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총 도면 인터넷 공개는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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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총 설계도를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는 규제는 위헌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단발 권총 '해방자' (출처 :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 웹사이트)

3D 프린터로 만든 단발 권총 ‘해방자’ (출처 :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 블로그)

5월6일은 3D프린팅 업계가 기념할 만한 날이다. 2012년 말 코디 윌슨이라는 발명가는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로 총을 출력할 수 있는 도면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얼마 뒤 그는 미국 국무부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인터넷에 올린 3D프린팅 총 도면을 지우라는 얘기였다. 만약 삭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기소당할 수 있다는 얘기도 적혀 있었다. 2013년 5월6일이었다.

코디 윌슨은 미 국무부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꾸린 오픈소스 총기 도면 공유 단체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DD)는 2015년 5월6일 국무부와 존 케리 국무부장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포브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5월6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이다.

3D프린팅 총기 도면은 무기인가, 프로그램인가

DD는 고소장에서 국무부 산하 국방물자수출통제국(DDTC)이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3D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총기 도면을 인터넷에 공개하면 안 된다는 규제가 위헌이라는 게 DD의 요지다. DD는 총알 1발을 쏠 수 있는 플라스틱 권총 해방자(Liberator) 도면을 다른 총기 부품 도면과 함께 웹사이트에 올린 바 있다.

미 국무부가 코디 윌슨에게 3D프린팅 총기 도면을 웹사이트에서 내리라고 요구한 근거는 국제무기거래규제(ITAR)다. 국제무기거래규제는 미국산 무기 수출을 통제하 규정이다. 미 국방물자수출통제국은 3D프린터로 총기를 출력하는데 쓸 수 있는 도면 파일을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행위가 무기 수출에 해당한다고 봤다. 3D프린팅 총기 도면이 M16 소총 같은 무기와 같다는 해석이다.

DD 측은 이런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해방자라는 총이 아니라 그 총을 출력할 수 있는 도면을 공유한 것이고, 도면 파일을 올리는 것은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일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번 소송을 이끈 앨런 구라 변호사가 <와이어드>에 말했다.

“인터넷은 전세계에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터넷에 뭔가 올린다는 건 수출이 아니죠. 그러니 국무부는 인터넷상 표현을 사전적에 검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이런 광범위하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미국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코드 윌슨은 텍사스 로스쿨을 중퇴하고 DD를 꾸려 이번 논쟁에 불을 댕겼다. 그는 이 소송이 미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코드가 표현이라면, 헌법적 논쟁의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 다시 묻죠. 만약 코드가 총이라면 어떨까요?”

코드 윌슨은 3D프린팅 총기를 규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게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어요. 미국 정부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고집하면서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것뿐입니다.”

암호화 기술 수출 금지와 판박이

DD가 이번 소송의 핵심을 총기 소지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로 이끌어 간 것은 상당히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비슷한 다툼에서 미국 시민이 국제무기거래규제를 이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암호화 기술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1990년대 미국 정부는 고도로 발전한 암호화 기술을 군사 기술로 못박고 미국 바깥으로 수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적대적인 나라가 미 정부가 깰 수 없는 암호화 기술을 이용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미 법무부는 PGP라는 강력한 암호화 기술을 개발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한 개발자 필 짐머만을 3년 동안 수사했다. 암호화 기술 개발자와 미국 정부의 싸움은 훗날 ‘암호 전쟁’이라고 불리게 됐다.

암호화 기술 공개를 금지한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암호화 기술을 모두 적어 넣은 T셔츠 (출처 : 위키미디어커먼즈 CC PD)

암호화 기술 공개를 금지한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암호화 기술을 모두 적어 넣은 T셔츠 (출처 : 위키미디어커먼즈 CC PD by Adam Back)

암호 전쟁은 개발자의 승리로 끝났다. 미 법무부는 어떤 기소나 해명도 없이 짐 필머만 수사를 매듭지었다. 암호학자 댄 번스타인이 미 국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이겼기 때문이다. 댄 번스타인은 암호화 기술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일이 국제무기거래규제 위반이라는 국무부의 주장이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컴퓨터 코드를 무기로 규정하는 움직임은 끝나지 않았다. 20년 뒤에도 미국 정부는 3D프린팅 총기 도면 파일이 무기라고 규정했다. 코드 윌슨은 “이번 소송이 번스타인의 싸움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암호 전쟁에서 미국 정부에 맞서 싸운 필 짐머만은 코드 윌슨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필 짐머만은 3D프린팅 총기 도면이 암호화 코드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나는 PGP 사태와 이번 소송이 상당히 닮았다고 봅니다. 나는 총기 애호가가 아닙니다. 총 한 자루도 안 갖고 있죠. 그렇지만 총기 도면을 공개하는 일은 불법으로 규정되지 말아야 합니다.”

토막 설문

  • 1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들 수 있는 도면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봐야 할까요, 무기로 취급해야 할까요?

    342 People Voted.

총기 소유 자유 침해와 정부 권한 남용도 쟁점

이번 소송을 낸 DD 법률단은 미 국무부를 공격할 무기로 수정헌법 2조와 5조도 함께 들고 나왔다. 수정헌법 2조는 미국민이 총기를 구하고 소지할 자유를 보장한다. DD 법률단은 총기 3D프린팅 도면 파일을 공유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국무부가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3D프린팅 총기 도면을 공유하는 일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 기소를 운운하며 DD를 협박했다는 비판도 더했다. 이는 정부의 권한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되야 한다는 수정헌법 5조 위반이라고 DD 법률단은 주장했다. DD는 총기 도면 공유를 그만두라는 서한을 받은 뒤, 국방물자수출통제국에 3D프린팅 총기 도면 공유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2년 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DD 법률단 소속 국제무기거래규제 전문가 매튜 골드스타인은 이번 소송이 국무부의 규제가 디지털 시대에 얼마나 뒤떨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단지 그가 한 말이 나쁜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고 누군가 우려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인용구를 처벌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엉망진창이 되겠죠. 이건 담배 연기를 붙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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