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확장, 자체 IP(지식재산권) 육성, 인공지능(AI) 게임 개발, 신 장르 개척.

넷마블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펼칠 4가지 선제적 대응 전략이다.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중국 업체에 쫓기고 있는 형국이다. 규모의 경쟁력, 글로벌 사업 역량, 게임 개발 역량 등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 비교해 게임을 빨리 시장에 내놓는 ‘스피드 경쟁력’면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넷마블은 중국과 게임을 만드는 속도가 차이 나는 만큼 한 발짝 빠르게 시장에 선제 대응해 미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제4회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발표에 나선 백영훈 넷마블게임즈 부사장, 방준혁 의장, 권영식 대표(왼쪽부터)

넷마블게임즈는 2월6일 서울 구로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4회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에서 넷마블의 지난해 성과와 경영현황, 올해 글로벌 라인업 및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2016년 ‘글로벌 파이어니어(선구자)’, 2017년 ‘RPG의 세계화’라는 넷마블의 미션은 계속될 것이며, 선제적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 RPG의 세계화

지난해 넷마블의 미션은 ‘RPG의 세계화’였다. 한국의 MMORPG 게임을 세계 시장에 확산시키겠다는 과제다. 이 미션은 얼마나 진척이 있었을까.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는 “지난해 넷마블은 일본, 미국 등 빅마켓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RPG의 세계화라는 미션에 큰 발걸음을 뗐다”라며 “리니지2 레볼루션은 MMORPG 장르가 생소한 서구권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6년 12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은 세계 주요 게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돼 런칭 11개월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1월 매출 기준으로 전체에서 6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매출 비중이 높을 거라는 생각을 뒤집은 결과다. 이 중 일본 시장이 32%, 서구권 시장이 20%, 아시아 지역이 13%를 차지한다. 갈라파고스 같은 게임 문화를 가진 일본 시장과 MMORPG 장르가 생소한 서구권에서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통한 RPG의 세계화에 힘입어 넷마블은 글로벌 매출 비중을 54%로 높였다. 2013년 글로벌 매출이 14%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4분기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 대비 68% 수준인 418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넷마블은 매출 6158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2. 중국 업체의 성장과 선제적 대응 전략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불안 요소가 있다. 바로 중국 업체의 성장이다. 그동안 중국 개발사들은 표절 게임 양산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중국 게임은 높은 개발 역량을 보이며 세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뜯어보면 10위권까지는 한국 기업 비중이 80%를 차지하지만 50위권까지 보면 해외기업이 60%를 차지한다.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다. 방준혁 의장은 “이제는 중국 기업을 경계하고 경고하는 게 아니라 중국 개발사의 경쟁력 있는 부분을 배워야 할 시기가 왔다”라고 말했다.

방 의장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자본 규모의 경쟁력, 게임 개발 역량, 스피드 경쟁력 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엔 중국 기업들이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였지만 지금은 많은 업체가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경쟁이 심하지 않은 틈새 시장을 장악하고 중소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현지화와 마케팅에 주력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게임사들은 자본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방 의장은 중국 업체의 게임 개발 역량도 높게 평가했다. 일부 중국 게임은 한국 메이저 게임 개발사가 봐도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기획, 높은 그래픽, 게임 시스템이 잘 설계돼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중국 업체는 게임을 빠르게 제작한다. 대작 RPG를 1년 만에 만들 정도다. 한국 업체가 RPG 개발에 2~3년 정도 걸린다는 점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이는 트랜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시장변화에 따른 선점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넷마블은 중국 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임 개발 속도를 플랫폼 확장, 자체 IP 육성, AI 게임 개발, 신 장르 개척 등 네 가지 선제 대응 전략을 통해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확장 전략에 따라 ‘세븐나이츠’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개발된다.

