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써보니] ‘바이브(VIBE)’와의 3개월

2019.05.02

한동안 음원서비스 유목민으로 살았다. 여러 서비스를 기웃거렸지만 요금이 비싸거나, 사용성이 불편하거나, 원하는 곡이 없거나 촌스러웠다. 그래서 지난해 6월 네이버가 음악 앱 ‘바이브(VIBE)’를 출시했을 때 솔깃했다. 네이버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음원을 추천하고 ▲개인의 취향을 ‘저격’해 ▲차세대 음악 소비 패턴을 주도하겠다며 바이브를 내놓았다. 포부 한번 거창했다. 무료 프로모션을 이용해 3개월 동안 바이브를 이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시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

  • 특징 : 믹스테잎, AI DJ 등 개인화된 음악 청취 서비스 제공.
  • 장점 : 취향이 반영된 음원서비스 이용 가능.
  • 단점 : AI추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에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덤.
  • 월 요금 : 무제한듣기 8500원/무제한듣기+스마트폰 저장 1만1천원

네이버는 왜 네이버뮤직을 떠났나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멜론(카카오)은 음원서비스 시장 점유율 44.9%를 차지하고 있다. 지니뮤직(KT)이 22.3%, 플로(SK텔레콤)가 17.3%다. 네이버뮤직은 9%, 바이브는 1.8%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의 음원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다 합해도 10.8% 정도다.

네이버는 네이버뮤직을 정리하고, 바이브에게 미래를 걸기로 했다. 올해 네이버뮤직과 바이브를 단계별로 통합하고, 연말께는 네이버뮤직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일원화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그간 축적해 온 선도적인 AI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뮤직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서도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AI스피커 등의 보급 확대로 인해 향후 다변화가 예상되는 음악 청취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AI스피커가 언급된 이유가 있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음원서비스 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은 AI스피커 시장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음원서비스와 AI스피커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 조수용 대표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시간이 평균 1시간인데, 카카오미니 이용자는 평균 2시간을 듣는다”라며 “카카오미니가 있기에 음악을 더 많이 듣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I스피커는 개인비서를 자처한다. 음원서비스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파악하고, 좋아할 법한 음악을 추천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에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 및 상품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 에이아이템즈(AiTEMS) 등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고도화된 AI 기술을 음악 콘텐츠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이브를 이용하면서 ‘고도화된 AI 기술’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내 취향을 안다고? ‘믹스테잎’의 함정

바이브를 이용하려면 ‘좋아요’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아티스트 프로필에 ‘좋아요’를 누르면 연관 아티스트가 뜬다. 누르고, 또 누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바이브는 사용자의 취향을 대강 파악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괜찮다’ 여겼던 아티스트에게 ‘좋아요’를 남발했다가 원치 않는 곡이 시도때도 없이 ‘믹스테잎’에 들어오는 불상사를 겪었기 때문이다.

믹스테잎은 개인 사용자의 음악 감상 패턴과 개별 곡을 분석한 AI가 ‘내가 좋아할 만한’ 곡을 골라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해주는 기능이다. 원리는 이렇다. 바이브는 사용자가 최근 들은 음악, 좋아요를 누른 음악과 개인의 음악 감상 패턴을 바탕으로 선호 장르와 아티스트를 파악한다. 협력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 모델을 활용해 비슷한 취향의 사용자들이 많이 감상한 음악을 파악하고,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개별 음원의 특성을 추출한 후 추천에 활용한다. 감상 패턴이 누적될수록 취향에 가까운 음악을 추천할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는 취향에 안 맞는 곡이 믹스테잎에 종종 섞여 들어간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밴드라 해도 자주 듣는 곡과 절대 안 듣는 곡이 있다. 바이브는 그런 은밀한 취향은 잘 몰라준다. ‘겹치기’ 선곡도 잦다. 믹스테잎은 친숙한 곡을 들려준다는 게 기본 콘셉트라, 어느 날은 단 한 명의 아티스트가 85%를 점령한 ‘헌정’ 믹스테잎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AI에게 ‘왜 이런 곡을 나한테 추천하느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었다. ‘좋아요’보다는 ‘싫어요’를 반영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최근 들은 음악이 믹스테잎에 바로 반영되는 탓에 믹스테잎에 뜨지 않았으면 하는 곡은 유튜브에서 찾아 듣기도 했다.

초반 ‘좋아요’ 설정을 번복하고 새로 시작할 순 없는 걸까. 네이버 관계자는 “좋아요를 표시한 아티스트를 취소하고 싶다면 검색 탭에서 아티스트명을 검색하고 아티스트 페이지 우측 상단에서 좋아요 취소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안 된다는 얘기다.

믹스테잎 아래 꾸려지는 ‘좋아할 것 같아서’는 이용자의 선호 아티스트, 장르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하루에 한번 업데이트해 제공하는 코너다. 내가 들었던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를 추천해준다. 나의 경우 적중률은 23% 정도. ‘이번주 취향저격’은 매주 내 취향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취향 정보가 부족할 때는 바이브의 추천 플레이리스트가 뜬다고 한다. 나는 힙합을 잘 안 듣지만 바이브는 힙합을 엄청 좋아한다. 그건 확실히 알게 됐다.

