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라이트가 비트코인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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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체인의 수석 연구원이자 비트코인 SV 대표 인사인 크레이그 라이트는 자신이 비트코인을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해왔습니다. 비트코인 SV의 SV는 사토시비전의 약자로, 자신들이 사토시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비트코인닷컴의 대표 로저 버 등 암호화폐 업계 주요 인사들은 라이트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으며, 라이트는 사기꾼에 불과할 뿐이라 일축했었습니다. 그러나 사토시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라이트가 미국 저작권청에 비트코인 백서와 2009년 오리지널 비트코인 코드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했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비트코인 백서·코드 저작권 주장

라이트가 등록한 비트코인 백서와 코드 저작권, 출처 = 미국 저작권청의 저작권 카탈로그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된 문서에 따르면 라이트는 비트코인 백서코드의 저작권을 각각 지난달 11일과 13일 등록한 것으로 기재되어있습니다. 또한 저작자에는 사토시 나카모토와 크레이그 라이트의 이름이 올라와 있으며 라이트는 가명을 이용해 작업을 했다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 소식이 지난 5월21일 보도가 되었는데, ‘미국 정부가 라이트를 사토시 나카모토로 인정했다’로 퍼지며, 비트코인 SV의 가격이 같은날 63달러에서 132달러까지 약 두 배가량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을 ‘호재’보다는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코인데스크>는 지난 22일 라이트의 저작권 등록에 유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저작권청은 저작권 등록을 받기만 할 뿐 저작권에 관련된 사실을 조사하는 기관이 아니기에, 라이트가 자신이 사토시라는 가명을 썼다며 저작권을 등록했어도 사실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저작권을 등록하는 데는 55달러와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만 있으면 된다’라며 저작권 등록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저작권은 소유권과 특허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레딧 유저 ascension8438는 라이트가 저작권을 등록한 것을 보고 “나는 사토시야. 나는 오픈소스 프로토콜에 대한 백서를 썼는데, 10년이 지나서야 저작권 등록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비판했습니다.

왜 자신을 사토시라 주장하나?

그렇다면 라이트는 왜 자신을 사토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란 이름도 가명이며, 한 명이 아닌 집단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요. 많은 매체에서 사토시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노력했으나 늘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2014년 3월, <뉴스위크>는 도리안 나카모토를 사토시라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

도리안 나카모토는 자신은 사토시가 아니며 아들에게서 몇 주 전 비트코인에 들어 처음 들었다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잘못된 보도가 퍼지며 도리안은 사생활 침해를 받고 있다며 뉴스위크를 고소하기도 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라이트 역시 도리안처럼 매체가 사토시라 추정한 인물 중 한명이었습니다.

2015년 12월, <와이어드>는 호주의 한 컴퓨터 과학자를 사토시로 추측하는 기사를 보도합니다. 이 호주의 컴퓨터 과학자가 바로 크레이그 라이트였습니다. 해당 보도에는 비트코인 백서 발표 이전 라이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암호화폐 문서를 발표할 것이라 남겨 놓기도 하고, 비트코인 탄생 시기와 엇비슷한 시점에 비트코인 베타 버전 가동을 알리는 글을 올린 것을 근거로 라이트가 사토시라 주장했지요.

이후 2016년 5월에는 <비비씨(BBC)> 와 <이코노미스트> 역시 라이트를 사토시라 추정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라이트 역시 자신이 사토시가 맞다 주장하며 <비비씨(BBC)>에 근거를 제시하겠다 말하기도 했으며, 비트코인은 여러 사람의 노력을 통해 탄생했으며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라이트가 사토시라는 근거를 뒷받침 해주는 관련 메일과 문서들이 공개되기도 했지요. 비트코인 수석 개발자인 개빈 안드레센 역시 라이트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라이트는 비트코인 서명을 통해 자신이 사토시라는 증거를 제시하긴 했으나, 사토시의 개인 키 없이도 서명이 가능한 방식을 사용했기에 유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라이트는 돌연 더 이상 자신이 사토시라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겠다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

현재까지도 라이트가 사토시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암호화폐 업계의 많은 인사가 라이트가 사토시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부인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라이트를 사토시로 지목했던 매체 중 하나인 <와이어드>조차 2015년 12월 기사 서문에 “와이어드는 더 이상 라이트가 비트코인의 창시자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담아 업데이트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라이트는 현재까지 자신을 사토시로 주장하며, 자신을 가짜 사토시, 사기꾼이라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트위터에서 ‘라이트닝 토치’ 운동을 주도한 ‘호들러넛’이 라이트가 사토시라 주장하는 것은 거짓말이라 비난했습니다. 라이트는 호들러넛에게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통보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호들러넛을 지지하며 라이트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바이낸스의 CEO 장펑자오는 라이트가 이끌고 있는 비트코인 SV를 바이낸스에서 상장 폐지하겠다 밝혔습니다. 이에 다른 거래소들도 비트코인 SV 상장폐지 대열에 동참하기도 했지요. 더욱이 피터 맥코맥도 라이트로부터 글 삭제와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로펌 문서를 받았다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상장폐지 논란에 휩싸인 비트코인 SV는 4월 말 약 53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역시 라이트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서울에서 개최된 행사 ‘디코노미’에서 라이트를 ‘사기꾼’이라 지칭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비트코인 SV를 ‘쓰레기통’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4월에는 라이트가 비탈릭에게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주장하며 이들 사이에 깊은 감정 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지요. 더욱이 2019년 2월 라이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자신이 재차 사토시라고 주장하는 한편 이더리움은 확장성이 부족하고 어설프다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닷컴의 대표인 로저 버 역시 라이트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로저 버는 비트코인 캐시를 비트코인이라 표기해 논란을 빚기도 한 인물입니다. 로저 버는 유튜브에 라이트를 사기꾼이라 비난하고 자신을 고소해 보라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라이트를 도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라이트는 로저 버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비난한 사람을 고소하고 있는 라이트 본인 역시 다른 소송에 휘말려 있습니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난 컴퓨터 과학자 데이브 클라이먼의 가족들이 라이트를 고소한 것입니다. 클라이먼의 가족들은 클라이먼이 라이트와 함께 일했으며, 라이트가 클라이먼을 갈취했다 주장합니다. 따라서 라이트와 클라이먼이 함께 채굴한 비트코인 중 클라이먼의 몫인 비트코인 110만 개를 보상하라 요청한 것이지요. 이에 미국 플로리다 남부 지방 법원은 지난 3일 라이트에게 비트코인 주소 목록을 공개하라 명령했습니다.

비트코인 SV 가격 차트, 출처 = 코인마켓캡

소송뿐만 아니라 라이트의 발언에 대한 논란도 존재했었습니다. 2018년 11월 비트코인 캐시가 비트코인 ABC(현재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SV로 갈라져 하드포크됐었습니다. 이때 라이트는 반대 진영에 자신이 가진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을 팔아버리겠다 주장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는 곧 비트코인을 투매해 시장 가격을 붕괴시키겠다는 압박이었지요. 현재까지 저작권 등록에 따른 파급효과가 명확해지지 않았지만, 비트코인 투매 발언보다 저작권 등록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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