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마케팅 성과도 데이터로 측정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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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마케팅에는 큰 취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숫자’다. 마케팅에 투자한 비용대비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입소문 개념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새로 나온 화장품 하나를 보여주며 “이거 좋더라”라고 말해줬다고 한들, 실제 그 제품을 구매할지에 대한 여부는 당사자들 마음에 달렸다.

답답함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브랜드는 브랜드대로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것 같고, 광고를 연결하는 쪽은 무슨 수로 고객을 설득을 해야 할지 어려워했다. 여기에 이용자들의 신뢰 문제까지 쌓였다. 실체 없는 허상이 되기 직전에 급한 대로 ‘조회수’, ‘도달률’ 같은 용어들이 투입됐다. 하지만 브랜드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금까지 크게 변화가 없다.

레페리 엔터테인먼트 최인석 대표(왼), 조은비 레페리 데이터랩 수석애널리스트

“도대체 합리적인 가격이 무엇이고, 우리가 받는 돈이 합당한가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버블로 취급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최인석 대표

뷰티 전문 MCN 레페리 엔터테인먼트의 최인석 대표는 일찍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창업 전 파워블로거로 활동했던 그는 뷰티 블로그 미디어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직접 목격했다. 무분별한 광고 콘텐츠 투입으로 시장 자체가 산업화돼 버렸다는 걸 느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본질과 괴리감이 생기기 시작하자 이용자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동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MCN 업체 입장에선 재빨리 마케팅의 가치,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추출해내야 했다. 브랜드 쪽 결정권자들은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와중에 데이터 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울 받아들이지 못했다. 거의 생존 문제에 가까웠다. 최인석 대표는 사내에 ‘데이터랩’을 만들었다. 단순히 보여지는 데이터 이상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특명이 내려졌다. 레페리 엔터테인먼트 데이터랩의 ‘수작업’ 역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017년 2분기 유튜브 뷰티 콘텐츠 전수조사 결과의 월평균 데이터

“저희는 기계가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뷰티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일일이 시청해서 ‘어떤’ 크리에이터가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 ‘어떤’ 색상을 ‘얼마나’ 노출했는지를 손수 세서 로우데이터를 만듭니다.” – 조은비 수석애널리스트

간단하게 말해 데이터 수집요원이 직접 뷰티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크리에이터가 뷰티 제품을 노출시킨 것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두 기록하는 것이다. 식별이 가능한 수준으로 노출되기만 했다면 모두 데이터에 포함된다. 참고로, 한 달 평균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뷰티 콘텐츠는 900개에 가깝다. 그 안에 노출되는 뷰티 제품은 약 1만개가 넘어간다. 단순 시청 시간만 짐작해봐도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될 작업이다. 최인석 대표는 레페리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지사를 활용했다. 현재 베트남 지사 인력 8명 중 4명이 하루종일 이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항상 또박또박 제품명을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쌉니다. 게다가 유튜브 평균 시청시간이 전 세계 2위에 달할 만큼 영상문화에 익숙하죠. 이 중에서 한국어에 능숙하고, K팝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팀 구성원을 모집했습니다.” – 최인석 대표

레페리 엔터테인먼트 최인석 대표(왼), 조은비 레페리 데이터랩 수석애널리스트

이렇게 베트남에서 날아온 데이터는 국내 레페리 데이터랩에서 활용해 실무에 적용한다. 데이터를 정제, 체계적 정리, 고도의 해석 및 분석 과정을 거친다. 실질적으로 뷰티 브랜드가 마케팅을 진행할 때 필요한 트랜드 지표를 만들어낸다. 각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세밀한 해석 작업도 진행한다.

레페리 엔터테인먼트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사진=레페리 페이스북)

Q. 콘텐츠에 노출되는 빈도수와 실제 트렌드가 동일한가요?

A. “뷰티 콘텐츠가 한 달에 약 1천개가 올라간다고 하면 그중 특정 브랜드가 돈을 투입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많아야 10개 정도입니다. 때문에 전체 오가닉 콘텐츠를 살펴보면 디지털 여론은 나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특정 제품에 대한 파워가 올라간 시점은 비용이 많이 투입된 시점과 비례합니다.”

레페리 데이터랩 BBPI 보고서 샘플

한국 지사에서 레페리 데이터랩은 매월 BBPI(Beauty Brand Power Index) 리포트를 만든다. 매달 각 브랜드가 유튜브 뷰티 콘텐츠에서 얼마나 활동성을 보였으며,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를 분석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최대 약점이었던 ‘숫자’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BBPI 점수를 구성하기 위한 8가지 변인은 아래와 같다.

-크리에이터 사이에서의 브랜드 인기도(크리에이터수)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접점규모(콘텐츠수)
-시청자 콘텐츠 공감도(공유수)
-시청자 콘텐츠 참여도(댓글수)
-시청자 콘텐츠 선호도(좋아요수)
-시청자 콘텐츠 관심도(조회수)
-커뮤니케이션 되는 제품의 다양성(제품수)
-브랜드 애정도(빈도수)

브랜드의 개별 KPI를 토대로 작성된 BBPI 리포트는 브랜드 내부의 취약 변인은 보완하거나, 특정 경쟁사와의 취약변인을 보완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한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파워와 상대적 강약점을 파악해 마케팅 효과 측정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다. 변인별로 조합할 경우 최고 56가지의 솔루션까지 추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무조건 구독자 수가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광고하겠어’라던 브랜드 광고집행자의 생각을 ‘평소에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갖고 많이 소개하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디지털 마케팅을 하자’로 바꾸려는 시도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브랜드별 강약점을 타 경쟁사와 BBPI 비교로 측정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개팅 방식으로 진행하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결혼정보회사화하려는 시도입니다.” – 최인석 대표

최인석 대표는 ‘측정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한국의 디지털 마케팅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단순히 ‘누가 요즘 인기가 많다던데’는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아직도 브랜드의 전체 마케팅 지출 예산에서 인플루언서 시장은 절대적으로 굉장히 작은 수치를 차지한다. 브랜드의 의구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디지털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있도록 하겠다는 게 BBPI의 전체적인 목적이다.

최인석 대표는 “현재는 개별 브랜드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 형태로 BBPI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들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유튜브 시장 전체에서 발생한 뷰티 콘텐츠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뷰티제품의 트렌드를 알 수 있고,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비춰지는 자사 제품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방향이다.

“사람이 없는 빅데이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뷰티에서는 더욱 그렇죠.” 너도나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지금, 알고 보면 MCN은 데이터가 가장 필요한 곳이었음을 강조하며 최인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