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널리즘? 좋은 질문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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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많이 먹는 나라가 장수한다.’ 반가운 내용이죠(웃음)? 통신사가 처음 썼고, 거의 대부분의 매체가 받아 쓴 기사입니다. 자료 출처는 농협축산경제리서치센터입니다. 살펴보니 적색육 소비량과 기대 수명의 상관계수가 0.7로 1인당 GDP와 기대수명 간 상관계수(0.74)에 근접했다고 합니다. 리서치 센터장은 “기대수명과 상관관계가 높으므로 적색육을 적절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논평도 했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고기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 이건 변인통제가 안 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1월25일 구글 서울 캠퍼스에서 열린 ‘제2회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2주차 강의에서 천관율 <시사IN> 기자가 ‘데이터 +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강연했다. 천관율 기자는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월호 이후 여론 지형 변화 추이를 살펴본 ‘그들을 세금 도둑으로 만드는 완벽한 방법’, 일베를 조명한 ‘이제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 등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주로 썼다. 천관율 기자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몇 가지 한국 언론의 사례를 통해 지금 ‘나쁜 데이터 저널리즘’이 얼마나 많은지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여러분은 나쁜 데이터 저널리즘의 홍수에서 살고 있습니다”

천관율 기자는 “모든 기사는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데이터에 바탕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은 결국 ‘좋은 기사를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으로부터 구분되는 경계는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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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로서의 기자

그러나 좋은 데이터 저널리즘은 그냥 정치평론가에게 ‘이거 아닌 것 같습니다’ 정도의 말을 따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자료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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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율 기자는 “분석 도구를 못 다뤄도 기획은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천관율 기자는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어떤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고 있진 않다. 그간 작성한 방대한 데이터에 근거하는 기사는 분석가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기술이 필요한 기사를 작성할 때, 기자는 기획자로서의 해야 할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기획자는 조율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기사 작성에 필요한 주체들은 각자가 보는 관점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기사의 책임은 기자에게 돌아간다. 때로는 기획자의 생각을 다른 팀원에게 관철해야 할 때도 필요하다. 굉장히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선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저널리스트의 관점이 기본인 만큼 좋은 질문이 우선이다. 괜찮은 데이터를 구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기사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질문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가 달라진다. 천관율 기자는 “적어도 저널리스트에게는 이 순서가 맞다”라며 “데이터가 떠먹여주는 기사는 없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한 정치인의 트위터 이용 패턴을 수집만 한다고 해서 기사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스토리를 엮어갈 뼈대가 되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협업을 바탕으로 질문의 품질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기사의 품질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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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조연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때는 품이 많이 든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는 데는 번거롭고 지난한 작업이 수반된다.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싶은 유혹이 찾아온다. 천관율 기자는 “아깝더라도 참아야 한다”라며 “데이터를 거쳐 도달한 결론이 더 매력적이라면, 데이터 분석을 조연으로 밀어내야 할 때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데이터를 과시하는 게 기사의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데이터 분석 내용이 결과물에서는 아낌없이 압축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 버리기’는 데이터 수집만큼 중요하지만,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천관율 기자는 “공급자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라며 “공급자는 최초에 무엇이 궁금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면 질문을 놓친다”라고 말했다. 밑 자료를 모르는 평균적인 독자의 감을 회복해야 한다. 천관율 기자는 “최대한 깊이 들어간 후에는 들어갔을 때만큼 치열하게 빠져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