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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케이드’ 한달…게임 구독의 시대를 열다

2019.10.30

‘애플 아케이드’ 출시 한 달이 넘었다. 게임 구독형 서비스로 등장한 애플 아케이드를 놓고 여러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잼’, ‘노잼’ 수준의 납작한 콘텐츠 평가가 대부분이다. 물론, 돈을 내고 즐겨야 하는 유료 콘텐츠인 만큼 이용자들의 관심은 ‘구독할 만한지’에 초점이 모일 터다. 반면, 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 생태계가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로 정체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내적으로는 특정 장르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쪼그라들고 있다. 대형 게임사와 중소형 게임사 간의 양극화도 큰 문제다. 애플 아케이드가 갖는 의미는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구독의 시대, 게임의 길

구독의 시대다.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변했다. 손실 없는 무압축 고음질을 듣겠다며 CD를 사서 듣던 황금 귀들은 멸종 직전 상태, TV 제조사는 8K를 말하지만 블루레이 시장은 아사 직전이다. 한 줌 남은 국내 출판 시장도 구독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꽃부터 면도기 같은 생필품까지 아날로그 세상에도 구독 플랫폼이 붙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비껴가 있던 콘텐츠 중 하나는 게임이다. 콘솔 게임은 여전히 패키지를 까야 제맛이며, 다운로드 방식 역시 본질적으론 패키지 방식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 단지, 다운로드 추가 콘텐츠로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더 늘렸을 뿐이다. 온라인 게임은 오히려 구독 모델에서 역행했다. 월 정액제 방식에서 무료로 게임을 풀고 과금 요소를 덕지덕지 붙여야 수익이 극대화되는 시장 상황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싱글 플레이 위주의 유료 모바일 게임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게임 전체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은 이용자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격으로 인한 초기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을 무료로 풀고 광고를 붙이는 방식도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탓에 이용자 이탈의 주범이 된다. 결국 수익 모델이 우수한 MMORPG, 이용자를 오래 붙잡도록 설계된 게임들만 득세하면서 게임의 장르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 위주로 시장이 굴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 시장은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게임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애플 아케이드가 등장했다. 지난 9월20일 한국을 포함한 150개국에 출시된 애플 아케이드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다. 일정한 구독료를 내면 광고나 추가 구매 없이 100여 개 이상의 독점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월 6500원에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에서 최대 5명이 계정을 공유할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를 향한 시선은 ‘킬러 타이틀’에 집중됐다. 콘솔급 게임 유무, 대형 게임사의 참여 여부에 따라 미래가 갈릴 것이라는 평가가 애플 아케이드 출시 전후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애플 아케이드는 게임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애플 아케이드, 게임의 다양성을 넓히다

콘솔급 게임을 기대하고 애플 아케이드에 접근할 경우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판 ‘젤다’로 불리는 ‘오션혼2’는 ‘언리얼 엔진4’로 제작돼 외형적으로 콘솔 게임에 근접해 있다. 이용자들은 이 점에 기대했고 애플 역시 ‘오션혼2’의 그래픽을 앞세워 애플 아케이드를 홍보했다. 하지만 콘솔 게임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짝퉁 젤다’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콘솔급 그래픽을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어정쩡한 모션과 조작감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 콘솔급 그래픽을 자랑하는 ‘오션혼2’

정작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게임은 독특한 게임성을 보여준 게임들이다. 대표적인 게임이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다. 리듬 게임에 기반을 뒀지만 뛰어난 영상미와 연출, 음악, 서사를 잘 어우러지게 표현해 한 장의 팝 앨범과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게임으로 완성됐다. ‘엔터 더 건전’의 스핀오프 후속작 ‘엑싯 더 건전’은 탄막 게임과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섞은 2D 도트 게임으로, 익숙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 독특한 스타일의 리듬 게임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

