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이야기를 3주째 하고 있습니다. 모니터 하나 사볼까 해서 보기 시작한 상품 정보들이 꽤나 어렵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는데, 쉽다고 생각한 데 비해 의외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LCD와 LED 모니터의 차이점을 짚어볼까 합니다.

디스플레이의 종류는 매우 많고, 비슷해 보여도 구현 방식의 차이들도 상당합니다. 요즘 모니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LCD 모니터입니다. TV도 그렇지요. “내 모니터는 LED인데?”라고 화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애초 모니터의 구분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따라 나누는 게 일반적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디스플레이 이야기는 꼭 모니터에만 한정된 건 아니고 TV와도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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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빛을 내는 모니터, 빛을 내지 못하는 모니터

우리가 가정용 PC에 처음 쓰기 시작했던 모니터는 CRT 모니터입니다. ‘볼록이’라고도 부르죠. 이 CRT 모니터도 색 표현력을 높이는 트리니트론이나, 부른 배를 집어넣기 위해 플래트론같은 기술이 쓰이면서 점점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브라운관에 전자빔을 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화면은 편평하게 만들어도 뒤가 불룩한 건 어쩔 수가 없었죠.

CRT 모니터, 화면이 불룩하지만 디스플레이로서의 특성은 좋았다. (사진 : Andy Melton)

CRT 모니터. 화면이 불룩하지만 디스플레이로서의 특성은 좋았다. (사진 : Andy Melton)

이를 바꾸기 위해 근본적인 주사 방식에 변화가 생깁니다. 평판 디스플레이들이 발전하기 시작한 거죠. 처음 제시됐던 것은 PDP였습니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디스플레이입니다. 유리판 2개를 덧대고 그 안에 플라즈마를 넣어 전기를 가하면 온갖 색들이 화면을 채워줍니다.

이 방식은 화면 자체가 빛을 내기 때문에 색 표현력이 좋았고, 반응 속도도 빨라서 잔상이 생기지 않습니다. 화면 크기를 늘리기에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화사한 색에 비해 정확한 색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열도 꽤 많이 났습니다. 나중에는 어느 정도 개선되긴 했지만 전력 소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화면을 오래 유지하면 그 부분이 타들어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TV로는 썼지만 ‘시작’ 버튼이나 창 메뉴가 늘상 떠 있어야 하는 모니터로는 적합하지 않은 디스플레이였죠.

LG-PDP

PDP와 경쟁에 나선 건 이미 노트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LCD였습니다. 액정을 통해 적정량의 빛을 통과시키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이 디스플레이의 원리는 이전에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이 LCD는 색 표현력이 썩 좋지 않고 응답 속도도 떨어집니다. 만들기도 쉽지 않지요. 하지만 전력 소비가 적고, 수명이 깁니다. 높은 해상도를 내기 유리하고 가격도 빨리 떨어지면서 다른 디스플레이를 싹 밀어내고 대세가 됐지요. 그럼 LED 모니터는 뭘까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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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는 음극선관으로 전자빔을 쏘고 이 전자가 유리의 형광물에 맞으면서 빛을 내는 방식입니다. PDP는 패널에 전기를 흘려서 플라즈마를 만들어 냅니다. 플라즈마는 그 자체로 색깔과 빛을 냅니다. 자, 그럼 LCD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LCD는 그 자체로 빛을 내지 못합니다. LCD는 그저 빛을 통과시키고 막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CD 패널 뒤쪽에는 별도로 빛을 쏴주는 램프가 딸려 있습니다. 뒤에서 흰색을 뿌리고, 그 빛을 액정이 적절히 조정해서 컬러필터를 통과시키면 다른 디스플레이처럼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이죠.

쉽게 말해 빨강, 초록, 파랑 색의 셀로판지를 형광등 앞에 두면 흰색의 형광등 불빛이 각각의 셀로판지 색으로 바뀌어서 비춰지는 방식이라고 보면 비슷합니다.

