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온라인이 아니다”…’밋업’이 던져준 교훈

가 +
가 -

PC 이후 시대가 왔다.

이 것은 우리 가정이나 사무실 책상 위의 컴퓨터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지하고 복잡한 작업을 위해 데스크톱의 필요성은 향후 잔재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PC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인 PC, 즉 컴퓨팅을 ‘사용’하기 위해서 개인이 ‘소유’해야만 하는 PC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최근에 우리가 접하고 있는 스마트폰(아이폰), 태블릿(아이패드) 열풍은 그 같은 ‘PC 이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경이적일 정도로 슬림한 디자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출 것은 다 갖춘 스펙. 이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답은 그 ‘안’에 있다.

미국의  IT 컨설턴트 니콜라스 카가 그의 역저 <빅 스위치>(The Big Switch)에서 명쾌하게 밝힌 것처럼 과거 산업시대 에디슨의 전구가 전력이 되었 듯이 지금의  IT가 PC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소유’에서 ‘연결’의 시대로 그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쓰기 위해서 자기 집에, 회사에 발전소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우리는 이제 컴퓨팅을 쓰기 위해서 자기 집에, 회사에 PC를 모셔둘 필요가 없게 되고 있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력’이고 그 전력에 기반해 새로운 IT 기기들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라면, 최근 더할 수 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은 무엇인가.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이 PC라는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고 컴퓨팅을 해방시키고 있는 지금,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의도하는 바, 그 것은 그 흐름을 타고 PC와 함께 ‘서비스’라는 장애물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페이스 북은 항상 대표적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로 꼽히면서도 결코 스스로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라고 한 적이 없다. 한국 나이로 27세인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쥬커버그는 자기 회사를 ‘소셜 웹 유틸리티(utility)’라고 부른다. 이 유틸리티란 사회적 인프라로서,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 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그 것을 만드는 회사가 자기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점은 구글이 이미 한 발 앞서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일이다.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을 통한 검색 민주화(search democracy)의 구현, 그리고 그 이후 구글의 행보는 지속적으로 온-오프라인의 데이터를 조직화하고 그 조직화된 데이터,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세력 확장이었다. 그리고 사회 생태계가 웹 네트워크와 맞물릴 수 밖에 없는 현 시점에서 결국 구글의 이 같은 파죽지세가 도달할 지점은 ‘구글을 쓰는 세상’이 아니라 ‘구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같은 지점을 페이스북의 마크 쥬커버그도 바라보고, 그리고 조용히 기술로, 경영으로 한 발짝씩 그 곳. ‘유틸리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클라우딩이라는 수면 밑의 근본적 변화, 그리고 유틸리티를 목표로 달리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의 이상과 야심만이 아니다. 좀 더 큰 그림이다. 이제  IT는 더 이상 ‘온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프라가 된  IT’, ‘유틸리티가 된 서비스’가 등장한 세상은, 더 이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나 ‘경계선’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PC 이후 시대라는 것은 따라서 단순히 ‘굿바이 빌 게이츠’가 아니다. 그 것은 ‘굿바이 디지털’이다. 이제 IT는 온라인이 아니다. 논의를 넘어선 현실이다.

meetup

IT가 더 이상 온라인이 아닌 세계에서의 미래 전략을 위해 밋업(www.meetup.com) 스토리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보자.

2001년 기업가 스캇 하이퍼만(Scott Heiferman)이 밋업을 창업했다. 창업 취지와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스캇은 9.11 사태 이후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푸트남이 쓴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을 읽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과거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의 일부였던 볼링이 이제 개인의 취미로 전락했는데, 이는 단순히 볼링 산업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 건국 초 토크빌이 격찬했던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 바로 자발적인 시민들의 결사체에 의한 시민적 활동이 침체되고 있다는 것을 그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그 책의 메시지에서 9.11 사태에 대한 그 나름의 대안을 자신의 IT 배경에서 생각하게 됐다. 그 것은 IT를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멀어지게 하는 도구와 기반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서로를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창의적인 집단적 변화를 실천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스캇의 밋업은 어떻게 그 비전을 성취했는가. 인터넷상 그룹 서비스와 비교하여 밋업의 차별적 강점이 어떻게 창출되는 지에서 그 전략을 살펴보자.

인터넷에는 수많은 그룹 서비스가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네이버, 다움 등의 카페, 싸이 커뮤니티, 구글 그룹 등 많은 관련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그룹에서, 내가 조직을 이루기 위해 필요로 하는 사람들, 특별히 내가 직접 만나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밋업은 이런 어려움을 꿰뚫었다.

밋업은 모임을 조직하려는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근처에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그 뜻을 알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난 후 그 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지원한다. 기존 인터넷 그룹 서비스의 한계를 정확히 보고 그 잠재적 수요를 채울 수 있는 혁신을 창조한 것이다.

밋업은 이처럼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의 존재를 깨닫고 그것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지금껏 성장할 수 있었다. 이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널드 코스가 1932년에 쓴 그의 논문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에서 밝힌 논리로 설명해보자. 논문에서 코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기업의 존재와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시장이 실제로는 마찰없는 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시장에는 소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존재한다. 즉 필요한 거래 대상에 대한 정보의 빈곤, 나아가 거래 행위자의 그 존재하는 정보의 활용 능력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그 공간이 ‘조직’의 활동 무대다. 전시대에는,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기업이 탄생했고, 이제 소셜 웹의 시대, 그 것을 컴퓨팅으로 해결한 밋업이 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밋업이 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개념의 유틸리티다. 그들은 이제 ‘기업의 기능’을 하나의 ‘유틸리티’로 만들고 컴퓨팅을 통해 경영을 민주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밋업은 조직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컴퓨팅을 통한 적절한 도움을 주면서 2010년 5월 현재 전세계 4만5천개 도시에 160만명의 가입자들을 가지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밋업은 2004년 미국 선거에서 의사 출신 정치 신인 하워드 딘을 일약 스타로 만든 플랫폼이었다는 것 말고는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밋업을 이 PC 이후 시대, 소셜 웹의 개막에 앞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셜 웹 시대가 반복하여 강조하 듯이 더 이상 IT를 온라인에 국한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IT는, 소셜 웹은 현실이다. 그리고 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시대, 유틸리티 서비스의 시대, 이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결국 사람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조직, 그 조직이 창조하는 가치와 그 가치에 기반한 문화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빠르게 또 하나의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는 IT가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의 변화가 아니라, 그 중심인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진정 우리가 목표하는 새로운 시장의 창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인 IT, 소셜 웹을 정복할 전략으로서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창출해 낸 밋업 유틸리티의 CEO 스캇 하이퍼만의 지혜와 용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스캇 하이퍼만의 밋업에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봤을 때 위협적인 경쟁자가 없다. 왜 그럴까? 그 블루오션의 기반은 간단한 사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것은 모두가 ‘웹 2.0’의 신화에 따라 IT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오프라인’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역류’가 오늘날에는 이제 ‘현실의 대안’이 되가고 있다.

생각해보자. ‘IT는 온라인이 아니다’는 명제. 오늘날 우리가 IT 산업, 서비스에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가정과 그 가정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 중에서 무엇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는 지를. 피터 드러커가 말했던 것처럼 혁신은 기존에 당연하다고 가정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