은 회의에서 직접 의견을 교환했다. 박경신 교수와 내가 페이스북 라운드 테이블에 들어갔다. 페이스북이 세계 각국에 적용하는 자사 정책 설명하고 시민단체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직접 접촉할 시간이 있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안상욱 : 국내 IT업체는 없었나?

박경신 : 국내 행사에는 있었는데 라이츠콘에는 없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가 카카오톡 관련 세션 하나를 참관하러 오기는 했다. 공식적으로 참여하거나 펀딩하지는 않았다.

투명성 보고서 활용 늘려야

박지환 : 국가 투명성 보고서 얘기도 나왔다. 각국 현황과 보완점, 나아갈 방향을 점검한 세션이었다. 투명성 보고서가 정말 국민이 정부나 사업자를 거꾸로 감시하는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지 자성했다. 어떻게 정부와 사업자가 투명성 보고에 더 많이 뛰어들게 할지,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할지도 논의했다.

여기서 한국 상황을 소개했다. 현재 정부 인터넷 감시와 검열 현황을 알리고 정부가 어느정도 정보를 공개하는지, 사업자가 어떻게 공개하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카카오톡 사태 때문에 인터넷 감시에 관한 관심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고려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국가 단위 투명성 보고서 편찬과 맞물려 하나의 시류가 됐다. 또 정청래 의원이 투명성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안상욱 : 다음카카오가 뭇매를 맞고 올해 초에 투명성 보고서를 냈는데, 네이버가 하루 전에 투명성 보고서 비슷한 걸 내놓았다.

김가연 : 발표는 다음카카오가 훨씬 빨랐다. 영문 보고서는 다음카카오만 냈다. 해외에서는 국내에 발표되기 전에 이미 검토를 마치고 평가도 냈더라. 평가도 좋았다. 해외에서 네이버 보고서는 뉴스로만 접해서 잘 모르겠는데 다음카카오는 영문 보고서도 낸 덕에 직접 리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더라.

박지환 : 다음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질적으로 앞섰다. 정부 콘텐츠 삭제 요청 현황과 임시조치 현황까지 공개했다. 네이버는 검열에 관해서는 전혀 공개 안 했다.

경쟁하면 좋아질 거라고 본다. 이것도 하나의 계기였다. 어떻게 하면더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을까.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도 소비자로 볼 수 있잖나. 기업은 소비자 동향에 민감하다. 투명성 보고서가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구글 투명성 보고서 담당자가 패널로 나와서 말하더라. 투명성 보고서는 회사를 향한 소비자의 신뢰를 측정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니 우리는 검열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소비자에게 질 좋은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곳이 소비자와 관계에서 더 믿음을 주는 기제가 된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좋은 정보를 많이 제공하려고 경쟁이 붙었다고 하더라. 좀더 좋은 투명성 보고서가 나오고, 그게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에 구글이 열심히 일한다는 얘기였다.

구글은 정보제공 요청을 거부한 이유도 간략하게 쓰는 걸로 안다. 어느 국가에서 이런 이유로 정보를 요청했는데 우리는 이런저런 사유로 거절했다고 밝히면 자사 정책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을 뿐더러 그런 현황도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사업자도 그렇게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 경영과 비슷하게 투명성 보고서도 기업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한국도 그렇게 갈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도 이런 식으로 경쟁하면 많은 기업이 국가 감시 관련 정보를 많이 공개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이용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박지환 변호사 (오픈넷 법률 자문)

▲박지환 변호사 (오픈넷 법률 자문)

미국은 통신사도 투명성 보고서 펴내

박지환 : 미국에선 통신사가 투명성 보고서를 쓴다. 우리나라 통신사는 안 쓴다. 버라이즌이 낸 투명성 보고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통신사는 전혀 반응 안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통신사 상대로 정보 제공한 내역을 공개해라고 캠페인도 벌이는 거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통신사를 별로 안 믿는 편이잖나. 미국 사례를 도입하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외에선 액세스라는 단체가 42개 회사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한다. 이런 사건이 있어서 우리나라에도 사업성 보고서가 알려진 거다. 정부 상대로 국민이 뭉쳐서 관심을 갖게 되고 사업자를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 사업자도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 이런 것도 투명성 보고서를 내도록 이끄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공개하는 것뿐 아니라 개별 사례를 고발하는 기능도 해서 관심을 이끌고 더 많은 투명성 보고서가 나오도록 촉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실 투명성 보고서를 직접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렵잖나. 그래서 투명성 보고서가 숫자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청중도 있었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명성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거 추세와 해외 현황을 비교하는 등 양적인 데서 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우리는 아직 양적인 부분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