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 감독, “멈추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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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이 극장보다 웹이라는 공간에 먼저 영화를 공개하는 일은 드물다. 온라인 동시 상영은 있어도.

김건 감독은 지난 7월30일 네이버 TV캐스트에 졸업 영화 ‘멈추지 마‘를 공개했다. 보통은 영화제를 통해 극장 스크린에서 먼저 공개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웹과 모바일에 ‘웹드라마’란 이름으로 작품을 공개했다.

‘멈추지 마’는 로봇과 총이 나오는 SF액션 단편영화다. 로봇과 총을 좋아하는 김건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예술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6살 꼬마 시절, ‘스타워즈5-제국의 역습’을 보게 됐고, 언젠가 기관총과 로보트가 나오는 영화를 찍으리라 꿈을 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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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학교에서도 온라인 상영을 시도했었다. 지난 2014년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네이버는 협약을 맺고, 네이버를 통해 한예종 영상원의 졸업영화를 공개한다고 밝히고 네이버 TV캐스트 안에 한예종 영상원 채널을 만들었다. 영상원 채널에는 2011~2012년 한예종 영상원 졸업영화제 출품작 중 심사위원 및 교수 추천으로 선정된 32편이 공개됐다.

당시 한예종 영상원은 추후에도 네이버를 통해 졸업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으나 첫 32편 공개 후 업로드되고 있는 영상은 없다. “그런데 이게 저작권이 연출자가 동의를 해줘야 인터넷 환경에 노출할 수 있는 거예요. 어딘지 모르게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TV캐스트 한예종 채널은 단발성으로 끝났죠.”

사실 TV캐스트에 영화를 공개해 감독들이 얻을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김건 감독은 아니었단다. 당시 한예종 영상원 채널에 공개됐던 김 건 감독의 작품 ‘포커페이스 걸’은 TV캐스트에서 조회 수 약 11만건을 기록했다. “’포커페이스 걸’에 출연하셨던 임지연 배우가 잘되면서 어부지리로 11만건이 나왔어요. 사실 영화제 아무리 돌아다니고 해도 11만건이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한 숫자예요.”

“그때부터 생각했던 게 다음 작품부터는 인터넷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수익료를 내려는 문제였다면….” 김건 감독은 처음부터 영화로 수익을 내려는 생각은 안했다. 아직 김건 감독은 네이버 TV캐스트로 광고 수익 배분 정산을 받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멈추지 마’의 조회수가 TV캐스트에서 아무리 높게 나오더라도 제작비의 약 10분의 1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기자는 추측한다.

김건 감독은 영화에 많은 제작진이 참여해 고생했기 때문에 영화를 최대한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웹이라는 상영 공간을 택했다. “어차피 영화제 돌아도 수익이 안 나는 건 똑같고.(웃음)” 사실 영화제에서도 수상을 해서 상금을 받거나 하지 않는 이상 영화로 수익을 내는 사례는 드물다.

“현장 스탭이 약 45~48명이었어요. 후반에는 20명 정도 됐고요.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저도 장수상회 스크립터를 비롯해 아르바이트 계속 해가면서 비용 대고, 충무로 스탭도 많이 하고. 사실 졸업 작품이니까 이게 가능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 김건 감독

△ 김건 감독

영화 장르 자체가 웹에 더 어울릴 것이란 판단도 있었다. “제가 찍으려는 영화 특성도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총도 많이 나오고. 그런 식의 소비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웹이 시청자들이 더 유연해요. 덜 딱딱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 같은 경우는 SF적 문화 장르를 시도하는데 극장에서 상영되기에 어려운 코드도 있어서…. 웹은 새로운 장르가 나와도 거부감이 덜한 것 같아요.”

‘멈추지 마’는 프리퀄 웹툰도 함께 공개됐다. 김귀찮 작가가 작업했다. “김귀찮 작가의 작품 ‘정리하는 날’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너무 좋아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어요. 무작정. 그러다가 함께 하게 됐어요. 지금은 정말 친해져서 귀찮이라고 불러요. 지금 귀찮이는 레진코믹스 웹툰 ‘몸에 좋은 남자’의 배경·채색을 맡고 있어요. 곧 정식 데뷔도 할 거예요.”

△ 멈추지 마 프리퀄 웹툰 중 한 장면 (작가 김귀찮)

△ 멈추지 마 프리퀄 웹툰 중 한 장면 (작가 김귀찮)

프리퀄 웹툰으로 ‘멈추지 마’ 20분에 들어가지 못한 장면을 담았다. “프리퀄 웹툰으로 감정적 이야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산상의 이유로 쳐내야 했을 수많은 장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꼭 필요한 씬을 웹툰으로 표현했다. ‘멈추지 마’의 프리퀄 웹툰에는 마고와 연이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이 소개된다.

안녕하세요, 만화가 지망생 김귀찮입니다. […] 만화가를 꿈꾸고 있는 제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형님의 작품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나중엔 둘 다 프로가 되어서 더 좋은 작품을 콜라보레이션해 보는 것 또한 바람입니다. ㅎㅎㅎ- 김귀찮 작가가 루리웹에 웹툰을 공개하며 올린 게시글

웹툰은 총성 소리와 피가 낭자하는 전쟁터 배경의 영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채색과 같은 그림체가 영화에 비해 말랑말랑한 느낌을 준다. 프리퀄 웹툰의 연출은 김귀찮 작가가 맡았다. 김건 감독은 스토리 작가 역할만 했다. “컷 안의 소품의 배치나 그런… 만화라는 매체는 이렇구나… 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김귀찮 작가가 정말 잘하기도 하고요. 좋았어요.”

마고 그리고 멈추지 마

‘마고’는 ‘멈추지 마’의 원제목이자 영화 속 주인공 로봇의 이름이다. 김건 감독이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기도 하다. “마고요? 나긋나긋하고 안기는 걸 좋아하는 8살 먹은 고양이에요. 마고가 벌써 8살이네. 어휴 우리 마고.”

△멈추지 마는 원래 마고였다.

△멈추지 마는 원래 마고였다.

제목을 바꾼 까닭은 멈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영화 후반 제작 기간, 그는 영화의 제목을 ‘마고’에서 ‘멈추지 마’로 변경했다. “’멈추지 마’는 정말 저한테 하는 소리였어요. 되새기려고.”

편집을 전공한 김건 감독에게는 영상물 작업 등 일거리가 꾸준히 있었다. 이른 바 외주 작업을 밤낮으로 해 ‘멈추지 마’의 제작비를 댔다. 외부 지원을 받은 건 텀블벅 후원을 통해 받은 300만원 정도다. 그 외는 모두 혼자 감당했다. 물론 졸업영화다보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약 4~5년 정도의 제작 기간을 멈추지 않고 버틴다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다신 이렇게 안 할 것 같아요.(웃음) 작업 기간 생각해보면, 음… ‘즐거운 지옥’이었죠.” ‘멈추지 마’는 김건 감독의 성장영화이자 졸업영화다. 김건 감독은 현재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초능력물이라고 한다. 김건 감독이 앞으로도 멈추지 않길. 아니 멈추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좀 갖춰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