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허브] 오바마 대통령 논문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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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논문 ‘미국 의료 서비스 개혁 : 현재까지의 진행과 다음 단계‘(United States Health Care Reform : Progress to Date and Next Steps)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현직 대통령이 저자가 돼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니 그 자체가 이야기 거리이다. 학술 논문이 실린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라는 학술지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이다. 임팩트 팩터(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점수로 지난 한해 동안 전 세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논문이 얼마나 의해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37점이며 최고의 권위가 인정되는 학술지이다. <JAMA> 편집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논문이 다른 논문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심사 받고 승인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논문은 도서관을 통해서 열람되기보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고 있으며, 100만건 이상의 페이지뷰와 4만7천 건의 다운로드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저자가 돼 발표된 논문이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논문에서 저자가 된다는 것이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치인이 저자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학술적인 논문 형식으로 접근하고 토론을 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네이버 전문정보에서 ‘사드(Thaad)’를 검색하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 학술 논문을 53건 찾을 수 있지만, 그 중 대통령이 저자로 들어간 논문은 없다.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했다는 점이 오바마 논문의 특징이라고 하는 데 이의를 달 수는 없다.

미국에서 의료시스템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이다. 첨단 과학의 발전으로 최고의 의료 기술을 자랑하지만 의료 서비스의 빈부 격차는 매우 큰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미국인의 25%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의료보호제도가 도입된 1970년대 이후 15%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이다. 국가 경제의 13-16%를 의료에 쏟아붓고 있는 미국에서 이런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의 수치이고 골치덩어리이다. 첨단 의료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새로운 진단 기술의 도입으로 의료비는 인상됐고 쏟아부어야 하는 재정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의료 빈부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가난한 사람의 건강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의료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현대 문명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 시한폭탄을 키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논문에서는 2010년 16.0%였던 의료보험 제외자 비율이 2015년에 9.1%로 떨어지는 성과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검증된 통계 데이터와 그 동안의 노력과 실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예방의학의 확대와 정보화 사업 등으로 서비스를 효율화했고, 의료 행위의 30%에 대해 비용 지불 제도를 개선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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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의 끝부분에서 향후 정책 결정자에게 전하는 3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교훈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항상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정치 파벌(hyperpartisanship)에 따라 정책을 수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가장 어려웠던 문제였다고 하고 있다. 둘째는 직업군에 따른 이기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병원협회에서는 수가제도 개혁을 수용하고 의료비 절감 정책에 협조했지만 제약회사에서는 의약품 가격 제도의 개혁에 협조하지 않았음을 비판하고 있다. 과거에 소아마비 백신이나 페니실린을 광범위하게 이용하도록 한 사례와 같이 약값의 혁신적인 인하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셋째는 실용주의(pragmatism) 관점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정책 수립이나 실행을 하는데 있어 이론과 원칙보다는 현실적인 타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공통 분모를 찾고 현실에 입각한 협상을 하면 해결 방안이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책임(faith in responsibility), 기회(belief in opportunity), 그리고 가치(ability to unite around common values)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와 미국은 워낙 특별한 대통령이며 거대한 국가이니 우리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전문 학술지에 실린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일부 지식층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바마의 논문을 읽어보면 어려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내용도 아니고 법률적인 용어나 원리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난한 의료 취약 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많은 국민에게 지속적인 의료 혜택을 저비용으로 제공하려는 국가의 노력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것,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전파되었다는 것, 그 논문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논문이 담고 있는 지식과 가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모두가 우리의 행복이고 자랑이다. 행복과 자랑은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우선 ‘의료는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의료는 모든 국민의 것이며, 모두가 알고 혜택을 수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의료라는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 논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도 있겠지만 동료에게 물어 보면 된다. 논문의 내용이나 결과는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되고 있다.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되고 있다.

‘지식’은 ‘의료’와 비슷하다. 우선 “지식은 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학자를 위한 지식과 일반인을 위한 지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학술 논문도 독자들에게 읽히고 지식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돼야 가치가 있다. 학술 논문으로 인정받기 위한 심사 절차를 마친 논문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의료비가 상승하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문의 발달로 학술 논문이 더 많이 출판되고 논문에 대한 접근 비용이 증가하는 것 역시 이해는 하지만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식은 빠르게 전파되고 지식 접근 문턱이 낮아지고 있지만, 일부 영리 목적의 학술 논문 출판사는 새로운 장벽을 만들고 있다. 오픈 액세스는 출판사의 횡포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 학술 논문에 대한 접근 기회를 확대하자는 연구자의 활동이다. 학술 논문 출판 비용을 연구자가 부담하여 학술 논문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공유와 개방을 확대하자는 운동이다.

JAMA 라는 학술지를 한국에서 개인이 구독한다면 연간 10만원의 구독료를 내야 한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등 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이 주요 저널의 학술논문을 볼 수 있도록 하려면 기관 규모에 따라 5억원에서 100억원의 구독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 비용을 내고도 일반인은 읽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유료 출판 제도이다. <JAMA> 학술지에 실린 오바마의 논문을 우리가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 논문의 무료 접근을 허용하는 오픈 액세스 정책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오픈 액세스란?

오픈 액세스란 현행 학술커뮤니케이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 중 하나로 법적, 경제적, 기술적 장벽 없이 전 세계 이용자 누구라도 자유롭게 무료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생산자와 이용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액세스는 저자의 비용 부담, 이용자의 무료 접근, 시·공간을 초월한 상시적 접근, 저자의 저작권 보유 등의 4대 원칙을 강조하는 정보공유 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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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사)코드 이사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세계보건기구 의학정보문헌 협력센터(WHO CC HILS) 책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단법인 C.O.D.E. 이사장으로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오픈액세스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