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자주 찍는다. 실은 자주를 넘어 엄청 많이, 시도 때도 없이, 내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인스타에 올리는 편이다. 꼭 예쁜 사진이나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고-급진 사진이 아니어도 찍고 올리는 행위에 만족감을 느낀다. 일기를 사진으로 대체하는 느낌? 하지만 손에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의미의 사진은 거의 없다. 디지털 공간에 차곡차곡 저장할 뿐이다. 물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런 인스타 세대를 위한 즉석카메라가 나왔다.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은 인스탁스 제품 최초로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즉석카메라다. ‘하이–브리드’라고? 이거 어쩐지 거창하게 들리는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디지털 패널이 달린 즉석카메라다.

인스탁스로 인스타그램 찍기

SQ10은 인스타그램처럼 둥근 정사각형 모양이다. 외관뿐만 아니라 필름도 정사각형 프레임(62*62mm)으로 만들어졌다. 후지필름은 인스탁스 스퀘어에 대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말했는데 물론 세련된 느낌은 있지만 ‘인스타’ 세대에 너무 꽂혀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초간단리뷰]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을 써봤다

[초간단리뷰]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을 써봤다. 최소 필름 아까울 일은 없을 듯!

블로터앤미디어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9월 4일 월요일

크기는 조금 큰 편이다. 하지만 전면 중앙의 둘레 부분이 홈처럼 들어가 있어서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은 안정적이다. 기존 즉석카메라가 작고 아담했던 것에 비해 크기 덕인지 좀더 카메라처럼 느껴진다. 가운데 CD처럼 생긴 휠을 돌리면 전원이 켜진다. 후면은 디지털 패널이 탑재돼 있다.

사진을 확인하고 뽑을 수 있다니···. 더 이상 즉석카메라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즉석카메라가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사진을 금방 보기 위해서’였다. 에드윈 랜드 박사는 “사진을 바로 보여달라”는 어린 딸의 말에 즉석사진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1947년, ‘폴라로이드’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2017년. 정말로 사진을 바로 볼 수 없는 즉석카메라가 탄생한 것이다.

어쩐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혼종처럼 보이는 SQ10은 사실 랜드 박사가 그렸던 즉석카메라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무게는 470g. 에코백에 넣고 다녔는데 나쁘지 않은 무게였다. 크기가 커서 좀 걸렸고 보조배터리와 부딪힐까봐 걱정됐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릴 때처럼, 사진을 찍은 후 필터를 고르고 밝기와 비네팅을 조절할 수 있다. 기본 모드 외 필터는 코넬리우스, 모노크롬, 루나, 이머스, 앰버, 마멀레이드, 마티니, 세피아, 롯폰기, 하이라인으로 총 10개다.

밝기와 비네팅은 19단계까지 있다. 촬영할 때에도 필터·밝기·비네팅 조절이 가능하지만 나중에도 사진의 설정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별이 다섯 개. 또 사진마다 어울리는 필터가 조금씩 달라 유용했다.

조리개값은 f/2.4까지 가능하다. AF(자동 초점), AE(자동 노출) 기능도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 밝게 촬영할 수 있다. 3.0인치 TFT 컬러 LCD 모니터는 46만 도트까지 표현한다. 그게 얼마나 큰 숫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똑딱이’ 카메라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는 정도였다.

SQ10은 10cm 떨어진 거리에서 근접 촬영도 할 수 있다.

이중노출, 벌브모드, 썸네일 프린트 등의 특수 촬영 모드도 지원한다. 벌브모드로 찍을 수 있는 건 빛의 궤적을 따라가는 사진들이다. 야경을 찍을 때도 좋다. 이중노출 사진은 사진 두 장을 겹쳐서 하나로 만들어주는 건데, 잘 찍으면 꽤 느낌 있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사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즉석카메라 구매를 고민할 때 화질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적당히 화질이 안 좋아야 좀더 즉석카메라 느낌 아닌가? 고화질 사진은 DSLR이나 듀얼 카메라가 달린 폰카로도 충분하니까.