취향을 담아준다는 호언은 부정적으로만 작용했다. 내가 좋아할 것 같아 꾸렸다는 재생목록에서 단 몇 곡만 신경에 거슬려도 신뢰도가 깎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빠르게 스킵하거나 특정 곡을 짧게 청취하는 등의 액션을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해석해 개인화 추천에 반영하는 등의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브는 의외의 곳에서 취향저격 능력을 발휘했다. 하단 중앙, LP판처럼 생긴 버튼을 누르면 ‘DJ’에게로 넘어간다. ‘느낌별 스테이션’의 선곡실력은 ‘믹스테잎’, ‘좋아할 것 같아서’보다 나았다. 기존의 취향을 기반으로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신선한 곡을 듣고 싶었는데, 이곳에 그 곡들이 있었다. 스테이션은 내 취향을 파악한 AI가 다양한 기분과 상황에 따라 들으면 좋을 법한 음악들을 골라 주기 때문에 동일한 스테이션이라도 사용자마다 전부 다른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된다고 한다. 바로 재생되는 곡과 그 다음 곡만 확인할 수 있어 다다음에 어떤 노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평소 들어본 적 없는 노래가 대부분인데 듣는 재미가 컸다.

바이브 측은 “사용자 취향이 중요한 뮤직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해 사용자들의 즉각적인 피드백까지 추천에 반영한다”라며 “순간마다 변화하는 사용자 취향과 나아가 사용자 맥락과 주변 환경까지 고려하는 뮤직 추천 엔진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속 터지는 사용성

언뜻 보면 바이브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보인다. 속지 말자. 바이브는 ‘직관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사용하기 불편하고 불친절하다. 음원서비스 앱에 당연히 있을 법한 기능도 군데군데 빠져 있다.

예를 들어 바이브로 음악을 듣다 ‘오늘 TOP 100’을 본다. 장범준 신곡 ‘노래방에서’가 보인다.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려 누르는 순간 곡이 바로 재생된다. 야, 이…. 후렴이 딱 시작되던 타이밍이었다고. 더한 게 있다. 곡 재생과 더불어 기존 재생목록은 사라지고 ‘오늘 TOP 100’ 전곡듣기가 이어진다. 4월에 1.7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재생목록 관리가 한결 나아졌다. 곡 재생 시 하단에 ‘이어지는 노래’ 옵션을 택할 수 있는 바가 뜬다. 이를 눌러 기존 재생목록에 추가할지, 새로운 재생목록으로 추가할지 선택할 수 있다. 개선은 됐지만 여전히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설정했던 건지, 미스터리다.

이용 초반에는 곡 삭제도 어려웠다. 헤매다 아예 포기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후기 글에는 바이브 개발자도 이 앱을 쓰는 거냐, 멜론 쓰는 것 아니냐, 노래 목록 편집 버튼은 어디에 있냐고 적혀 있다. 나만 못 찾았던 건 아닌 듯하다. 지난 3월에 게시된 리뷰를 보니, 이번에는 플레이리스트에 전체선택 기능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곡을 삭제하려면 일일이 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앱을 확인해보니 전체선택 기능이 지원된다. 1.7버전은 여러 곡을 동시에 선택해 재생목록에 추가하거나 보관함에 저장, 목록에서 제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부족한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는 있다.

기본을 놓친 사례는 또 있다. 바이브는 올해 초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라지만 웹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런데 바이브 웹 버전에는 검색 기능이 없다. 내가 찾아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바이브가 띄워주는 음악만 들어야 한다. 네이버는 5월 중으로 노래 및 아티스트 검색과 앨범, 플레이리스트를 보관함에 담는 기능 등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바이브를 담당하는 팀이 아직 음원서비스 개발에 서툴러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재깍재깍 업데이트로 개선을 해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런데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뮤직과 바이브는 모두 한 팀에서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미스터리다.

기본이 답이다

취향이 맞는 친구와는 군말이 필요 없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나도 친구의 안목을 믿는다. “네가 좋아할 거 같더라”는 말에 주말에 볼 영화나 책을 고르고, “나는 이거 괜찮던데”라는 친구의 말에 새로운 장르를 도전해보고는 한다. 바이브가 꿈꾸는 음악 앱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닐까.

바이브는 활발하게 사용할수록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더욱 폭넓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단 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야 취향도 알아내고 추천도 가능하다는 거다. 사용자는 선호하는 곡에 ‘좋아요’를 꼭 누르고 여러 번 재생하는 등 본인의 취향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취향저격 앱’이라는 말에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취향을 몰라주는 모습에 뿔이 나도 참아야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바이브와 좋았던 날도 있었다. 추천곡이 마음에 들어 종일 돌려 듣기도 했고, 깜짝선물처럼 완벽한 믹스테잎을 받은 적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에 가고 싶은 퇴근길에는 DJ의 선곡이 그렇게 적절할 수가 없었다. 카페에 앉아 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BGM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달까.

그럼에도 바이브 앱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사용 중에 쌓인 사소한 불편 때문이었다. AI추천이 고도화되려면 그만큼 앱을 자주 써야 한다. 음악 앱의 본질은 음악청취에 있다. 원하는 곡을 찾고, 듣고, 두고두고 듣고 싶은 곡은 따로 담아 놓는다. 단순하다. 그런데 이 단순한 과정이 복잡하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다 해도 그런 앱은 사용자에게 무용하다.

네이버는 AI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 다양한 플랫폼에 바이브를 연동할 예정이다. 앱이나 웹을 벗어나면 지금의 단점은 보완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이버의 바람대로 바이브가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는 ‘차세대 뮤직 추천 엔진’으로 성장하려면 갈 길은 아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