단순한 그래픽과 단순한 조작으로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이는 ‘블리크 소드’ 역시 이용자들로부터 주목받은 애플 아케이드 게임 중 하나다. ‘모뉴먼트 밸리’ 제작사가 개발한 ‘어셈블 위드 케어’도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스토리텔링형 퍼즐 게임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애플 아케이드에서는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재미 자체에 천착한 다양한 게임들이 애플 아케이드 곳곳에 포진해 있다. 초창기 앱스토어 유료 게임들을 한데 모아놓은 모양새다.

| 단순하지만 역동적인 액션 RPG ‘블리크 소드’

재밌는 부분은 애플 아케이드의 ‘블랙박스’ 같은 게임 큐레이션이다. 기존 애플 앱스토어는 이용자들이 쉽게 검증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인기 차트’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애플 아케이드 탭에서는 순위별로 게임을 나열하지 않는다. 메인 화면에서 간단한 게임 소개와 맞춤형 추천 게임, 장르별 묶음을 보여줄 뿐이다. 마치 ‘넷플릭스’를 연상시키는 배열이다.

게임 개발사 역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앱스토어에서는 게임 소개 페이지로 들어갔을 때 게임 이름 밑에 바로 개발사가 노출되지만, 애플 아케이드에서는 게임의 느낌을 대략 알 수 있는 커버 영상이 제일 먼저 노출되고, 그다음이 게임 아이콘, 게임명, 소개, 다운로드 버튼 등이 차례로 나타난 후 중간에 개발자가 조그맣게 노출돼 있다. 이용자들이 인기 차트나 대형 개발사에 기대지 않고 보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UX로 보인다.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애플 아케이드가 추구하는 게임은 콘솔 게임이나 트리플 A급 모바일 게임보다는 게임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인디게임에 가깝다. 그렇기에 대작 게임에 기대는 한국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MMORPG 등 멀티플레이 경쟁 게임에 익숙한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형 플랫폼에 콘텐츠 개발사들이 얽매이는 양상이 게임에서도 재현될 거라는 지적이다. 퍼즐 게임 ‘룸즈’ 시리즈를 개발해 온 1인 개발사 김종화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는 “구독 서비스가 잘 되면 줄고 있는 순수 유료 게임 시장의 판로가 열릴 수도 있지만, 아직 유료 게임을 내는 것과 애플 아케이드로 게임을 냈을 때 어느 쪽이 더 나을지 데이터가 없다”라며 “이용자들의 플레이 시간으로 수익이 배분될 경우 한 두시간 정도 짧은 경험을 하고 끝나는 게임은 계속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게임에 비해 수익이 적을 거고, 결국 특정 장르의 편향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인디 게임 개발자도 “비즈니스 모델 선택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디게임에 있어 선택의 폭이 늘었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실제로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수익이 발생하는지 모르다 보니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에 묶여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고 애플 아케이드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 배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애플은 초기 유명 타이틀을 출시하기 위해 약 5억달러(약 5870억원)의 선불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슷한 시기 시작한 구글의 앱 구독 서비스 ‘플레이 패스’의 경우 ‘플레이 시간’이 수익 배분 결정의 주요 알고리즘으로 공개됐지만, 애플 아케이드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버지>는 애플 아케이드 참여 개발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애플 아케이드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라며 “모바일에서 입지를 잃은 프리미엄 게임들을 위한 집 역할을 한다”라고 평가했다. <엔가젯>은 애플 아케이드의 수익 모델이 클론 게임, 광고를 보도록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게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유효한 역할을 할 거라고 내다봤다.

구독형 서비스가 콘텐츠의 구원자가 될지 플랫폼 배만 불리는 악덕이 될지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적어도 애플 아케이드는 비즈니스 모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모바일 게임사들의 지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또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애플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애플 아케이드 출시 한 달 째, 첫 달 무료 서비스가 끝날 시점이다. 구독자는 유지될 수 있을까. 애플 아케이드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