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친구들, 폰으로 한국어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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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교육(에듀테크) 스타트업을 둘러보면 자녀를 둔 부모나 학교·학원 교사 출신 설립자가 꽤 많다. 학생과 가장 가까이 있다보니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쉽게 찾아내 사업화하는 것이다. 쇼한은 조금 다르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팀원으로 구성된 쇼한은 주변 친구들을 돕기 위해 교육 스타트업을 세웠다. 바로 한국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인 친구들이다.

“중국 친구들의 학교 적응, 한국어 교육으로 돕고파”

쇼한은 중국어 ‘手机韩语’의 줄임말이다. 이 단어는 휴대폰(手机)과 한국어(韩语)를 합쳐서 나왔다. 풀이하자면 휴대폰으로 배우는 한국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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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한 로고

쇼한의 서비스 모델은 간단하다. 한국어 과외를 모바일에 최적화해 제공하는 것이다.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불리는 SNS ‘위챗’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텍스트보다 음성 파일을 더 많이 주고받으면서 진행하고 있다. 수강생은 5시간에 7만원을 내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 덕에 수업 시간과 분량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강사는 모두 한국인이다. 쇼한은 중국어와 한국어 실력을 상세히 확인하고 별도의 면접을 통해 합격한 사람만 강사 기회를 주고 있다. 강사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조영훈 쇼한 공동설립자 겸 대표는 “수강생이 대부분이 유학생이라는 것을 가정했다”라며 “비슷한 연령대로 맞추기 위해서 대학생 강사만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익이 많은 강사는 한 달에 40만원 정도 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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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한 서비스 예시. 위챗으로 한국어 과외를 받을 수 있다

쇼한은 단순히 언어만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언어 실력을 높여 한국 생활 적응을 돕고자 했다. 이민 쇼한 이사는 “한국에 유학온 중국인 학생이 받는 한국어 교육에는 빈틈이 많다”라며 “재한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때는 대학교 내 어학원을 다닐 때가 거의 유일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토픽) 등급 기준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낮습니다. 1급(초급)~6급(고급) 가운데 3~4급 수준이죠. 이들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융화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서비스는 찾기 어렵습니다.”

쇼한은 2015년 7월 공식 출시했으며 매달 매출이 30%씩 증가할 만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독특한 건 한국이 아닌 중국 현지에서도 쇼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쇼한 고객 중 한국에서 거주하는 중국인은 10%이며, 중국에서 거주하는 중국인이 85%다. 한국에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이 중국 현지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중국 시장을 잘 꿰뚫어보는 팀원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통’이 모여 만든 젊은 스타트업

쇼한 서비스를 가장 처음 구상한 사람은 조영훈 대표다. 조영훈 대표는 중어중문학과 출신으로 중국에 직접 어학연수를 다녀올 만큼 중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졸업하기 전에 이미 SNS을 주제로 한 작은 사업을 시작했지만 성과가 없어 접게 됐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한창 많아졌을 무렵, 주변에 있던 중국인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국어 공부를 하기 너무 힘들다는 얘기였다. 조영훈 대표는 자신이 중국어 공부를 하던 방식을 생각해 ‘전화 중국어’와 비슷한 ‘전화 한국어’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한국이든 중국이든 ‘전화 한국어’같은 외국어 학습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조영훈 대표는 모바일로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한국어 학습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다.

스타트업 설립을 위해 조영훈 대표가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이 이민 이사다. 이민 이사는 중국인이지만 한국에서 12년 넘게 거주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친구였다. 두 사람 모두 대학 ‘중국경영전략학회’라는 동아리에서 5년 넘게 알고 지내던 동기라 서로 마음도 맞는 사이였다. 이민 이사는 “주변의 중국 친구들이 한국어를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나 스스로도 평소 한국어 교육 방식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라며 쇼한 설립자로 나선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설립자는 홍성우 이사다. 홍성우 이사는 따로 중국어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중국경영전략학회에서 오랬동안 활동해 두 설립자를 잘 알고 있었다. 홍성우 이사는 “동기 2명이 창업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가치있다고 생각해 합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쇼한에는 중국인 팀원이 2명 더 있고, 대부분 중국경영전략학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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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한 팀원. (왼쪽부터) 홍성우 이사, 도현석 매니저, 양소민 매니저, 주혜정 매니저, 최지윤 매니저, 이민 이사, 조영훈 대표(사진:쇼한 제공)

조영훈 대표는 현재 쇼한의 가장 큰 경쟁력에 “사용자 입장을 잘 이해하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쇼한의 모든 구성원이 20대이고, 중국 유학 경험이 있는 한국인 팀원과 재한 중국인 유학생 및 졸업생이다. 그러다보니 서비스를 기획할 때마다 한국인 강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인 팀원과 중국인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인 팀원이 각자 열띤 토론을 거친다. 자연스레 강사와 수강생을 모두를 이해하는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중국에 부는 한국어 교육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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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한은 철저히 중국 사용자를 겨냥해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짜고 있다. 실제로 한국 대학교 내에서 포스터나 패널을 붙이는 것보다 중국의 SNS 웨이보로 홍보하는 게 훨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법인도 한국과 중국 양쪽 모두에 설립했다. 쇼한의 올해 목표는 수강생 1천명을 모으는 것이다. 조영훈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한국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라며 “하지만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중국에도 한국어 학원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경, 상하이같은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한국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적이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데려다 강사로 앉히거나 한국어를 전공한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도 하죠. 쇼한은 중국보다 한국어 강사 후보가 다양하다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 대학생이 알려주는 한국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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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한은 웨이보를 통해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사진:쇼한 제공)

쇼한은 앞으로 위챗이 아닌 자체 모바일 앱을 따로 만들어 중국 앱 마켓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료회원을 늘리고, 투자 유치 및 개발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조영훈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창업의 매력인 것 같다”라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가진 좋은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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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출시 될 쇼한 앱(사진: 쇼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