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인공지능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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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101 1과 0사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 쇼케이스가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시연장

인공지능과 예술 사이의 간극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어쩌면 사람들의 믿을 구석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고 한들 예술의 재료가 되는 ‘창의성’ 만큼은 따라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종종 인공지능이 소설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는 사례들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보며 ‘역시 아직…’ 이라며 안심하기 좋았다.

알파고의 인공지능과 예술의 인공지능은 당연히 다르다. 승패가 결정 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채점 기준도 없다. 이것을 접하는 타인에게 얼마나 감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말 그대로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다. 우리가 어느 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을 인공지능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세계관 확장으로 감정은 풍부해지되, 그 상황에 가서도 인공지능의 창작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

이 대답을 찾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SM엔터테인먼트가 만났다. 어차피 언젠가는 음악과 인공지능이 만나야 한다면 더 혁신적이고 이로운 방법을 찾고자 뜻을 모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월 말부터 10주간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라는 이름의 융합형 콘텐츠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퓨처플레이, 구글캠퍼스 서울, 한예종 융합예술센터 등 국내외 다양한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했다.

쇼케이스 이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몽상지능’ 포자랩스 허원길 대표, ‘플레이 위드 에러’ 박중배 님, ‘셀렙봇’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 버즈뮤직코리아 이정석 대표, ‘에트모’ 코클리어 한윤창 대표, 장재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장, 박경자 한국콘텐츠진흥원 교육사업본부장(왼쪽부터)

6개의 프로젝트팀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숫자 1과 0의 언어로 인공지능과 열심히 소통했다. 그 결과는 ‘11011101’. 11월1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시연장에서 열린 쇼케이스는 제목은 ‘11011101 1과 0사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였다. 진행된 6개의 프로젝트팀은 아래와 같다.

– 비보이와 인공지능이 함께 안무를 창작하는 ‘BBOY X AI’
– 팬과 아티스트가 1:1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셀렙봇(Celeb Bot)’
– 전문가 간 협업으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플레이 위드 에러(Play with error)’
– 공간맞춤형 음악생성 프로젝트 ‘에트모(Atmo)’
– 영상에 맞춰 AI와 아티스트가 음악을 디제잉 하는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Groove your moment with AI)’
– 인공지능 개발자와 작곡가가 공동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몽상지능(Daydream Intelligence)’

이날 사회자로 나선 뮤지션 윤상(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45년 전 샤프펜슬이 처음 나왔을 때 자동연필이라는 키워드로 광고를 했다. 그때 참 신기했다. 그런데 이제는 ‘음악 저작권을 인공지능에게 줘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과 감성이 발맞춰 나갈 수 있는 고민을 계속하는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윤상

이날 무대는 그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행사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비보이가 춤을 췄고, 랩을 하고, 노래를 하고, 디제이가 디제잉을 했고, 록밴드가 나오거나, 현대무용가가 나왔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그냥 콘서트로 착각할 만했다. 프로젝트팀들은 대부분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말 그대로 ‘콜라보레이션’이다.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음악 콘텐츠를 내놓도록 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창조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BBOY X AI 팀이 비보이 댄스를 학습시킨 인공지능과 함께 무대공연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BBOY X AI

BBOY X AI는 사람의 비보이 안무 동작을 데이터화해 인공지능에게 비보잉을 가르치는 작업을 진행했다. 비보이의 퍼포먼스, 그리고 다양한 비보이 동작들을 직접 춤을 추며 안무 데이터로 모았다.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키넥트 센서를 연결해 직접 데이터를 생성해낸 게 특징이다. 현재는 학습 수준을 넘어서서 어떻게 기존 인간 비보이의 움직임으로부터 창조적인 동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소녀시대 써니의 셀렙봇과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가 직접 무대에서 대화 시연을 선보였다. 대화내용이 다소 오그라들었지만, 그만큼 감정이입을 가능케 한 기술력을 뽐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셀렙봇(Celeb Bot)

셀렙봇은 셀렙과 팬이 친밀한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간단히 말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마치 실제 관계인 것처럼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셀렙봇 프로젝트를 운영한 스캐터랩 팀은 팬과 셀렙이 다른 어떤 관계보다 감정적이고 강렬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관계의 특성상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계점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셀렙봇은 30억쌍의 카카오톡 대화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해,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레이 위드 에러의 공연에서는 ‘Kim Kate & Humelo – Singularity(feat.Moldy)’와 ‘야광토끼 – Room314(Remixed by Kim Kate & Humelo) 두 곡이 공개됐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플레이 위드 에러(Play with error)

플레이 위드 에러는 인공지능 개발자, 데이터 아티스트, 사운드 아티스트 간의 협업으로 작업한 팀이다. 작곡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동 작곡 작업을 진행해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의한 비주얼 아트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이날 현장에서는 2개의 곡이 공개됐다. 작곡 AI를 가진 휴멜로가 작곡한 선율에 프로듀서가 리듬과 음색을 신디사이저로 입히는 방식이었다. 인공지능 음악 고유의 느낌을 일부러 유지했다. 기대 없이 들었지만, 기대 안 할 이유가 없는 무대였다. 일반적인 음악 무대와 전혀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좋다’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이 감정적 동요는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협업 사이에서 누구의 역할에 의한 걸까’라는 고민이 들게 했다.

에트모의 쇼케이스 무대 모습. 현대 무용가가 직접 상황을 연출하며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악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몄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에트모(Atmo : Generative Music for Spatial Atmo-sphere)

에트모는 공간의 환경, 상황과 맥락에 맞춰 알맞은 음악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일방적인 음악 전달 방식과는 다르게 외부 환경을 고려하고, 커뮤니케이션해가며 음악을 표현했다. 공연 현장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공연 현장에서 나는 소리를 분석해서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습득한 데이터를 통해 에트모는 뮤지션들이 만든 수많은 음악 조각들을 연주하거나, 상황에 알맞도록 적절하게 변화시켜 재생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뮤지션, 인공지능 연구자뿐만 아니라 공간 구성을 위한 건축가가 참여했다.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의 쇼케이스는 ‘IDEOTAPE’의 리더인 DJ 디구루가 무대에 나섰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Groove your moment with AI)

이번에는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프로젝트다.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는 주제로 쇼케이스를 진행한 버즈뮤직코리아, 디구루 팀은 영상을 입력하면 주어진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고, 해당 음악에서 추출된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비주얼 효과까지 부여하는 앱 서비스 ‘그로보'(groovo)를 이날 공개했다.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 음악에 연동되는 비주얼 효과, 트렌디한 트랜지션이 적용된 결과물을 통해 누구든지 일상의 순간들을 뮤직비디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서비스를 설명했다.

몽상지능팀은 ‘너디한 개발자들과 힙한 아티스트들이 만나서 어떻게 일하게 됐는지 솔직한 경험을 말하겠다.’며 발표를 시작했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몽상지능(Daydream Intelligence)

몽상지능팀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본격적인 예술 콘텐츠 협업이 이뤄지기 시작할 때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여지를 줬다. 몽상지능팀은 인공지능이 수없이 많은 샘플링 과정을 맡아준다면, 인간은 최종 검토자로 위치하는 그림을 그렸다. 인공지능이 아티스트에게 수많은 멜로디와 가사 샘플들을 제공하면 아티스트는 받은 샘플들을 바탕으로 곡을 완성하는 순이다. 먼저 수많은 음악 멜로디를 통해 생성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샘플을 생성하도록 한다. 아티스트는 샘플 중에서 ‘선택’ 과정을 통해 곡을 완성한다. 작사도 비슷한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생성해낸 다양한 표현들로부터 약간의 표현을 다듬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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