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구봉산 찬바람 솔솔…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구봉산 바람으로 서버를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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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춥다. 바람이 차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 대한 첫인상이다. 춘천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은 자연 바람을 이용해 서버를 식힌다. 선선한 춘천의 기후를 이용해 냉방기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연중 75% 기간 동안 찬 외부 공기로만 서버를 식힌다. 이 때문인지 벚꽃이 지기 시작한 봄이 무르익은 계절에도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추웠다. 옆에 있던 동료 기자는 연신 기침을 했다.

지난 4월18일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을 방문했다. 온갖 서비스 데이터가 오가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보안 문제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이날 네이버는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일부 시설을 공개했다.

| 춘천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사진=네이버)

친환경 데이터센터 각

네이버는 2013년 6월 자체 데이터센서를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내 IT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대부분의 국내 IT 기업은 서비스 개발 역량에 집중하고 데이터센터 운영은 전문업체에 맡긴다. 네이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중요성에 주목하고, 2011년 10월 자체 기술로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각이라는 이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 장경각에서 따왔다. 팔만대장경처럼 소중한 데이터를 오랫동안 보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네이버에는 1초마다 검색어가 7400개가 발생하고, 메일 2700개가 오가며, 이미지 680건 이상이 클라우드에 보관된다.

하지만 24시간 고장 없이 서버 설비를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방 장치에 막대한 전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를 환경 파괴 주범으로 지목하곤 한다. 네이버는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를 고민해 지금의 각을 만들었다.

| 24시간 돌아가는 서버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사진=네이버)

각은 기본적으로 외부의 찬 공기를 이용해 24시간 풀가동되는 서버 열기를 식힌다. 네이버는 찬바람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연평균 기온이 수도권보다 1-2도 가량 낮은 춘천에 각을 지었다. 네이버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1도씩 떨어질 때마다 전체 냉각 비용의 5%가 절약되기 때문에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지은 것만으로도 냉각 비용의 5-10%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서버 열을 식히는 구봉산 바람

각의 서버실은 크게 북관, 서관, 남관 세 곳에 위치한다. 기자가 방문한 공간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남관이다. 서버실은 지문과 홍채를 활용한 생체인식을 거쳐 접근할 수 있다. 사진 촬영도 금지다. 현장에서 휴대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인 채 안내 직원을 따라 서버실에 들어갔다. 서버실에 부착된 온도계는 21도를 가리켰다. 서버실은 21-23도로 유지된다고 한다.

하지만 춘천 구봉산은 사계절을 자랑하는 한국에 있다. 아무리 기후가 선선하다고 해도 여름이 되면 고온다습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냉각기가 운영되는 시간은 1년에 30일이 채 되지 않는다. 비결은 자체 개발한 ‘AMU(Air Mistiong Unit)’와 ‘NAMU(Naver Air Membrane Unit)’ 장비에 있다.

| 서버실에는 다양한 장치가 적용됐다. (사진=네이버)

AMU는 서버관 내부로 들어온 더운 공기에 미세한 수증기를 뿌려 기화 작용을 활용해 온도를 2-3도 가량 낮춘다. NAMU는 AMU보다 구조를 단순화해 전력 소모량을 줄였다. 미스트를 활용한 AMU는 물이 증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필터가 얽혀 있어 공기 저항이 높아진다. 팬이 더 많이 돌아가 전력 소모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NAMU는 미스트 대신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키는 멤브레인(membrane) 방식을 활용했다. 기화 작용을 활용한 것은 같지만, AMU보다 공기 통로 구조가 단순해지고 넓어져 공기가 더 안정적으로 흐른다. 냉방 전력도 8%가량 줄였다.

물을 뿌리는 일에도 전력이 소모된다. 그렇기 때문에 바깥 바람이 뜨겁고 건조할 때 센서가 인식해 물을 흘린다. 적절한 기온과 습도일 때는 물을 이용하지 않고 필터로만 공기를 흘려보낸다.

AMU는 각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북관, NAMU는 두 번째로 지어진 서관에 적용됐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남관에는 NAMU 장비를 개선한 ‘NAMU2’가 적용됐다. 이 중 NAMU2 장비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외벽 필터를 통과한 춘천 구봉산 공기는 선선했으며, 맑고 신선했다. “씁씁후후.” 서울 미세먼지에 찌든 기자들은 연신 공기를 들이켰다.

| 각 남관에 적용된 ‘NAMU2’ (사진=네이버)

24시간 365일 연중무휴 모니터링

한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쓴다. 여기에는 심야 전기를 사용한다. 서버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외부 찬 공기를 이용하는 전외기 모드, 냉방기를 사용하는 모드, 둘 다 섞어 쓰는 믹싱 모드 등이다. 3만여개 센서를 활용한 건물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취합하고 자동으로 제어된다.

자동으로 제어되는 만큼 냉방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일은 없을까?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IT서비스통제센터와 장애관제실을 통해 내부 서비스 상태를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모니터링한다고 한다. 이상이 감지되면 각에 있는 모든 직원에게 알림이 간다.

예를 들어 충분히 냉방하고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트래픽이 높아지면 서버가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뜨거워진다. 이때 직원들에게 알림이 가고, 긴급 상황 알림을 받으면 모든 직원이 해당 서버실에 달려가 조치를 취한다.

서버실은 1-2명의 작업자가 작업할만한 여유 있는 공간을 갖췄다. 30명에 달하는 기자들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버실 내부 열기는 직접 체험해볼 수 없었다. 네이버는 안전상의 이유를 댔지만, 보안 문제가 더 커 보였다. 그만큼 각종 서비스 데이터가 오가는 데이터센터는 중요하다.

| 서버실 내부 공간은 작업자 1-2명이 작업할만한 여유를 갖췄다.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디도스(DDoS) 같은 각종 해킹 이슈나 장애 및 자연재해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운영 관리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각은 진도 6.5 이상의 지진과 홍수, 태풍, 화재 등 천재지변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또 비상시 외부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데이터센터 내에서 최대 72시간까지 발전 가능한 양의 기름을 보관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전자파 문제는 없을까. 이에 대해 박원기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대표는 “집에서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것보다 훨씬 적은 전자파가 측정되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전자파로 피해를 본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없다”라며 “이러한 부분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각만으로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데이터센터를 6-8배 정도 확장할 계획이다. 용인에 지어질 데이터센터는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