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진 취미의 완성, 소니 ‘a7R3’

2018.03.18

사진이 취미인 사람은 주기적으로 병마에 시달린다. 바로 ‘장비병’이다. 6년을 참고 버티던 내게도 장비병이 찾아왔다. 결국, 지난 연말에 카메라를 새로 샀다. 내가 선택한 기종은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R2’다. 후속작인 ‘a7R3’ 출시 직후였지만, 바디만 400만원에 가까운 카메라를 살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겨울 a7R3를 사용해볼 기회가 생겼다. 눈물이 났다. 내가 꿈꾸던 드림 카메라는 ‘a7R3’였다.

풀프레임 바디는 내 오랜 꿈이었다. 이전에 쓰던 카메라는 니콘 크롭바디 DSLR이었다. ‘삼식이 렌즈’를 물려 6년을 썼다. 다음은 니콘 ‘D800’ 시리즈나 캐논 ‘오두막’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미러리스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DSLR보다 바디 신뢰도가 떨어질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블로터>에서 취재용 카메라로 쓰는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a7’을 사용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고, 지난해 소니 ‘a9’를 만져보고 생각을 굳혔다. 카메라의 미래는 거울로 비추는 세상이 아닌 미러리스에 있다고. 그렇게 a7R2를 선택했지만, 고화소에서 오는 장점 외에 미러리스에 대한 편견을 떨쳐내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데 a7R3는 a7R2의 단점을 모두 뜯어고치고 나왔다.

 

전작의 단점이 장점인 카메라

a7R2의 단점은 느리고 답답하다는 점이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마주하는 여러가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단점은 메모리 버퍼 문제다. 메모리카드에 사진을 기록하는 속도가 느려서 용량이 큰 RAW 파일로 사진을 연달아 찍을 경우 다음 장면을 촬영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버벅댄다. 4240만화소에서 오는 압도적인 용량(무압축 RAW 촬영시 100MB에 육박)을 담아내기에 a7R2는 그릇이 작았다. 기본적인 카메라 사양의 한계로 쓰기 속도가 빠른 비싼 메모리카드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배터리 용량도 비슷한 급의 DSLR과 비교하면 작다. 바닥을 빨리 보인다. 전원 버튼을 끄는 걸 수도꼭지 잠그듯이 해야 할 정도다. 조작 편의성도 아쉽다. 특히 초점 위치 이동이 불편하다. 반셔터 후 카메라를 움직여 구도를 다시 잡는 구시대 촬영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반면 a7R3는 한방 한방이 묵직한 사진을 빠르게 담아낸다. 프로세서 성능 향상과 빠른 메모리 속도 지원으로 a7R2에서 답답했던 부분을 해소해준다. 기존에 UHS-1만 대응하던 것에서 벗어나 UHS-2까지 지원한다. 메모리카드가 좋으면 쓰기 속도도 향상된다는 얘기다. 물론 버퍼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버퍼의 진행 상태를 시각화해서 화면에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타이밍에 촬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메모리카드 슬롯도 하나 더 늘어서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 없이 편하게 장시간 촬영할 수 있다. 1개의 슬롯만 UHS-2를 지원한다는 점은 아쉽다.

배터리 용량도 늘었다.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양도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a7R2는 뷰파인더 기준으로 약 290장, LCD 기준으로 약 340장 촬영DSLR 사용자 입장에서 뷰파인더 촬영 매수가 더 떨어지는 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미러리스의 뷰파인더는 촬영 편의를 위한 보조 도구로 별도의 전자식 장치가 동원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더 크다.close이 가능했다. a7R3는 각각 530장, 650장 정도를 촬영할 수 있다. a9의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한 덕분이다. 대신 기본 배터리 제공량은 2개에서 1개로 줄었다. 조삼모사 격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배터리를 갈아끼고 일일이 충전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확실한 장점이다. 또 조이스틱과 터치스크린이 추가돼 조작 편의성이 좋아졌다. 반셔터를 하지 않고도 초점을 원하는 곳에 쉽게 맞출 수 있다.

 

고화소 장점은 그대로

a7R2의 가장 큰 장점은 4240만에 달하는 고화소다. 고화소가 곧 고화질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지 센서와 프로세싱 성능이 받쳐줄 경우 화소수가 높으면 얻는 이점이 있다. 우선 디지털 사진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화소(픽셀)가 더 촘촘하게 연결되는 만큼 더 선명해 보인다. 화소수가 많으면 사진 해상도도 올라간다. 대형 사진을 인화할 때 유리하며 무엇보다 세밀한 보정을 할 때 좋다. 사진을 원하는 구도로 다시 잘라내는 ‘크롭’을 거쳐도 화질이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다. 사진의 해상도가 원체 높기 때문이다. a7R3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4240만화소 이면조사형 35mm 풀프레임 엑스모어 R CMOS 센서를 탑재했지만, 이미지 프로세서 개선을 거쳐 고화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였다.

