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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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관(미래창조과학부 후원)으로 ‘2015 ICT 인문사회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디지털 기술 매체환경에서 창작의 변화’를 주제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창작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디지털 기술이나 매체를 활용한 창작제품들이 시제품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라며 “지능 정보사회로의 진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주목하는 사항”이라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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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적인 수준의 종이모형.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것들이 많다.

종이모형이라는 취미 분야가 있다. ‘페이퍼 크래프트’라고도 불린다. 이전까지 프라모델은 이미 전문가에 의해 설계된 모형을 플라스틱으로 사출해 판매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메타세쿼이아 등 3D 모델링 프로그램, 다면체를 평면에 전개해주는 페파쿠라 프로그램 등의 도입으로 사람들은 원하는 모형을 직접 컴퓨터로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자르고 접어 붙이는 종이의 한계를 넘는 가동, 변형을 구현하기도 하며, 기존 프라모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디테일을 자랑하기도 한다. 종이모형은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문화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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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전까지만 해도 제작과 창작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전통적으로 창작은 장인 혹은 전문가의 주도로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도제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상명하달식, 정보교류식의 협업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창의적 문화 활동의 수단과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창작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만의 기술에 특화돼 있는 ‘독자적 생산자’가 불특정 다수와 작업하게 되는, 새로운 분업에 기초한 유기적 협업의 형태를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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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모형의 경우는 3D 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모형을 설계하면, 다른 사람은 도형 전개 및 도면 정리를 맡고, 제작에 특화된 사람은 실제 종이로 구현하면서 테스트하는 작업을 거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작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창작 시대에는 모듈화된 디지털 도구의 유기적인 상호 결합이 일어난다.

앞서 예시로 든 사례는 단순한 종이모형이지만, 최근에는 3D 프린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제작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의 양상을 ‘디지털 장인의 등장’과 ‘모듈화된 협업’으로 정리했다. 새로운 시대에 ‘장인’이 새롭게 정의되고, 사회적 가치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 시대의 창작 기술과 양상은 다양하다.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등을 이용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기반의 개인 창작 제품도 있다. 3D 사진관, 3D 펜 아트 등,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혼합된 인터랙티브 미디어 창작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메이커 페스티벌, 메이커 스페이스 등 온·오프라인 창작 커뮤니티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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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풀럼 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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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킥스타터 ‘엠쿠키’

링고는 교육용 애완벌레 로봇 플랫폼이다. 아두이노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봇 벌레를 활용해 간단한 코딩과 로봇에 대한 교육도 가능하다. 링고는 2015년 2월26일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됐고 펀딩에 성공했다. 링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코드를 공유하기 위한 링고 포럼도 있다. 레고와 아두이노로 누구나 디지털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는 ‘엠쿠키’는 지난 5월18일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됐으며, 지금은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문제 해결을 돕는 마이크로두이노 포럼도 운영중이다. 엠쿠키는 ‘레고’라는 기존 제조업과 연결해서 상품화된 사례다. 아두이노 보드와 모듈, 모터, 레고 등을 이용해 조립하고, 프로그램을 입력해 넣어서 모형 자동차도 만들 수 있고, 카메라도 만들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이 정리한 성공적인 메이커 사례의 창작 구조는 다음과 같다.

  • 3D프린팅을 통한 프로토타입 검증
  •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한 개발
  • 커뮤니티를 통한 공유와 크라우드소싱
  •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개발자금의 모금
  • 지속적인 개발 과정의 공유 및 대중의 관심 유발
  • 단순 사용자에서 개발자로 진화할 수 있도록 지원
  • 생태계의 구축

이처럼 메이커 문화는 개인 창작을 넘어 협업적 생산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사업화 기회도 생겨난다. 이 연구위원은 “혁신적인 제품은 사업화도 가능하다”라며 “성공적인 메이커 사례의 창작 구조를 보면 일련의 과정이 디지털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오픈소스 제조업 생태계로의 연결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양한 교육과정, 메이커스랩, 문화창작 융합센터 등을 운영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관료적인 접근방식과 관리감독, 사업성에 중점을 둔 정책방향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율성과 여유시간 부족, 다양성이 용납되거나 발휘되기 힘든 사회문화적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단품으로서의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보다는 플랫폼의 개발을 독려하고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