LCD와 LED는 백라이트 차이

자, 그럼 이 램프는 어떤 걸 쓸까요? 초반에는 CCFL(Cold Cathode Fluorescent Lamp)이라는 걸 썼습니다. ‘냉음극관’이라고도 부르는데, 열이 나지 않는 가느다란 형광등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램프는 비교적 가격이 쌌고 적은 전압으로도 작동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형광등의 원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두께가 필요합니다. 모니터를 처음 켰을 때 제 색을 내지 못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집에서 쓰는 형광등은 오래 쓰다 보면 점점 색이 누렇게 변하죠. 이 CCFL도 처음에는 흰색을 내지만 색이 점점 변합니다. 오래 쓴 LCD 모니터를 지금 보면 생각보다 노란빛이 도는 이유가 바로 이 램프 수명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대안이 나옵니다. 화소에 대한 부분은 IPS나 VA, PLS 등으로 계속해서 개선됐고, 램프는 램프대로 따로 발전을 합니다. 그게 바로 LED입니다. 정확히는 고휘도 백색 LED입니다. 이 LED는 색을 내는 게 아니라 흰색의 빛을 냅니다. CCFL을 대신하는 백라이트인 셈이죠. 앞의 LCD 패널은 기존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기술입니다.

백라이트를 형광등 대신 LED소자로 바꾼 걸 LED 디스플레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사진 : Mike Deal)

백라이트를 형광등 대신 LED소자로 바꾼 걸 LED 디스플레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사진 : Mike Deal)

자, LCD의 백라이트를 LED로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LED는 전력 소비량이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빛의 밝기는 더 좋지요. 두께도 얇아서 모니터를 엄청나게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LED를 쓰면서 빛을 뒤에서 보내는 방식 대신 화면의 위나 아래에서 빛을 쏴주는 방식도 나왔습니다. 모니터의 두께를 극단적으로 얇게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특히 형광 물질이 아니라 다이오드가 직접 빛을 내기 때문에 아예 죽으면 죽었지 색이나 밝기가 변하지 않습니다. 모니터의 색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은데 LED를 쓰면서부터는 비교적 흰색을 표현하기가 쉬워집니다. 그래서 LED를 쓴 LCD 모니터는 CCFL을 쓴 LCD 모니터에 비해 밝고 색이 좋습니다. 수명도 길고 전력 소비도 적습니다. 디스플레이로는 좋은 특성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고급 디스플레이로 꼽히게 됩니다. 요즘 디스플레이를 살 때 따져볼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는 CCFL을 쓴 디스플레이를 찾는 게 오히려 어려울 정도로 LED 백라이트가 대중화됐습니다.

마케팅 덫에 빠진 LED 디스플레이

다시 정리해볼까요. LED 모니터, LED TV도 결국은 LCD 모니터, LCD TV인 겁니다. 정확히는 LED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됩니다. 그럼 이게 왜 LED 디스플레이가 됐을까요? 국내 가전 업체들의 마케팅 때문입니다. 평판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TV제조사들은 고해상도 ‘HDTV’에는 ‘풀HDTV’라는 묘한 이름을 붙여 고급화를 꾀합니다.

풀HDTV가 대중화되자 TV 제조사들은 또 다시 차별화를 하기 위해 ‘LED 백라이트 LCD TV’를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걸 그냥 ‘LED TV’라고 불렀습니다. 마치 LCD의 후속 기술인 것처럼 보였죠. LED는 화질이 더 좋다는 마케팅도 빠지지 않습니다. 결국 LED나 LCD나 둘 다 LCD 디스플레이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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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LED 디스플레이는 없을까요? 왜 없겠습니까. ‘아몰레드’라는 묘한 이름을 갖게 된 디스플레이가 바로 대표적인 LED 디스플레이입니다. AM OLE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이름이지요. OLED는 다이오드가 자체적으로 빛과 색을 내는 소자입니다. 이를 픽셀처럼 만들어 디스플레이를 만든 게 바로 OLED TV, OLED 모니터입니다. AM OLED는 그 중 하나의 방식이지요.

이 OLED 역시 다이오드 픽셀이 직접 색과 빛을 동시에 내기 때문에 LCD처럼 백라이트가 필요 없습니다. 반응 속도도 좋고, 투과하는 것 없이 직접 색을 뿌리기 때문에 색 표현력도 좋습니다. 하지만 단가가 비싸고 대형화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는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고, 간혹 태블릿에도 씁니다. TV도 있지만 아직 50인치, 60인치대 제품은 대중화에 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OLED가 LCD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이 나옵니다. 그때 OLED 디스플레이를 차별적으로 홍보하려면 제조사들도 LED TV의 족보가 LED 쪽이 아니라 LCD 쪽에 있다는 걸 이제는 좀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