고화소 카메라의 가장 큰 문제는 화질 저하, 처리 속도, 흔들림이다. 픽셀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화질 저하 문제는 전작에서 이면조사식 이미지 센서를 통해 잡았지만, 처리 속도는 아쉬웠다. a7R3는 프로세서 성능 향상을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렸다. 흔들림 역시 전작보다 개선됐다. a7R2도 최대 4.5 스탑의 5축 손떨림 보정을 갖추고 있지만, a7R3는 최대 5.5 스탑으로 손떨림 보정 기능이 향상돼 흔들림을 더 크게 잡아준다. 고화소로 갈수록 흔들림에 민감하지만, a7R3는 수전증이 있는 내게도 용기를 줬다.

특히 이미지 프로세서 개선을 통해 어두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밝은 사진을 담을 수 있게 됐다. 고감도 저노이즈 성능이 향상됐다. a7R3는 향상된 BIONZ X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을 통해 전작보다 넓어진 ISO 범위 전체에서 높은 해상도와 낮은 노이즈를 제공한다. a7R2는 최대 ISO 25600의 상용 감도를 지원했지만 이번 제품은 ISO 32000의 상용 감도를 제공한다. 또 이미지 프로세서가 개선되면서 사진을 보정할 수 있는 폭도 늘었다. 소니에 따르면 RAW 촬영시 낮은 감도에서 최대 15스톱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실현했다.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으면 사진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보정 떡칠을 해도 사진의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얘기다. 사진은 보정을 거쳐 완성되는 법이다.

AF 성능도 좋아졌다. AF 속도는 a7R2와 비교해 최대 2배 더 빨라졌으며 Eye-AF 추적을 포함한 AF 추적 성능도 약 2배 향상됐다. a7R 시리즈 최초로 4D 초점 알고리즘이 적용돼 이미지 영역의 약 68%를 커버하는 399개의 위상차 검출 AF 포인트와 425개의 콘트라스트 AF 포인트를 지원한 결과다. 자동으로 눈에 초점을 맞추는 Eye-AF 기능은 인물사진 촬영을 쉽게 도와준다. a7R2에서도 쓸만한 수준이지만 a7R3는 사람의 눈을 더 잘 잡아낸다. 물론 빛이 부족한 야간에는 인식률이 떨어진다.

또 AF/AE 추적 상태에서 초당 10연사로 최대 76장의 압축 RAW/JPEG 이미지 또는 28장의 비압축 RAW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전자식 셔터를 활용한 무소음 촬영도 가능하며 동일한 연사 속도가 적용된다. 이 밖에 영상 촬영 성능도 향상됐다. 고해상도 4K HDR(HLG) 영상을 지원하며 S-Log2 및 S-Log3를 사용해 더욱 유연하게 색 보정을 할 수 있다. 영상 촬영 버튼 위치도 오른쪽 측면에서 뷰파인더 옆으로 옮겨져 손으로 더욱 쉽게 누를 수 있도록 했다.

전력으로 달리는 거수자도 잡아낸다.

 

장비병 치료에 적절한 처방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전자식 셔터를 적용했지만 완성도가 a9보다 떨어진다. 전자식 셔터 촬영 시 이미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a9에 적용된 픽셀 층과 회로 층을 분리하고 회로 층에 내부 메모리를 적용한, 메모리 적층형 이미지 센서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식 셔터 촬영 시 조명 환경에 따라 플리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명의 떨림으로 인해 사진에 검은 줄이 나타나는 플리커 현상을 막아주는 기능은 기계식 셔터에만 적용됐다. 또 무게가 늘어난 것도 아쉽다. 배터리 용량 증가에 따라 카메라 무게(배터리, 메모리 포함)가 기존 625g에서 657g으로 약 30g 가까이 늘었다. 미러리스의 장점이 퇴색되는 부분이라 아쉽다.

늘어난 무게가 느껴진다.

하지만 고화소를 유지하면서 사용 편의성을 향상시킨 점은 전작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아무리 날이 좋은 칼도 손잡이가 불편하면 휘두르기 어렵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메모리 버퍼, 배터리, 버튼 조작성 등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카메라는 순간을 담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강조했다. 원하는 순간을 기다림 끝에 담아내려면 카메라의 사용성이 좋아야 한다. a7R3는 고화소 카메라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내 장비병이 완치되지 못한 이유다.

 

장점

  • a7R2의 단점 개선(전반적인 촬영 편의성 향상)
  • 4240만화소에서 오는 칼 같은 사진
  • 사진을 잘라써도 칼 같음
  • 보정 떡칠 놀이가 가능한 폭넓은 다이나믹 레인지(최대 15스톱)

단점

  • ‘a9’에 비해 완성도 낮은 전자식 셔터
  • 무거워진 무게
  • ‘a7R2’의 가격
  • 곧 나올 ‘a7M3’

추천 대상

보정에 맛들린 고화소 마니아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