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사람들은 왜 ‘국내 1호 애플스토어’에 줄을 섰을까

2018.01.28

“5, 4, 3, 2, 1…가즈아!”

오전 10시, 애플스토어의 문이 열리자 가로수를 따라 길게 늘어섰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전체면적 1297㎡(약 392평) 규모의 매장 내부는 금세 인파로 가득 찼다. 영하 16도의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밤을 새워서 기다린 사람도 있다. 국내 첫 애플스토어 개장일의 풍경이다. 매장 앞에 밤새 줄을 서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최신 기기가 나와도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선착순 혜택 범위 안에서만 줄이 만들어졌다. 이번 애플스토어 개장일에는 별다른 선착순 혜택도 없었다. 새로 나온 제품이 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오픈 기념 티셔츠가 제공됐을 뿐이다.

 

이유는 애플스토어가 갖는 상징성

애플스토어 국내 1호점 ‘애플 가로수길’이 1월27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늘어선 긴 행렬을 향해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별다른 선착순 혜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찍부터 줄을 선 이유는 뭘까. 전날 오후 3시에 도착해 맨 앞줄에 선 최지언(18) 씨는 “딱히 제품을 구매하려고 온 것은 아니고 애플스토어가 열리는 이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대기자 안창섭(22) 씨는 “애플스토어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라며 “애플 본사에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앞으로 애플페이 등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들이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애플 가로수길 1호 방문자 최지언 씨

그동안 한국에는 애플 서비스들이 온전히 제공되지 않았다. 기기 수리는 외부 위탁업체에 맡겨졌으며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는 소문만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서비스를 대표하는 애플스토어가 들어오자 정식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증폭됐다. 애플스토어가 갖는 상징성이 국내 애플 이용자들을 끌어모은 셈이다. 아버지와 함께 새벽 5시부터 줄을 섰다는 주형준(15) 씨는 “팬심으로 일찍부터 애플스토어를 찾았다”라며 “애플스토어만의 인테리어나 사후서비스(AS) 등 정식적인 서비스를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이용자가 기대했던 서비스는 ‘지니어스바’라고 불리는 기기 수리 서비스다. 그동안 애플코리아와 계약을 맺은 공인 서비스센터를 통해 제품 수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외부 위탁 방식의 특성상 소비자에게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지니어스바 서비스를 이용한 이종환(27) 씨는 “기존 위탁 방식의 서비스센터는 애플이 정해준 기준에 따라서 칼같이 증상이 나타나야지만 수리를 해주겠다고 얘기했는데 지니어스바에서는 점검을 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주겠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수리 외에도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또 “일본 애플스토어에서 맥북을 샀는데 해외 애플스토어랑 비교했을 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잘 준비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애플스토어는 전세계 차별 없는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디자인에서는 차별성을 나타낸다. 자신을 오사카 애플스토어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일본인은 애플 가로수길에 대해 “완전히 새롭고 일본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오모테산도점과도 전혀 다르게 생겼다”라며 “매장 안에 배치된 나무를 비롯해 지역 커뮤니티와 어우러지게 구성됐으며 또 제품이 진열되는 방식도 다르다”라고 전했다.

 

배터리게이트와 팬심은 별개

매장을 찾은 이들이 ‘배터리게이트’ 문제에 개의치 않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최근 배터리 노후화 정도에 따라 아이폰 성능을 제한해 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겪고 있다. 애플 가로수길을 찾은 사람들은 배터리게이트와 관련해 한결같이 애플의 잘못이라고 못박았다. 또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애플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방문자도 있었다. 배터리게이트 사태와 애플스토어를 찾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매장 바깥에는 1인 시위자도 등장했다. 이 시위자는 “뉴턴이 ‘사과’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당연한’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알아냈듯이 휴대폰도 ‘당연히’ 오랫동안, 처음 산 그날과도 같은 물건이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애플의 배터리게이트 사태에 대해 비판했다. 시위자는 “뒤늦게 팀 쿡 애플 CEO가 사과하고 옵션 권한을 준다고 하지만 문제가 드러났을 때 처음부터 배터리 교체 할인이 아닌 성능 제한에 대한 선택권을 줬어야 했다”라며 “전세계적으로 소송이 걸리니 책임을 줄이기 위한 뒤늦은 조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애플 가로수길 건너편에서 펼쳐진 1인 시위

1인 시위자는 본래 애플 기기 애용자였다. 아이폰7 플러스를 사용하는 그는 아이팟부터 시작해 아이폰 시리즈와 아이패드, 맥북에어 등을 꾸준히 써왔다고 밝혔다. 이 시위자는 “12월까지만해도 매장 건너편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서 매장 안에 들어갈 부푼 마음으로 애플스토어를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배신감을 크게 느꼈으며 솔직히 피켓을 안 들고 있으면 (애플 가로수길을) 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언젠가 애플스토어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