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열쇳말] 정보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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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화라는 단어마저 시대의 흐름이 지난듯하지만,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더 깊숙이 정착했다. 빠르게 변화한 네트워크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보의 이용을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보 질서는 그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가, 기업, 개인은 정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지니지 못했다. 최근 페이스북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같은 정보 윤리 이슈가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다.

flickr.CC BY.Barney Moss

지난 3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는 ‘정보기본권’ 조항이 신설됐다. 정보기본권이란 말 그대로 정보와 관련해 국민이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뜻한다. 이에 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적인 정보기본권의 항목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소개한다.

  • 정보접근권 : 평등권적 의미에서의 국가·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 보장
  • 자기정보통제권 : 사생활의 권리로서 자기관련 정보에 대한 지배권의 확보
  • 정보통신의 자유 : 표현의 자유의 한 발현태로서 사이버상의 의사소통에 대한 국가규제로부터 해방
  • 정보재산권 : 지적 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 등

특히 이번에 신설된 정보기본권은 알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 독점 격차를 막을 국가의 노력 의무를 포함시켰다.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정보기본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개헌안에 포함됐다”고 포함 이유를 밝혔다.

<개헌안 제 22조>
1항 모든 국민은 알권리를 가진다.
2항 모든 사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
3항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5차 포럼 ‘미래를 위한 담대한 도전, 4차 산업혁명’ 기조연설(문재인 대통령 블로그)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는 알권리, 정보접근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담겨 있고, 더 나아가 국가의 정보격차 해소 및 정보독점 폐해 예방과 시정의무가 들어간 조문이 등장했다. 아직 개헌안이 발의만 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정보기본권’ 조항이 개헌안에 등장한 것은 그동안의 순수하게 아날로그적 개념으로 존재했던 기본권에서 그 담론이 정보화시대에 맞게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헌법은 언제나 해석의 문제와 맞선다. 정보기본권에 신설 여부에 관해서 역시 찬반양론이 대립한다. 기존의 헌법규범의 틀이 아닌, 굳이 별도의 ‘기본적’ 권리로서 설정되어야 할 이유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나뉜다.

신설이 필요하다는 측의 논거는 정보화에 따른 새로운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정보 관련 권리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기본권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설 유보 측은 현행 헌법(제21조 표현의 자유,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해석을 통하여 인정할 수 있고, 입법자의 입법활동을 통하여 보호될 수 있으므로 별도의 기본권 규정 신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flickr.CC BY.Michael Coghlan

정보기본권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알 권리·개인정보자기결정권·정보문화향유권·국가의 정보격차 해소 의무에 따라 각각 다른 의견을 보인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헌법개정에 대해 주요 쟁점 사항을 두고 그동안 논의 과정을 거쳤다.

먼저 알 권리의 경우, 현행 헌법 제21조의 해석에 따라 나뉘었다. 신설이 필요하다는 측은 현행헌법이 정보를 전달하는 권리를 명시할 뿐 정보원에 접근해 정보를 수집·처리할 수 있는 권리인 알 권리는 명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경우 현행 헌법 제17조에서 일반적 인격권을 통해 개인의 인격 보호가 가능하므로 헌법에 명시할 필요성이 낮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헌법에는 정보기본권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 해석을 통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해온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현행 헌법에서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권 침해 문제와 디지털화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보문화향유권은 정보취약층에게 복지 차원의 권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설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정보문화향유권은 형성 과정 중에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념이 모호하고, 과학적, 문화적 창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에 역행할 수도 있으므로 도입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가의 정보격차 해소 의무도 비슷한 복지 차원의 논거로 의견이 대립했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취약 지점을 보호하고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헌법 조항 개정 필요성을 두고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flickr.CC BY.bloomsberries

정보기본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논의에서 모두가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하게 될 경우 바뀌는 변화 중 우리의 삶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법적 판단에 있다. 법원은 해당 권리를 법적 판단에 더욱 엄격하게 이용할 것이다. 이는 대법원의 해킹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서비스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지난 2015년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놓았다.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보호조치를 다하였는지만 소명된다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보 유출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받게 된다.”

이는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다 묻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판례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할 경우 이에 그치지 않게 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고객과의 법률상 또는 계약상 관계와는 별도로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사업주가 다하였는지에 대하여도 심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다 엄격한 판단기준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던 기존과는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국회(flickr.CC BY.Wei-Te Wong)

정보의 이용이 국민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것으로 생활의 질이 결정되는 시대다. 헌법의 논의가 한창인 지금, 우리는 헌법이 보장해야 할 우리의 기본 권리와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아직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보기본권이 헌법에 그대로 규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헌법은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선언이다. 1987년 헌법 이래 30년 넘게 헌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정보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이 정보기본권을 헌법에 담아야 하는 논의가 이루어질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논의가 합의로 이뤄져 신생 기본권으로 정보기본권의 탄생을 지켜보는 일, 개인정보 보호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과정을 함께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 참고자료

– 김병훈, 『헌법 개정안에 들어간 ‘정보기본권’, 뭔가요?
– 국회 개헌 정책 토론회 자료집 『정보기본권과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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