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바이’·LG ‘헬로’, 문열린 유료방송 시장 재편…문제는?

"지역성 문제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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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를 인수하며 유료방송 시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LGU+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며 방송통신 사업자 간 닫혀있던 M&A 빗장이 열렸다. 하지만 인수 이전부터 불거졌던 지역성에 대한 문제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케이블TV 사업의 지역성 구현 책무에 대한 조건을 달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사회는 지역성 보장이 약하다고 짚었다.

과기정통부는 LGU+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인가한다고 12월15일 밝혔다. CJ헬로는 알뜰폰(MVNO)과 케이블 방송 사업자로 LGU+는 이번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 기준 알뜰폰 시장서는 1위, 유료방송에서는 2위 사업자로 오르게 된다. CJ헬로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LG 헬로비전’으로 변경하고 대표 및 사내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과기정통부는 이번 인수 건과 관련해 통신 분야에서는 경쟁 저해 문제가 크지 않고, 방송 분야는 공공성 문제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같은 거대 OTT의 등장 등 글로벌 통신방송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이번 인수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인수는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 사업자(SO)를 인수하는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심사를 앞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과 KT의 케이블TV 인수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 “안전장치 달았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조건을 달았다. 특히 방송 분야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지역성 강화, 공정경쟁, 시청자 권익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협력 등을 위해 필요한 승인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사업자는 지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사업자별로 특정 지역 독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대신 해당 지역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만드는 등 지역성 구현의 책무를 지닌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경쟁하는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이 같은 지역성 보장이 약해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과기정통부는 지역성 약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달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최저가 상품인 ‘8VSB 기본상품’에 지역채널을 포함하도록 하고, LGU+가 CJ헬로의 지역채널 콘텐츠를 무료 VOD로 제공하도록 했다. 또 지역채널 투자규모, 본방송 비율, 지역보도(재난방송 포함) 등 지역 콘텐츠 비중을 포함한 지역채널 운영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 CJ헬로 재난방송

공정경쟁과 관련해서는 CJ헬로 가입자를 LGU+로 전환시키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의 협상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CJ헬로(케이블TV)와 LGU+(IPTV)가 별도로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고, 매년 PP 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 수수료 규모와 증가율을 공개하도록 했다.

알뜰폰과 관련해서는 도매제공 대상 확대, 데이터 선구매제 도입, 5G 단말 구매대행 등의 조건을 부과해 알뜰폰 시장 경쟁 여건을 개선하고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현회 LGU+ 부회장은 “통신방송 시장의 자발적 구조개편으로 산업이 활성화 되도록 정부가 CJ헬로 인수를 승인해 준데 대해 환영한다”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성실히 이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시민사회, “지역성 외면한 부실 심사”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지역성을 외면한 부실 심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나쁜 인수합병 반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5일 논평을 통해 일자리 안정 외면과 지역성 강화에 소홀한 LGU+ 맞춤형 부실 심사라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가 여러 조건을 부과했지만, LGU+의 안을 그대로 받아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동행동은 지역채널 투자 금액이 5년간 490억원에 그친다는 점을 짚었다. LGU+와 CJ헬로가 같은 기간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한 2조6723억원, 1조1239억원과 비교했을 때 연평균 콘텐츠 투자액의 1%에 못 미치는 적은 액수라는 얘기다. 공동행동은 “CJ헬로의 지역채널은 24곳으로 채널 당 투자액은 연 4억원 수준에 그치고 이마저도 콘텐츠에 투자될지 미지수”라며 “지역독점사업자를 인수하여 막대한 사적 이익을 챙겨가면서 지역에는 부스러기 정도 떼어주겠다는 안에 과기정통부가 손을 들어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용 문제도 제기됐다. 그간 케이블TV 사업자의 문제로 지적됐던 원-하청 구조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협력업체와의 기존 계약을 일정기간 유지토록 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이행하도록 했다”라는 입장이지만, 공동행동은 “유료방송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원하청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라며 “고용 유지가 아니라 하청 구조 유지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연장하는 것을 승인했고 이는 LGU+의 바람대로 심사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는 “유사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심사과정에서 기업들이 시장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이나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는지 사안별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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