먼저, 플랫폼 확장 전략을 살펴보면 그동안 주력했던 모바일 외에도 콘솔 및 스팀 게임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넷마블은 현재 세븐나이츠를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개발 중이다. 또 그동안 해외 유명 IP를 주로 활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성숙한 내부 IP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세븐나이츠’, ‘스톤에이지’, ‘모두의 마블’, ‘마구마구’, ‘쿵야’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AI 게임 개발은 AI가 사용자의 게임 플레이 수준에 맞춰 같이 놀아주는 지능형 게임을 말한다. AI가 게임을 더 즐겁게 즐기고 게임 장벽을 허물어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개념이다.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 개발을 위한 AI 게임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북미 AI 연구소를 설립할 거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신 장르 개척은 고정된 게임 장르에서 벗어나 게임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이종 문화 콘텐츠를 융합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넷마블은 K팝과 K게임의 콜라보를 추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매니저가 돼 멤버들을 육성하는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 ‘BTS월드’를 개발 중이다.

당신도 방탄소년단의 매니저가 될 수 있다.

 

3. 18종의 신작 게임 라인업

이날 넷마블은 18종의 신작 게임을 공개했다. 넷마블은 세계 주요 시장에 현지형 게임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편다. ‘해리포터’, ‘일곱개의 대죄RPG(가제)’, ‘매직 더 개더링M(가제)’, ‘요괴워치 메달워즈(가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등 미국, 일본 등 빅마켓에서 인지도가 높은 IP를 활용한 신작을 비롯해 RPG 세계화의 포부를 담은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이카루스M’ 등 현재 개발 중인 MMORPG 3종이 소개됐다.

또 넷마블 IP인 ‘쿵야’ 캐릭터를 활용한 ‘쿵야 캐치마인드’, ‘쿵야 야채부락리’도 소개했다. 쿵야 매치마인드는 아무 그림 대잔치로 유명한 PC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옮겨 온 게임이다. 또 넷마블 최초의 전략 게임 ‘퍼스트본’을 비롯해 ‘원탁의 기사(가제)’, ‘리치 그라운드(가제)’, ‘극열마구마구(가제)’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도 공개했다. 극열마구마구는 기존 마구마구 IP를 일본 시장에 맞게끔 현지화한 게임이다.

백영훈 넷마블게임즈 부사장은 “리니지2 레볼루션을 이을 넷마블의 초대형 MMORPG 3종과 글로벌 빅마켓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력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대거 개발 중이며,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4. 일하는 문화 개선

지난해 넷마블에는 ‘구로의 등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게임 업계의 문제들이 넷마블을 중심으로 점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업계 장시간 노동 관행인 ‘크런치 모드’가 죽음을 불러온 것으로 밝혀져 장시간 노동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일하는 문화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고 다양한 근무 환경 향상을 위해 노력을 했다”라며 일하는 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야간 및 휴일근무의 원칙적 금지 ▲임직원 건강관리 강화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을 소개했다.

지난해 도입된 야간 및 휴일근무의 원칙적 금지는 기본적으로 주간 근무시간에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근무가 필요할 경우 사전에 연장근로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야간 업무의 주범인 게임 업데이트 및 점검을 주간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한,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종합건강 검진을 전 직원에게 확대 시행하고 임신 중인 여성들이 임신 전체 기간에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선택적 시간근로제

넷마블은 올해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 이른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위해 적용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코어 타임 근무 5시간을 준수하면 나머지 시간은 총 근무 시간 안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출퇴근 시간을 정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제도다. 권영식 대표는 “2017년 한 해 동안 넷마블은 일하는 문화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게임 런칭 일정 지연까지 감수해가면서 일하는 문화 개선을 단행해왔다”라며 “당장 사업적 계획에는 차질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일하는 문화 개선은 반드시 달성해야 되는 큰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일하는 문화 개선으로 2016년 넷마블 전 계열사 직원의 주간 평균 초과근로시간이 4.8시간 수준이었지만, 2017년에는 주당 3.3시간으로 32%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권 대표는 “게임 업계의 특성상 장애로 인한 긴급 점검, 대형 업데이트로 인한 장시간 야근이 불가피한 점도 사실이며 이런 부분도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가겠다”라며 “2018년에는 업무 환경 개선 면에서도 업계에서 선도하는 회사가 돼 건강한 조직문화와 강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