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의 두 거장, ‘인터넷의 위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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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위기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지켜본 부모의 눈으로 접근하면 분명 인터넷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성장통을 잘못 겪으면 인터넷은 얼마든지 비뚤게 나아갈 수 있다.

위기의 본질은 네트워크의 집중화다. 인터넷은 자유와 개방, 분산을 유전자에 품고 태어났다. 지금 그 자유와 개방, 분산이 위협을 받고 있다. 기업과 각국 정부가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고 갈수록 그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스노든의 폭로는 인터넷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준 명징한 신호였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스가 10월1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련한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와 '네트워크의 부' 저자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교수의 대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10월1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련한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와 ‘네트워크의 부’ 저자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교수의 대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10월1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련한 전길남 박사와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교수의 대담에서도 인터넷의 위기론은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전길남 박사는 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인터넷을 연결한 주역이고,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네트워크로 증대된 역량을 갖추게 된 개인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대안적 시장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계적 연구자다.

이 대담에 앞서 전길남 박사는 사전 발표를 가진 자리에서 시장 주도적 인터넷 성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글로벌 컨센서스 속에서 인터넷의 미래를 그려가야 하지만 인터넷을 독점하려는 일부 IT 대기업과 이 인프라를 통제하려는 국가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전 박사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대기업은 너무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면서 “이런 대기업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누군가 해킹해서 들어간다면 충분히 악용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해킹의 주체가 특정 국가나 기업이라면 인터넷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하이 벤클러 교수도 그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했다. 벤클러 교수는 십수년 간 이어온 인터넷 발전의 과정에서 등장한 긍정적인 요소를 일일이 강조하면서도 “하지만 진정한 힘은 현재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강력해진 스토리지, 앱스토어, 빅데이터 등은 “감시 능력을 갖춘 소수에게 그 기능을 넘겨주는 형태가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프라의 재집중화가 정부 그리고 기업에 의한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안이다. 청중의 질문도 대안에 대한 논의로 모아졌다. 하지만 두 인터넷 거장의 해법은 다소 원론적일 수밖에 없었다. 전길남 박사는 글로벌 공유지의 구축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그가 언급한 글로벌 공유지는 ‘생태적 인터넷‘이라는 독특한 개념과 맥이 닿아있다. 인간의 사회문화 그리고 물리적 생태계와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는 인터넷, 그것이 그가 말한 생태적 인터넷이고 글로벌 공유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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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개방성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클러 교수는 “인터넷 1세대는 개방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개방성의 위협 그것이 핵심적인 투쟁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길남 박사가 “대기업이 웹의 개방성을 이용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고 그렇게 할 힘도 가지고 있다”고 첨언하자 벤클러 교수는 “커먼스 즉 공유지 기반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통제된 시스템에 갇혀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개방성 위협하는 편리한 폐쇄적 인터넷

폐쇄된 인터넷 공간이 주는 편리함과 어떻게 싸워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화두로 등장했다. 이를테면 애플 앱스토어의 폐쇄성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개방성과 대척되는 지점에서 사용자를 확대해가고 있다. 편의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리눅스 등과 비교하면 폐쇄적이긴 마찬가지다. 폐쇄적이지만 사용자 편의적인 생태계가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성을 대체해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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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그것은 개방성을 지지하는 진영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대안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어폭스가 성취했던 성과가 더 폭넓게 확산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대안적 플랫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점유율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대안을 현실로 풀어낼 수 있을 때 인터넷의 개방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인터넷 거장은 인터넷이 태생의 철학을 견지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벤클러 교수는 “자유로움이 모두에게 심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로 전길남 박사는 “대응책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전세계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결론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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