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공유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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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로터>가 9월5일, 창간 11주년을 맞았습니다.

요즘은 10년이면 강산이 10번도 더 변하는 시대 같습니다. 10년 전 처음 제호를 띄울 때도 IT는 여전히 첨단 산업이었습니다. ‘웹2.0’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미디어 흐름이 웹에서 출렁거렸고, 누군가는 섣불리 미디어 지각변동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쫓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게 11년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반성하게 됩니다. <블로터>는 앞을 보려 노력한 만큼, 뒤를 돌아보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기술 진보란 고속열차에 올라타기 바빴지만, 주변 풍경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나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숨가쁘게 불어닥쳤던 ‘혁명’들이 특히나 그랬습니다. 인공지능은 게임이나 바둑이란 유희를 넘어, 인간의 통제 권한 속으로 알고리즘을 밀어넣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찰나의 순간 생명을 담보로 한 선택권을 스스로 가져가려 합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가 인간 사고의 일부를 대치하려 하고, 실제로 급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블랙홀은 사유의 여유를 단숨에 집어삼키려 합니다.

궁금합니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란 의제는 지금도 유효할까요? 기술이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로 넘어오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러기에 누군가는 성찰을 촉구합니다.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모색합니다. 기술과 인간은 선택지가 아니라 공유지에 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1살을 맞아 <블로터>는 새삼 이 물음에 천착하고자 합니다. ‘인간과 기술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정답은 모릅니다. 해법에 이르기까지는 지난한 연구와 고민, 성찰과 시행착오가 따르겠지요. 그 출발선부터 먼 여정까지 <블로터>가 함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블로터>가 달리고픈 길입니다. 틈틈이 뒤를 돌아보면서 달려가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 한 사발을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