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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키투’로 한국 시장 궤도권 오를 수 있을까

2018.07.27

한국 시장은 외산폰 불모지다. 미국시장 1, 3위 업체인 삼성과 LG가 포진해 있어 애플 외의 외산폰은 대부분 사장되고 있다. 그런데 블랙베리 모바일이 작년부터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에 있는 두터운 블랙베리 매니아층에게서 시장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베리 모바일 총괄 책임자 알란르준 글로벌 대표는 “키원 한국 출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 소비자 성원에 힘입어 한국을 블랙베리 모바일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블랙베리 모바일 코리아 신재식 대표, 블랙베리 모바일 글로벌 알란르준 대표, 블랙베리 키투 모델 지진희

이어 그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가장 요구사항이 많은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는 한국을 가장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랙베리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 출시한 ‘키투(KEY2)’ 자판에도 한국어 각인을 새기고, 키투 1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하는 등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키원 장점은 계승, 블랙베리 DNA는 강화

26일 출시된 키투는 키원의 장점과 블랙베리 DNA를 계승하면서 부족한 점을 조금씩 개선했다. 전작과 전체 사이즈는 유사하게 유지하면서 두께 1mm, 무게 20g를 덜어냈고 4.5인치 고릴라글래스 디스플레이로 긁힘 방지 기능을 향상시켰다.

블랙베리의 상징, ‘쿼티 자판’은 전작 대비 20% 더 커졌다. 면적 내에서 줄일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줄여 공간을 확보한 덕분이다. 왼손이 닿는 곳과 오른손이 닿는 곳의 돌출면을 서로 다르게 설계했고 무광 피니쉬를 통해 접촉감을 개선했다. 사용자 지정 가능한 52개 스피드 단축키’도 지원한다. 쿼티 자판의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편의성을 잡는 시도다.

‘가장 안전한 안드로이드 폰’으로 불리는 블랙베리답게 보안 기능도 향상됐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일종의 보안 폴더 ‘로커(Locker)’가 눈에 띈다. 지문인식을 지원하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 사진을 촬영하면 클라우드나 일반 갤러리에 저장되지 않고 로커 앱에 자동 보관된다. 사진 외에도 동영상, 문서, 앱도 넣어둘 수 있는데, 지문이나 비밀번호 인증을 해야만 들여다 볼 수 있다.

보안 상황을 보여주는 디텍 앱을 지원하고 제3자의 쿠키 수집을 차단하는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를 기본 탑재한다. 이외에도 하드웨어에 업계 최고의 펌웨어 OS가 완벽 통합돼 구현된다고 블랙베리 모바일 측은 설명했다.

또 블랙베리 키투는 번호를 2개 쓸 수 있는 ‘듀얼유심’, 한국 블랙베리 최초 듀얼 카메라(12MP) 등을 적용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작과 동일한 3500mAh를 지원한다. 최대 2일 동안 배터리 수명이 지속된다.

팬심 잡고 저변 확대 나선다

“블랙베리 네이버 카페 가입자만 해도 19만명이다. 최근에는 일 방문자 만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블랙베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블랙베리에게 쿼티 자판은 버릴 수 없는 정체성이 됐다. ‘찾는 사람만 찾는’ 폰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랙베리에게 매니아는 각별한 존재일 터. 블랙베리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국내에 남아있던 블랙베리 매니아층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인구 수만 해도 한국의 2배를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블랙베리 매니아층은 한국에 더 많이 포진돼 있다. 시장 규모 대비 팬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훨씬 높다는 얘기다. 블랙베리 관계자는 “한국 블랙베리 팬이 상당하고 피드백도 정말 활발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블랙베리 한국 판매량을 들여다보면 몇 만대 수준으로 적은 편이지만 매니아층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듯 보였다.

신재식 블랙베리 모바일 코리아 대표는 “키투 예약판매는 현재 작년의 2배를 달성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예상대로 성공적이라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블랙베리는 ‘팬심’을 잡아 저변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키원은 주황색으로 한국어 각인이 새겨져 나왔었다. 사용자들이 색상 변경을 요구해 키투부터는 흰색으로 각인 색상이 바뀌었다. 사소하지만 실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는 블랙베리인 만큼, 폭넓은 사용자를 잡기보다 블랙베리 선호 사용자를 중심으로 제품을 설계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통신사업자로 CJ헬로의 손을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재식 대표는 “블랙베리를 누가 이끌까 고민했다. 단말기를 통한 차별화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니즈를 가진 곳은 CJ헬로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블랙베리는 국내 TV광고 등을 통해 일반 사용자들의 인지도를 확보함으로써 차근차근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간담회 질의응답 시간 말미 ‘폴더블 폰’ 등 차세대 스마트폰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블랙베리 폰이 앞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냐는 질문에 알란르준은 “블랙베리는 현재 새로운 기술을 새로운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 검토 중”이라 밝혔다. 다만 블랙베리 DNA로 꼽히는 보안, 키보드 등 핵심 역량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