꼭 하나뿐이어야 해?

이제껏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즉석사진 안에 담긴 ‘그때 그 순간’은 공유할 수도 없고 재생산할 수도 없는 기록이었다. SQ10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사진을 공유하거나 끝없이 재생산할 수도 있다.

SQ10 왼쪽 면에 있는 버튼으로 ‘자동 인쇄 모드’와 ‘수동 인쇄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자동 인쇄 모드로 설정하고 찍으면 사진을 찍는 순간 바로 인쇄된다. 동시에 카메라에 사진이 저장된다. 처음에 자동 인쇄 모드로 설정되어 있던 탓에 필름 몇 장을 날렸다.

‘인쇄’라고는 써있지만 기존 인스탁스 미니의 필름 처리 방식과 같다고.

우리는 ‘스투핏과 그레이트’ 그 사이에 산다

필름값은 즉석카메라의 구매장벽 중 하나다. 예전에 비해  필름값이 저렴해졌다지만 지금도 인스탁스 미니 기준으로 찾아보면 1팩(10장)에 7500원 정도 한다. 셔터 한번 누를 때마다 대략 750원이 드는 꼴이다.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티끌 쓰다가 카드값이 태산된다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SQ10을 들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은 “필름값 아낄 수 있겠네?”는 말부터 꺼냈다.

하지만 SQ10은 스퀘어 모양에 맞게 나온 필름만 쓸 수 있다. 후지필름이 처음 선보이는 정방형 필름이니 기존 필름보다 비싸다. 1팩(10장)에 1만5천원으로 1개에 1500원 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높다.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의 가격은 35만원이다. 보통 인스탁스 미니 가격은 10만원대다. 역시 내게는 좀 비싸게 느껴진다.

그래서, 포토프린터랑 뭐가 달라?

SQ10으로 다른 데서 찍은 사진을 뽑을 수도 있다. 마이크로SD 카드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담아 SQ10으로 옮기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찍은 사진을 SQ10으로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로SD 카드가 없어서 시도는 못 해봤다.

내장 메모리에는 약 50장의 사진이 들어가는데 스마트폰에 익숙한 탓인지 저장 용량이 금방 다 찼다. 마이크로SD 카드를 이용하면 저장 공간을 좀더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SD 카드를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보다 편한 방식으로 사진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기능은 포토프린터와 비슷하다. 경제적 합리성을 한번 더 따져보자. 후지필름에는 포토프린터 ‘피킷’이 있다. 이 제품은 9만9천원 정도다. 2016년에 나온 최신 포토프린터 쉐어2는 24만5천원이다. 난 그 돈이면 키보드를 산다. 집에 포토프린터가 있다면 SQ10을 굳이 살 이유가 없다.

“그냥 촬영도 되는 비싼 포토프린터 아냐?”라는 동료 기자의 질문에 고심하다 “뭐, 그런 거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비슷해도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느낌이 다르다. 느낌적인 느낌, 뭐 그런 거. 느낌을 추구하기보다 ‘그레이트’한 소비를 하고 싶다면 좀더 생각해보시길.

필름의 미학과 디지털의 영원성

카메라는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기이한 존재다. 그 존재는 이제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

집집마다 똑딱이 디카나 보급형 DSLR 하나씩은 있고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가 탑재돼 나오는 시대에, 즉석카메라는 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IT기기라는 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있으면 좋고’에 좀더 마음이 가는 게 문제지.

디지털은 편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날로그의 촉각적 경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종이를 넘기는, 연필로 글을 쓰는, 한 번씩 시계의 시간을 애써 맞추고 사진을 만지고 앨범에 끼워 넣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순간들. 하지만 아날로그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필름의 미학과 디지털의 영원성을 모두 갖춘 SQ10은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