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가 직접 창업한 MCN, 샌드박스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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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 2014년 11월 유튜브에서 ‘도티TV’ 채널을 운영하는 도티(나희선)가 설립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이다. 잠뜰TV와 태경TV 등 채널 15개, 즉 크리에이터 15명이 소속돼 있는, 게임 콘텐츠에 특화된 MCN이다.

지난 6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새단장을 했다. 구글코리아에서 디스플레이 광고 영업과 사업 제휴 등을 담당했던 이필성 씨가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했다. 대표직도 병행하던 나희선 씨는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콘텐츠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새 사람과 함께 새 둥지도 마련했다.

10년 지기 단짝이 공동창업자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공동창업자 이필성 대표와 나희선 이사는 10년지기 단짝 친구다. 같은 학교 05학번 동기다. 둘은 19살 무렵, 같은 대학 수시 1학기 합격생 모임에서 만났다. “저는 경영학과, 도티님은 법학과예요. 같은 과는 아니었는데도 마음이 잘 맞아 대학 시절 붙어 다녔어요. 그런데 이렇게 창업도 하게 됐네요.”

△ (왼쪽)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CEO, 나희선 도티TV 채널 운영자 및 샌드박스네트워크 CCO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CEO(왼쪽)와 나희선 도티TV 채널 운영자 및 샌드박스네트워크 CCO

이필성 대표는 2011년 6월 구글코리아에 입사했다. 나희선 이사는 방송국 PD가 되기 위해 언론사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다 구글에서 일하던 이 대표가 유튜브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 게임을 좋아하던 언시생(언론고시생) 나희선 이사에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2013년 11월 처음 방송을 할 땐 언론사 입사를 위한 ‘스펙’을 쌓고자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채널 미디어에서 편성 PD를 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유튜브 채널 운영에 곧 재미를 붙였다. “메타데이터 붙이는 거나 미리보기 화면 설정이라든가 플랫폼을 활용하는 여러 실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제 채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제가 구글에 갔고, 이 친구는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어했고. 어떻게 보면 수가 맞아 떨어진 거죠.”(이필성 대표)

게임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최근 국내 MCN 산업이 태동하며 올해 새로운 업체들이 출현할 가능성도 많아 시장에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차별화 지점은 게임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만 열심히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게임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 누가 당신의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게임 영상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생태계요.” 이필성 대표는 “지금 10대들에게 게임 영상은 우리 때 가요톱텐이나 뮤직뱅크, 무한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필성 대표와 나희선 이사는 30살 동갑내기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현재 수익을 내는 곳은 여느 콘텐츠 사업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나오는 수익과 광고 영상이다. 하지만 이필성 대표는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유의미하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유튜브 채널

△샌드박스네트워크 유튜브 채널

이필성 대표는 크리에이터들이 광고 영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튜브는 크리에이터 브랜딩이 중요한 플랫폼이며, 장기적인 수익모델 확보를 위해서는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라며 ”샌드박스네트워크라는 브랜드를 키우고 나면 할 수 있는 부가사업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를 도티TV 이상으로 키워내는 게 1차 목표다.

이 대표는 “게임 개발사한테 게임 몇 번 플레이할테니 얼마 달라고 하는 건 당장은 쉽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게임사는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존재”라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인디게임 개발사와 같은 중소업체와의 협력 등을 시도하며 적절한 대안을 찾는 중이다. 게임의 기획 초반 단계부터 나희선 이사가 참여하고  완성되면 영상까지 제작하는 식이다. 대신 게임사는 샌드박스 측에 미리 게임을 플레이할 권한과 함께 게임 배경이나 게임 디자인 소스 등을 제공해준다.

△ 협업해 만든 게임 ‘도망가 친구들’

현재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채널을 운영 중이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유튜브를 제일 잘 알고 있어 유튜브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필성 대표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릴 땐 플랫폼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라며 “플랫폼에 따라 영상 포맷도 다를 수 있고 소재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팬을 기반으로 움직여요. 열혈 시청자들이 있어요. 그리고 주기적으로 자주 영상을 업로드해야 해요. 페이스북은 ‘좋아요’ 잖아요. 스쳐가는 대신 좀 더 넓은 시청자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플랫폼은 팬 기반인 유튜브보다는 아무래도 더 대중적이어야 하겠죠.”(이필성 대표)

온라인에서 생성되고 소비되는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겠다는 전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국내도 콘텐츠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뿐 아니라 CJ E&M부터 다양한 MCN 사업자가 존재한다. 이 흐름은 더 본격화돼 새로운 업체들이 출현할 가능성도 많아 시장에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MCN이라는 표현에 얽매이지 않았고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 사업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계의 방송국, 온라인 연예기획사, 온라인 프로덕션…. 정말 다양한 형태의 모델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만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 만들고파

이필성 대표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가 공동창업자라는 것이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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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들이 다른 걱정 안 하고 크리에이터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미션입니다.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나희선 이사)

“크리에이터 하려는 친구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희선 이사는 그동안 혼자 채널을 꾸리며 외로웠다고 했다. 1인 방송은 말 그대로 1인 방송이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수익화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의 꿈은 차곡차곡 이뤄지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크리에이터 가운데 80%가 유튜브 채널 개설부터 나 이사와 함께한 사람들이다.

△ 잠뜰TV

△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잠뜰TV 방송 초기부터 함께했다.

최근 유튜브 생태계에 관심도 쏠리고 고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들이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방송만으로 생활을 이어가기도 어렵거니와, 당장 돈을 번다 해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나희선 이사는 “1인 방송을 하는 것은 분명히 기회비용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런 친구들이 불안감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야구선수가 현역 시절 전력투구하다 코치가 되는 것처럼, 회사가 존재하면 크리에이터들도 그렇게 역량을 내재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이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