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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사진 옮기는 마술, ‘와이파이’

2015.08.23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많이 접하지만, 그래도 “와~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게 요즘 디지털카메라쪽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일하다 보면 사진을 찍고 옮기는 게 은근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물론 최소 몇 시간을 기다려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지에 사진을 뽑아보던 때가 그리 오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나마도 필름을 다 쓰지 않으면 사진관에 맡기는 것부터 기다려야 했지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가볍게 확인할 수 있게 됐고, PC 앞에 있으면 곧바로 원본을 확인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사진 업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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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똑같이 디지털이라고 해도 요즘 사진의 소비 방법은 과거와 분명 달라졌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을 누구나 쓰게 됐고, 사진의 소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비중이 높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과거 똑딱이 디지털카메라 이상의 화질을 뽑아냅니다. 고급 카메라의 자리가 위태로워졌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화질에 대한 요구는 그리 줄어들지 않나봅니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는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편리함만큼이나 화질에 대한 욕심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똑똑한 디지털 카메라의 조건, 사진 전송

그래서 카메라에 안드로이드같은 자체 운영체제를 깔기도 합니다. 카메라에서 직접 사진을 편집하고 공유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기능은 화질이 좋은 고성능 카메라일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OS지원은 카메라 업체들도 쉽지 않은 법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뭘까요? 스마트폰과 고화질 사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없고, 카메라를 휴대전화처럼 쓸 수는 없는 법.

말머리가 길어졌습니다. 디카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좀 쉽게 옮길 수 없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 말입니다. 방법은 많습니다.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이 있는 스마트폰이라면 SD카드 어댑터를 이용해 디지털 카메라에서 찍고 어댑터를 빼고 메모리만 스마트폰에 꽂아 복사하면 됩니다. 속도도 빠르고 파일도 안전하게 옮겨 갑니다. 스마트폰에 SD카드 슬롯이 없다면 PC를 이용해서 내부 저장공간에 복사해도 됩니다. 말할 필요도 없는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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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 구입한 소니 A7II에는 무선랜이 달려 있습니다. 네, 몇 년 된 기술이더군요. 출시한 지 10년이 거의 다 된 캐논 풀 프레임 디지털카메라와 2010년에 샀던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만으로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었습니다. 화소수가 더 늘어나야 할 이유도 별로 없었고, 렌즈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미러리스로 가볍게 찍거나, 풀 프레임 디카로 공들여서 찍을 수 있기만 하면 별로 바랄 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거의 잊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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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카메라는 또 다르더군요. A7II는 사진을 찍고, 곧장 스마트폰과 무선랜으로 연결해 사진을 전송해줍니다. 속도도 빠릅니다. 사진을 한바탕 찍고 나서 컴퓨터를 켤 것도 없고, SD카드 어댑터 없이 무선으로 아이패드에 옮겨서 볼 수 있습니다.

무선랜 연결 설정이 조금 복잡할 수 있지만 한번 설정해두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기기는 연결도 NFC로 간단히 해치웁니다.

A7II만의 기능도 아닙니다. 이전 세대인 A7도 그렇고, RX100M4도 됩니다. 아, 소니만 되는 게 아니라 캐논도 되고, 니콘도 되고, 올림푸스도 됩니다. 이것 하나로도 사진을 찍고 보는 재미가 크게 늘어납니다. 왜 이걸 모르고 살았나 싶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무선랜, 와이파이 같은 표시가 있는지 꼭 확인해보세요.

무선랜 없는 구형 카메라도 SD카드로

구형 카메라에서도 무선랜 전송을 쓸 수 있습니다. 사진만 잘 나오면 된다 했지만 또 편한 게 미련이 남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파이(Eye-fi)’입니다. SD카드 자체에 무선랜 모듈을 심어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PC로 무선 전송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이것도 유행을 타는지, 트랜센드, 도시바, 이지셰어 등 제품이 꽤 늘어났습니다. 그게 예전에는 꽤 비쌌던 기억이 있는데 인터넷 쇼핑몰을 살펴보니 3~5만원 정도면 16~32GB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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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간단합니다. SD카드 안에 작은 콘트롤러와 무선랜 모듈을 집어넣어둡니다. 이 통신 모듈은 SD카드에 전원이 들어가면, 그러니까 카메라를 켜면 활성화됩니다. 스마트폰이나 PC 등의 기기가 SD카드에 무선랜으로 접속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파일을 복사하는 원리입니다. 이건 위에서 설명한 디지털카메라의 무선랜 기능과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SD카드를 연결할 수 있는 카메라면 거의 다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일 겁니다. 당연하지만 무선랜 기능이 내장된 카메라는 이 메모리를 쓸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트랜센드의 와이파이 SD카드를 써봤습니다. 앱의 모양만 다를 뿐 제조사별 차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이 카드를 기존에 쓰던 소니 NEX-5에 꽂았더니 별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무선랜으로 SD카드에 연결합니다. 이때 SD카드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으면서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접속을 끊고, 인터넷이 되는 무선랜 신호를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스마트폰이 접속을 전환하겠다고 알려주는데, 현 네트워크를 유지하겠다고 확인해주면 접속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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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이 끊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카메라 전원입니다. 카메라가 전력을 아끼기 위해 절전모드로 들어가면 SD카드도 전원이 꺼집니다. 당연히 접속도 끊어지겠죠. 카메라의 절전모드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SD카드를 리더에 연결하고, USB 충전기에 꽂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앱에서는 SD카드 속에 담긴 것 중 원하는 사진을 복사해올 수도 있고, 실시간으로 새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당겨올 수도 있습니다. 대용량 사진을 연속으로 찍으면 버겁긴 하지만 IEEE802.11n으로 연결해서 꽤 잘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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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뿐 아니라 PC를 쓰는 것도 됩니다. 무선랜으로 연결하고 웹 브라우저 주소창에 ‘wifisd’라고 치면 관리자 페이지가 뜨면서 사진을 무선 전송할 수 있습니다. 뻔해 보이는 기술인데도 세상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카메라의 전력 소비는 조금 늘어나는 것 같긴 하지만 곧장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넘긴 뒤, e메일이나 메시지, 에어드롭으로 나누어주는 재미,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SD카드 하나로 익숙하던 카메라가 갑자기 새로워보입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