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더듬는 3D 눈, 인텔 ‘리얼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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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3D 카메라 기술 ‘리얼센스’를 기술 전반에 확장하려 노력 중이다. 미국에서 현지시각으로 지난 8월18일 열린 인텔의 개발자 행사 ‘인텔개발자포럼(IDF) 15’에서 리얼센스를 중심에 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해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리얼센스는 인텔의 ‘인지컴퓨팅(Perceptual computing)’ 기술 중 하나다. 3차원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3개의 카메라가 핵심이다. 사물의 굴곡이나 주변 환경의 깊이감을 분석할 수 있도록 깊이 센서도 적용됐다. IDF15에서는 리얼센스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자판기부터 드론, 태블릿 PC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에서만 보던 사람을 알아보는 컴퓨팅 기술이 생활 영역으로 바짝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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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센스 카메라가 탑재된 거미로봇

보폭 넓히는 ‘리얼센스’, 삶 속으로

원래 리얼센스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서 쓰는 웹캠을 대체하는 기술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이번 IDF15를 기점으로 인텔은 리얼센스 기술이 앞으로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시험할 계획이다. 리얼센스 기술이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넘어 다양한 기기로 확장하는 중이다.

IDF15 현장에 등장한 다양한 시제품이 눈길을 끈다. 드론에 리얼센스 카메라를 탑재하면 항공촬영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자판기에 리얼센스를 적용하면, 자판기 앞에 선 사용자가 단추를 누르거나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리얼센스가 자판기 앞에 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덕분이다.

무엇보다 리얼센스는 로봇 산업과 만나 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한창인 인공지능 로봇은 거친 땅이나 계단 등을 오르기 위해 민감한 센서가 필수다. 리얼센스는 마치 사람의 눈이 그러하듯 주변을 인식해 로봇의 행동반경을 넓히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이 IDF15 무대에서 공개한 ‘버추얼 버틀러’ 로봇이 좋은 사례다. 버추얼 버틀러는 호텔 등 사용자 접견이 주요 업무인 공간에 배치될 로봇이다. 사람이 다가가면 길을 비켜주기도 하고, 투숙객에 배달해야 하는 물건을 직접 가져다줄 수도 있다. 사용자의 얼굴과 방 번호를 리얼센스 카메라로 탐지할 수 있는 덕분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도 인텔의 리얼센스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7월 배포를 시작한 차세대 플랫폼 ‘윈도우10’이 주인공이다. 윈도우10에는 인텔의 리얼센스 기술을 활용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윈도우 헬로’ 기능이 적용됐다.

윈도우 헬로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잠자는 컴퓨터를 깨우는 기능이다. 얼굴을 평면 이미지로 인식하는 기존 얼굴인식 보안 기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얼굴의 깊이나 굴곡 등 사용자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인식하는 덕분이다. 사진 한 장으로 다른 사람의 PC를 잠금 해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윈도우 헬로 기능을 사용하려면, 노트북이나 PC에 리얼센스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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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센스 카메라가 탑재된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 스마트폰

리얼센스, 구글과 손잡고 마침내 모바일 속으로

자판기나 드론, 로봇, PC까지. 다양한 제품이 리얼센스와 만날 수 있지만,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제품은 단연 모바일 기기다. 인텔은 구글과 함께 ‘프로젝트 탱고’에 리얼센스 기술을 적용했다. 구글의 탱고는 3D 카메라가 적용된 태블릿PC다. 초기 탱고는 2개의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태블릿 PC 뒷면에 탑재된 카메라 2개를 켜고 복도를 지나면, 화면에 복도가 3D 공간으로 렌더링 되는 식이다. 지난 2014년 여름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날아가 우주비행사의 임무를 돕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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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가 리얼센스 덕분에 더 정교해졌다. 리얼센스가 탑재된 탱고 모바일 기기로 세밀한 실내 내비게이션 지도를 만들 수 있고, 모바일 기기가 공간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가상현실 게임을 제작할 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경을 집어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 친숙한 마을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리얼센스가 적용된 탱고를 활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인텔은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는 인텔 리얼센스 개발자 도구를 올해 하반기 개발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만난 리얼센스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3D프린터 산업과 만나는 리얼센스

현재 3D프린팅에 활용하는 3차원 데이터는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제작된다. 하나는 3D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드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3D스캐너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3D 소프트웨어는 아무나 다루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고, 3D스캐너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런 이유에서 리얼센스는 3D프린팅 산업과 찰떡궁합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처럼, 리얼센스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리얼센스 기술이 싼값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3D스캐너의 등장을 이끌어 3D프린팅 산업의 확산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의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업체 ‘아이시즈3D(iSeez3D)’가 리얼센스를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용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다. 아이시즈3D는 IDF15에 참석해 리얼센스 기술을 활용하는 3D스캐닝 기술을 공개했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3D프린팅을 위한 3D스캐너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1천만원에 이르는 핸드스캐너보다 값싸고, 기존 3D스캐너보다 정교하며, 더 빠른 속도로 현실의 사물을 3D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아이시즈3D의 3D스캐닝 기술은 리얼센스 카메라를 이용해 사물의 색깔을 3D 데이터로 구현한다. 스캔으로 얻은 데이터를 3D로 렌더링하는 과정은 클라우드에서 이뤄지도록 해 렌더링 시간도 줄였다. 스캔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렌더링을 구현하는 데 불과 몇 분이면 충분하다는 게 아이시즈3D의 설명이다.

아이시즈3D는 애플의 맥과 MS의 윈도우10으로 동작하는 PC, 리얼센스 카메라가 탑재된 태블릿 PC에서 3D스캐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