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격자들의 저널리즘, ‘비트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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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소셜미디어는 정보가 가장 빨리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공론의 장이다.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0년 서울 한복판이 폭우로 물에 잠겼을 때, 현장 사진을 전국에 가장 빨리 퍼다 나른 이들은 언론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었던 트위터 사용자가 찍은 사진과 그 사진을 본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의 리트윗이 큰 역할을 했다. 정보의 생성과 전달이라는 관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정의할 때, 이른바 트위터의 ‘폭우 콘텐츠’는 언론의 역할을 훌륭히 대신했다. 전통적인 언론의 기능 중 ‘속보’ 역할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도움으로 보통 사람들에게 이전되리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이른바 ‘시민 저널리즘’이다.

하지만 몇 가지 영역에서 시민 저널리즘은 뚜렷한 한계를 남겼다. 특정 사용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까닭만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정제된 이야기를 전달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폭우에 잠긴 강남역 사진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었으니까.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도 않은 콘텐츠들이 네트워크를 떠돌아다니게 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트위터는 곧 ‘찌라시’의 온상이 됐다. 여기에 하나 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만들어내는 정보는 무작위로 뿌려지기 마련이다. 수많은 정보를 모아 그 속에서 맥락을 찾아야 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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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니스팀 조소담, 황유덕, 박준호 학생(왼쪽부터)

“독립된 이야기가 맥락을 갖추면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각자 자리에서 목소리를 낸다. 스마트폰으로 꾸준히 기록하고, 부단히 어딘가에 올린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타임라인의 빠른 흐름 속에 곧 묻힌다.

“타임라인 위에서 그저 흐르기만 하는 이야기들을 모으고 맥락을 잡아 재조직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더 강한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비트니스(vvitness)’팀의 조소담 학생은 흩어진 각자의 이야기를 묶어 맥락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제안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보를 공간이나 주제에 따라 모으는 일이다. 공간이나 주제별로 모인 이야기의 제대로 된 맥락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시민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한다. 또,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맥락을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보의 사실관계도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제 막 출발할 준비를 마친 미디어 스타트업 비트니스팀은 여기에 ‘목격자 저널리즘’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비트니스팀은 지난 11월28일 막을 내린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행사에 참여해 대상을 수상한 팀이다.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는 미디어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서비스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SBS와 경기도, 사단법인 앱센터가 주최한 행사다.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비트니스팀은 ‘비트니스’ 서비스를 소개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상과 함께 받은 상금으로 서비스 완성까지 얼마간 버틸 여력도 마련할 수 있었다. 비트니스는 조소담 학생을 대장으로, 기획자 황유덕 학생과 개발자 박준호 학생,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민영 학생, 그리고 익명을 요청한 개발자까지 5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비트니스는 기술적으로 다음과 같이 동작한다. 우선 지도가 중심이다. 현장을 목격한 사용자가 사진을 찍어 올리면, 지도에 자동으로 주제가 등록된다. 사진의 GPS 정보가 바탕이 된다.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장소에서 찍은 동영상이나 사진은 지도 위에서 같은 이야기로 묶인다.

이야기를 주제별로 묶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콘텐츠의 주제를 ‘촛불집회’로 정하면, 같은 주제를 가진 콘텐츠가 함께 엮이는 식이다. 공간 혹은 주제별로 묶인 콘텐츠가 일정량 이상 등록되면 자동으로 채널이 완성된다. 사용자들이 주제에 반응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은 기본이다.

비트니스 서비스는 아직 알파 이전 단계다. 실제 서비스가 일반 사용자에게 공개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뜻이다. 사용자경험(UX)과 구체적인 서비스의 겉모습 등은 지금도 계속 발전시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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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중인 비트니스 서비스 화면

사용자를 중심에 둔 저널리즘 혁신

목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정보를 모아 맥락을 만들어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사의 생산 방식을 혁신하는 것도 비트니스의 목표다. 비트니스팀은 비트니스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까닭으로 저널리즘의 혁신을 이야기한다.

조소담 학생은 “지금 언론이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감으로 파악해 취재하고, 쓰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기자들이 찾아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현재 기자가 기사를 발행하는 방식은 ‘톱다운’ 방식이 보통이다. 언론사나 기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기삿감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기존 언론의 기자 작성과 발행 구조다.

반대로 비트니스는 서비스 내부에서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만들어지고, 맥락에 따라 조직된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목격자들의 정보와 횟수가 시각적으로 제공된다. 정보량은 곧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언론이 사용자들의 이 같은 실시간 관심사를 찾아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감에 의존했던 기삿감 찾기 대신 데이터가 보여주는 관심사를 쫓을 수 있지 않을까.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언론은 비트니스 내부에서 직접 소통하며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취재해 전달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기자의 감’에 의존했던 기삿감 발굴이 ‘사용자의 데이터’로 넘어가는 셈이다. 물론, 언론이 비트니스 내부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관심사를 쫓을 수 있도록 비트니스 팀은 서비스 내부에 언론 전용 채널도 개설할 예정이다.

박준호 학생은 “기술이 발전하고, 미디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기사가 생산되는 방식과 소비되는 방식 모두가 바뀌고 있다”라며 “기자가 사건 현장을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현장을 먼저 전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그렇다면 기자는 어떤 추가적인 역할을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사건의 현장을 보고,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깊은 맥락을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새로운 역할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첫 번째 시험대는 2차 민중 총궐기

비트니스 서비스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하지만 서비스의 구현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 중이다. 12월5일 광화문에서 열릴 2차 민중 총궐기 행사가 첫 번째 무대다. 비트니스 팀은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대안언론 <미스핏츠>와 함께 비트니스 시스템의 기능을 시험했다. 미스핏츠 취재진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비트니스에 올리면, 해당 콘텐츠가 공간이나 주제에 따라 어떻게 재조립될 것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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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덕 학생은 “미스핏츠 취재진이 얼마나 많은 사진과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것인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라며 “시간과 공간이라는 맥락 아래에서 각각의 콘텐츠가 어떻게 묶이게 될지 중점적으로 실험한다”라고 설명했다.

비트니스팀은 스타트업의로서의 면모도 조금씩 갖추는 중이다. 우선은 수익모델이다.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비트니스는 서비스 API를 언론사에 공개해, 언론사가 비트니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치 현재 ‘소셜댓글’ 서비스를 만드는 업체에서 언론에 소셜댓글 서비스 API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파이썬으로 프론트앤드를 구성하고, C#으로 API 개발하는 등 기획 단계에서 개발 과정을 이원화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개발을 담당한 박준호 학생이 API와 데이터베이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스핏츠와 첫 번째 실험을 계획했지만, 구체적인 서비스 완성 시기는 정해두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웹으로 선보인 이후, 응용프로그램(앱)으로도 만들겠다는 큰 틀만 잡은 상태다. 웹서비스에는 ‘공식 출시’가 있을 수 없다는 게 박준호 학생의 생각이다.

“웹은 공개하는 순간 공식 출시가 되는 것이죠. 이후 차근차근 업데이트를 통해 완성해 나가려고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업데이트할 수 있으니까요.” – 박준호

“장기적인 하나의 목표는 없어요. 이 서비스 차제도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니까요. 개발하고, 서비스를 하면서 더 나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조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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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니스는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대상을 받았다. 조소담, 황유덕, 박준호, 이민영 학생(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