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갤럭시노트 S펜’은 어쩌다 마법봉이 됐나

2019.08.16

“S펜은 마법봉으로 진화했다.”

‘갤럭시노트10’ 공개 이후 가장 많이 보이는 문구다. ‘에어 액션’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S펜에는 마법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S펜의 움직임을 인식해 원격으로 갤럭시노트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S펜을 위아래, 양옆으로 휘두르고 원을 그리면 카메라를 셀카로 바꾸거나 촬영 모드를 전환하고, 줌인·줌아웃을 할 수 있다. 볼륨 조절도 가능하다.

손발이 움찔하는 수식어지만 새로운 S펜은 정말 마법봉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주로 손에 닿는 거리에서 사용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S펜의 마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봉인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 우리는 구태여 S펜을 마법봉처럼 휘둘러 셀카를 찍고, 동영상 볼륨을 조절해야 할까. 마법은 지속 가능할까. S펜은 왜 마법봉이 되어야 했나.

상징으로서 S펜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상징은 ‘S펜’이다. 삼성전자에 있어 S펜은 신의 한 수였다. 스타일러스 펜을 버리고 스마트폰의 시대를 연 아이폰과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를 출시하며 현재 스마트폰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지전능한 ‘옴니아’의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갤럭시S는 카피캣 논란 속에 부침을 겪었다. 애플과의 디자인 특허 소송까지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만의 스마트폰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나가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바로 S펜을 통해서 말이다.

동시에 S펜은 숙제였다. 사람들이 S펜을 손에 쥐게 만드는 숙제다. S펜이 없다면 갤럭시노트는 다른 대화면 스마트폰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존재가 된다. 지금이야 6인치대 대화면이 익숙하지만, 갤럭시노트가 처음 나오던 당시엔 4인치대 초반 스마트폰이 대부분이었다. 5.3인치 갤럭시노트는 시장에서 낯선 제품이었다. S펜은 대화면에 명분을 줬다. 메모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이 정도 화면 크기가 적합하다는 명분이다. S펜은 명분에 충실한 가끔 필요할 때 메모에 충분한 정도의 성능과 기능을 갖췄다.

그러나 명분 없이도 대화면 경험은 익숙해졌고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일은 쉽지 않아졌다. 이 과정 속에 삼성전자는 지속해서 S펜의 경험을 넓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사람들이 S펜을 꺼내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S펜은 마법봉이 됐다.

S펜의 마법봉 같은 경험

마법봉의 기술적 원료는 크게 세 가지다. 저전력 블루투스(BLE)와 6축 자이로 센서, 가속도 센서 등 자그마치 3개의 기술이 합쳐진 컴비네이션이다. 지난해 ‘갤럭시노트9’ S펜에 추가된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바탕으로 모션 센서를 추가해 S펜의 원격제어 기능을 확장했다. 전작에서는 S펜 버튼을 눌러 카메라를 실행하고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등을 지원하는 수준의 원격 제어 기능이 제공됐지만, 갤럭시노트10은 S펜 움직임 인식을 통해 더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가 모션 센서를 활용해 선보인 기능은 카메라 기능 제어다. S펜을 위아래로 움직여 전·후면 카메라를 전환하고, 양옆으로 움직여 촬영 모드 변경, 원을 그려 줌인·줌아웃을 하는 식이다.

마법봉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실제 사용자 경험이 마법봉과 비슷하다. S펜으로 원을 그리고 있으면 마치 해리포터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또 마법봉을 휘두르기 위해 수습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유사하다. S펜의 마법은 주문을 외우듯 ‘정교한’ 손놀림이 없으면 발동하지 않는다. 버튼을 누른 채로 S펜을 움직이고 원하는 동작이 끝나면 버튼을 떼야 한다. 이 3단계 과정에서 오차가 있으면 S펜은 허공을 가를 뿐이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를 연습하던 호그와트 마법 수습생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조작법에 익숙해지면 에어 액션 기능은 그런대로 잘 작동하는 편이다.

또 삼성 노트 앱을 통해 S펜으로 작성한 손글씨를 손쉽게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나 PDF, 이미지 등 다양한 파일 형식으로 텍스트 변환이 가능해 메모의 편집, 저장, 공유가 편리해졌다. 딥러닝 기반 기술을 적용해 텍스트 변환의 정확도를 높였다.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옛말을 찰떡같이 믿고 사는 내 손글씨도 잘 인식했다. 단, 정확도가 지나치게 높아 악필 특유의 들쭉날쭉한 글자 간격을 띄어쓰기로 인식하기도 했다.

녹화 중인 영상 위에 S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AR 두들’ 기능도 추가됐다. 일종의 AR 스케치 기능으로 영상 배경에 그림이나 낙서를 그릴 수 있다. 또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해당 그림이 얼굴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도 한다. 쓰고 있으면 인스타그램 ‘인싸’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능이다.

마법의 지속 가능성

차별화된 스마트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S펜은 마법봉이 됐다. 갤럭시노트만의 경험을 확산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가 화면 크기가 비슷해진 시대다. 대화면만으로도 먹히던 호시절은 갔다. 성장이 둔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노트가 살기 위한 길은 결국 S펜이다. 엑스칼리버처럼 꽂혀있는 S펜을 뽑게 만들어야 한다. S펜에 광학 줌 카메라를 넣기 위한 특허 출원을 할 정도로 S펜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삼성전자의 고민은 컸다. S펜에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S펜을 뽑아서 쓸 거라는 생각이다.

관건은 신기한 기능이 아닌 실질적 사용성이다. 새롭게 추가된 기술과 기능이 자연스럽게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삼성전자는 원격 제어에서 S펜의 가능성을 보았고, 노트9에 이어 노트10에 해당 기능을 확장했다. 하지만 마법봉의 지속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신기해서 한번 써보고 마는 언팩용 일회성 마법으로 끝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쓰는 일은 자연스럽지 않다. 이전에는 없던 기능이기 때문이다. 낯선 인터페이스는 기존 인터페이스 환경보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사용자에게 줘야 한다. 블루투스와 모션 센서로 무장한 마법봉은 개발보다 개발 이후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S펜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마법봉을 외부로 개방했다. S펜의 모션 컨트롤 기능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로 공개해 다양한 게임, 앱 서비스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개발 생태계를 계속 지원하고 키우며 스스로 카메라 제어 외의 레퍼런스 기능을 선보여야 한다. 사용자가 마법봉을 쓰기 위해 마법사가 돼야 하는 UX도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법의 지속 가능성은 여기에 달렸다. 물론 갤럭시노트10은 S펜 없이도 좋은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S펜이 없으면 좋은 스마트폰 중 하나일 뿐이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