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콘텐츠 엑소더스, 그럼 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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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누가 TV로 뉴스를 보냐’라는 말이 나오지만, 방송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신문에 비해 혁신적인 미디어였다. 방송은 신문이 전달하지 못했던 실시간성으로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시간이 흘러 방송이 지배적 사업자가 되고,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이 상황을 바꾸고 있다. 다양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많은 규제를 받는다. 그 규제 중 하나가 ‘편성 다양성’이다. 뉴스도 넣어야 하고, 예능, 다큐멘터리, 어린이용 만화 등등 골고루 넣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성을 내세우는 매체의 등장으로 시청자를 빼앗기는 상황이 온다. 예전에는 오후 4시쯤 아이들이 보는 만화나 아동 프로를 배치하면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투니버스의 등장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이처럼 전문채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상파의 한계가 조금씩 노출되기 시작했다. 케이블, IPTV의 등장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며 먹고 살 만 했다. 그러나 모바일의 시대가 도래하고,  TV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방송 콘텐츠만 만드는 걸로는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자칫했다가는 TV와 함께 구시대 유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방송의 수익모델은 광고다. 그러나 광고시장은 내수 시장 경제 규모라는 한계가 있다. 광고시장의 규모는 방송이 키우고 말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광고시장에 뛰어드는 경쟁자가 많아지면 나눠 먹을 주체는 많아지고 몫이 줄어든다. 그간 광고로도 충분했던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에서 유통의 주체인 플랫폼으로 시선을 넓히게 된다.

플랫폼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을 말한다. 플랫폼의 힘은 사람을 많이 모아두고 유지하는 데 있다. 우리가 네이버나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이용할 때 돈을 내지 않아도 서비스는 잘 유지된다. 플랫폼 이용자가 돈을 안 내더라도 플랫폼은 돈도 잘 번다. 플랫폼의 힘이다. 인터넷 시대는 플랫폼 전쟁의 시대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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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시대는 간다. flickr, Dennis Jarvis CC BY-SA

SMR와 네이버 TV캐스트

지난해 말 MBC, SBS, CJ E&M 등 국내 7개 방송사가 모여 스마트미디어렙(이하 SMR)을 만들었다. SMR는 PC, 모바일, 스마트TV 내 OTT 서비스 사업자에게 동영상 광고사업을 진행한다. 유튜브와 협상을 진행하긴 했지만, 글로벌 서비스인 유튜브가 국내 방송사들이 요구한다고 정책을 달리할 리가 없다. 결국, 조건이 맞지 않자 방송사들은 콘텐츠를 싸 들고 유튜브를 나간다.

방송사는 네이버·다음(현 카카오)과 손을 잡았다. 영상편성권, 광고영업권, 이용자 데이터 확보의 3가지 조건에 광고 수익까지 90%를 갖는 조건이었다. 네이버에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당시 네이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사의 요구는 주도권을 넘겨달라는 얘기였고, 우리는 주도권을 넘겨주더라도 이용자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포털은 유튜브 앞에서 무력했다. 지난해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했다. 2015년의 네이버 TV캐스트는 SMR 콘텐츠에 힘입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신규 클립 수도 많아졌고, 연간 재생 수, 체류시간 모두 대폭 상승했다.

SMR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떠나왔듯이, 언제든지 네이버를 떠날 수 있다. 네이버가 ‘커넥트 2015’행사에서 웹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조한 바탕에는 SMR 콘텐츠 주도권을 잃었다는 배경이 있다. 네이버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신서유기’가 대표적인 시도다. 김혁 SBS 미디어 사업국 플랫폼 사업팀장은 “그간 네이버가 콘텐츠에 돈을 써 본 적이 없다”라며 “제작 협찬을 하면 클립 유통권이 네이버에 돌아간다. ‘신서유기’는 클립 유통권을 확보하려는 네이버의 시도다”라고 말했다. 물론 네이버가 제작 협찬을 매번 할 수는 없다.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네이버가 2016년 동영상 콘텐츠 전략으로 제시한 ‘1인 창작자 지원’의 배경이 이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콘텐츠 생산자가 플랫폼으로부터 주도권을 가지고 온 결과다.

