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동남아로 간다

지금의 성과보다 훗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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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웹툰 프로덕션 드림커뮤니케이션은 자사 대표 웹툰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가 베트남 최대 만화 기업 코미콜라에서 유료 웹툰 판매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연재 1개월 만에 누적 페이지뷰 28만을 넘어섰다. 베트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한국 웹툰 독자가 퍼져 있다.

한국은 웹툰 강국이다. 전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적게는 3년, 길게는 5년까지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험치의 힘일까. 최근 몇 년 간 웹툰 콘텐츠를 비롯해 웹툰 플랫폼 사업자까지 동남아 시장에 진출, 차츰 성과를 내는 중이다.

시작은 한류

웹툰 시장은 그 규모가 작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2020년이면 전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가 11억7700만 달러에 달할 거라 전망한다.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성장 가능성만큼은 확실하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출판만화의 힘은 약해지고 디지털 만화는 관심을 얻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출처 픽사베이 ‘stokpic‘ Pixabay License

네이버웹툰의 해외 서비스인 라인웹툰은 현재 영어, 일본어, 태국어, 대만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두각을 나타내는 시장은 인도네시아, 태국이다. 네이버웹툰 설명에 따르면, 라인웹툰은 해당 국가 구글플레이 만화 카테고리에서 앱 다운로드 및 수익 차트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라인 메신저 성공에 힘 입어 얻게 된 성과다. 콘텐츠 IP 계약도 이미 다수 이뤄졌다. 라인웹툰은 광고 플랫폼으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코미코는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남미 주요 지역 및 스페인어권 국가에 진출했다. 2018년 6월 기준 코미코 앱의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2900만건을 돌파한 상태다.

웹툰 플랫폼 코미카는 2016년 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동남아시아 만화 시장 결산(2018)’에 따르면 2017년 코미카는 인도네시아 웹툰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웹툰 플랫폼 글로벌화 전략 연구 보고서 중 갈무리

네이버웹툰 측은 “시장 조사를 하며 네이버 주요 웹툰이 불법 유통되고 있으며 강력한 팬덤을 가진 일본 만화 IP 못지 않은 호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하며 “동남아에는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젊은이도 많고, 라인 메신저도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에 나선다. 카카오는 2016년 9월 태국의 최대 만화 온라인 업체인 욱비(Ookbee)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웹툰 일부 작품을 공급해왔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유료 웹툰 강자 네오바자르를 인수한 카카오는 이를 발판 삼아 슈퍼 IP를 공격적으로 공급,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풍부한 한국 콘텐츠풀을 만들 계획이다. 네오바자르는 이미 수익 90%를 ‘이 세계의 황비’,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 등 한국 콘텐츠에서 얻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한류 때문에 한국 콘텐츠를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라며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는 인구 수가 많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층이 1억명이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창작자 발굴에 나선 웹툰 업계

글로벌 사업은 현지화가 필수다. 한류 덕을 본다 해도 플랫폼이 한국에 열광하는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다른 매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동남아에 진출한 웹툰 플랫폼 내에서는 현지 작가가 그린 만화가 큰 호응을 얻는 분위기다. 감성이 맞기 때문이다. 라인웹툰의 경우 인도네시아(‘Pastrui Gaje’), 태국(‘Teen Mom’)에서 현지 작가가 연재하던 작품이 웹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웹툰 플랫폼의 진출로 현지의 콘텐츠 IP를 대거 확보함으로써 훗날 다양한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이에 플랫폼사들 역시 현지 콘텐츠 수를 더 늘리고, 현지 작가 양성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라인웹툰은 동남아 웹툰작가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코미코는 글로벌 웹툰 작가를 발굴, 육성할 목표로 코미코 웹툰 글로벌 루키(Global Rookie) 공모전과 글로벌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현지 창작자에게도 채널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기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도네시아 콘텐츠 산업 동향(2018)’을 살펴 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만화 시장은 출판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구매력이 낮은 인도네시아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출이 보장된 작품만 출판했다. 그나마도 일본 만화가 시장의 90%를 점유한 상황이라, 자국 신인 작가가 등단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다른 동남아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현지 만화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덕에 한국 웹툰 플랫폼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독자에게 만화를 보여줄 곳이 필요했던 현지 만화가들에게, 진입장벽이 다소 낮은 웹툰은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출판만화가 강세다. 웹툰은 초기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라 해외 사업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많다. 한국 문화에 이해가 깊은 번역 인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횡행하는 불법복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네이버웹툰 측은 “런칭 당시만 해도 웹툰 시장은 전무했고, 웹툰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콘텐츠였다. 동남아 웹툰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고 본격적으로 발전에 돌입할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하며 “아직 한국만큼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과제들이 많고 가야할 길도 멀다. 네트워크나 저작권 이슈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태국 욱비에 국내 웹소설을 공급하고 있는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베트남도 출판이 정부 차원에서 관리되던 거라 주의할 점들이 있다”라며 “각국 현지 사정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참고자료>

  • 웹툰 플랫폼 글로벌화 전략연구(2017.12),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 인도네시아 콘텐츠 산업 동향(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 한국 웹툰과 인도네시아의 만화시장(2017), 한국외국어대 최숙·성신여대 심두보
  • 태국 웹툰 시장 및 한국 웹툰 진출 현황(2017),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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