김혁 SBS 미디어 사업국 플랫폼 사업팀장

SMR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SMR의 탄생 배경에는 방송사의 인식 변화가 있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동영상 클립을 본 프로그램이나 주문형 비디오(VOD)로 유인하기 위한 홍보용 미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콘텐츠의 무게추도 동영상으로 옮겨오면서 3분 남짓의 동영상 클립이 모바일 시대 동영상 소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김혁 팀장은 “어느 순간 동영상 클립의 통제권이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SMR는 동영상 클립의 통제권을 온전히 콘텐츠 생산자에게로 이양하기 위한 작업이다. 김혁 팀장은 “클립을 어떻게 편집하고 유통하느냐에 따라 실시간 시청률과 VOD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실시간 편성 능력뿐만 아니라 비실시간 편성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에 7개 회사가 함께했다”라고 SMR 출범 배경을 이야기했다. SMR로 동영상 콘텐츠의 주도권을 잡은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지난해에는 동영상 클립 콘텐츠로 생긴 광고수익이 8억원이었지만, 올해는 35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전망도 밝다.

이익만 늘어난 게 아니다. 광고영업 측면에서도 큰 개선을 이뤄냈다. 클릭 기반으로 책정되던 광고방식(CPM)에서 콘텐츠 기반 패키지 영업으로 전환됐다. SMR는 ‘무한도전 패키지’, ‘런닝맨 패키지’, ‘삼시세끼 패키지’를 만들어 놓고 판매한다. 당연히 광고단가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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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Mustafa Khayat, CC BY

속보는 순간, 단독은 잠깐

그럼 뉴스는 어떨까? 언론사들도 협력해서 콘텐츠를 묶어낸 뒤 독자적인 플랫폼을 형성하거나 적어도 플랫폼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을까? 전망은 어둡다. 언론사가 참여하는 ‘공동 뉴스포털 논의’는 몇 년은 묵은 이슈다. 이미 예전에도 한국신문협회 주도로 공동 뉴스포털을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공동 뉴스포털이 흐지부지된 이유로는 기본적으로는 수많은 언론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콘텐츠 경쟁력에서도 뉴스와 방송사의 동영상 콘텐츠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을 꼽는다.

방송사의 동영상은 압도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무한도전, 런닝맨 등의 클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여전히 방송사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텍스트 기반의 뉴스는 방송사의 동영상 클립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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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바탕한다. 가장 기본적인 목적도 사실 전달에 있다. 이처럼 뉴스는 태생적으로 ‘사실 전달’이기 때문에 다른 뉴스와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나마 지면과 방송으로 뉴스가 공급되던 시기에는 ‘속보’나 ‘단독’ 같은 방법도 유효했고, 제작 비용이라는 문턱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과 모바일이 그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인터넷을 통한 뉴스 제작과 소비가 고착된 지금 ‘속보’는 순간이고, ‘단독’은 잠깐이다. 제작 비용도 한껏 낮아졌다. 누구나 빠르게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지 오래다.

네이버가 국내의 뉴스유통을 장악한 이후 가장 도드라지는 변화는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위상이다. 통신사는 기본적으로 언론사에 기사를 공급하는 뉴스 도매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게 되면서 연합뉴스는 기업 간 거래사업자(B2B)에서 소비자 대상 서비스(B2C)로 영역을 한껏 넓혀가고 있다. 연합뉴스의 포털 노출 비율이 여타 매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한 매체의 비율이 높아도 사람들의 뉴스 소비 행태는 여전하다. 딱히 뉴스 소비에 있어 불만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뉴스 시장의 주요 사업자들이 딱히 콘텐츠 차별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보가 범람하면서 굳이 뉴스가 아니더라도 사실과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다는 것 역시 언론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미 네이버 생태계에 익숙해진 언론사들이 속보 경쟁과 낚시기사로 트래픽을 끌어모으는 와중에 전통적인 언론이 아닌 플레이어가 뉴스 영역을 부분적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뉴스는 이래저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SMR가 주는 교훈

SMR는 단순히 ‘콘텐츠 제값 받기’에서 멈추는 시도가 아니다. 방송사들은 N스크린 플랫폼인 ‘푹'(pooq)을 더 키워볼 예정이다. 푹을 통해 다양한 기기 환경에서도 콘텐츠를 매개로 사람들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김혁 팀장은 “우리가 유통하는 콘텐츠를 이용해 사용자를 모으고, 모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어떻게 자산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다른 영역의 수익모델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SMR가 다루는 콘텐츠는 뉴스가 아니므로 이 사례를 뉴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SMR가 주는 교훈은 뚜렷하다. 콘텐츠 차별성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뉴스 콘텐츠의 차별성은 단순히 형식 다변화와 뉴스 연성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뉴스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 콘텐츠 공급업자가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페이지뷰가 아닌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 플랫폼으로의 모색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