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왜’ 블록체인 연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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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8일,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이 호암아트홀에서 ‘분산원장기술 생태계와 전자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홍경식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장중혁 아톰릭스랩 이사,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김종현 블록체인융합 PM 등이 참석했다. 해당 세미나에서 하윤정 세계은행 팀장이 ‘분산원장기술 생태계 발전 가능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 한국은행 전자금융세미나에서 강연하는 하윤정 세계은행 팀장

세계은행은 왜 블록체인 연구하나?

하윤정 세계은행 팀장은 세계은행의 블록체인 기반 채권, 소액 연금, 공급망관리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분산원장기술의 잠재력과 전망을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경제기구이다. 현재 전세계 6백여 개 은행과 협력해 국제사회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세계은행은 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하 팀장은 이 질문에 “기술 혁신이 경제사회 개발과 생산성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세계은행도 회원국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2017년 IT부서 내 블록체인 팀을 신설했다. 그리고 현재 블록체인 팀은 이노베이션 랩으로 통합된 상태이다. 하 팀장은 세계은행이 교육, 토지관리, 국경 간 공급망 관리 등의 분야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자 연구하고 있다 밝혔다.

하 팀장은 분산원장을 “분산된 여러 노드에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분산원장을 이용해 디지털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생태계 설계 및 개발, ▲연구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형태의 분산원장 중, ‘기업용 블록체인’ 개발의 중요성도 짚었다. 하 팀장은 기업용 블록체인은 대량의 데이터를 지연 없이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재난과 사고 시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갖춰야 한다 말했다.

하 팀장은 ‘본드아이(Bond-i)’ 사례를 통해 세계은행이 분산원장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과제들을 설명했다. 본드아이는 2018년 8월 세계은행이 세계 최초로 발행한 블록체인 채권이다. 세계은행은 연간 600억 달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는데, 2000년 1월에는 세계 최초 전자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 팀장은 “세계은행은 블록체인에 대해 더 이해하고자 본드아이를 발행했다”라고 했다. 본드아이는 세계은행과 호주의 커먼웰스 은행(CBA)이 협력해 이더리움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발행된 채권으로, 7개 기관이 투자에 참여했다. 현재 세계은행과 커먼웰스 은행이 각각 2개의 노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코드를 검토한다.

본드아이는 2년 만기 이표채로 수익률은 2.251%, 표면금리는 2.2%로 6개월마다 이자를 제공한다. 본드아이는 초기 1억1천만 호주 달러 규모로 발행되었는데, 지난 8월 5천만 호주 달러 상당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기도 했다.

또한 하 팀장은 케냐에서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소액 연금 사례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케냐의 자영업자의 경우 기존 연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절차가 복잡하기에 소모되는 비용도 많지만, 중개 과정에서 사기도 빈번히 일어났다. 그렇기에 세계은행은 블록체인을 기반 앱을 출시해 케냐 국민들이 모바일을 통해 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으로 신분 확인 절차를 진행해 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하 팀장은 소액 연금에 ‘펜션 토큰(pension token)’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존 모바일 머니 대신 펜션 토큰을 활용할 경우 알고리즘을 이용해 퇴직금을 적립하고 남은 금액을 수익성 자산에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을 인출할 때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하 팀장은 국제적으로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프로젝트 우빈(Ubin)’을 진행 중인데, 6단계 중 현재 5단계를 마친 상황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홍콩 통화당국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무역 절차를 표준화하는 프로젝트인 ‘e트레이드커넥트’를 개발 중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R3의 코다(Corda) 블록체인을 사용해 자국의 시중은행과 함께 인타논(Inthanon)이라는 금융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브라질은 블록체인 정보관리 프로젝트 피어(Pier)를 진행 중인데, 2020년 11월까지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 팀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7500달러 일 때, 조지아에서 채굴되는 비트코인 연간 수익은 조지아 총 GDP의 5%를 차지하기도 했다”라며 “브라질도 암호화폐 매매를 무역 수지에 포함하겠다 밝혔다”는 사실을 짚었다.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량이 기존 금융시장 거래량보다 미미해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식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모적 논쟁 대신 바르게 쓰는 법을 연구해야

| 한국은행 전자금융세미나에서 진행된 패널 토의

강연 종료 후 패널 토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김종현 블록체인융합 PM은 “반도체처럼 블록체인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라며 “현재 소모적인 논쟁이 너무 많다. 논쟁의 초점을 바꿔 기술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종현 PM은 이어 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을 비교하며 “인터넷 출현 후 30여 년 후 버블이 발생했고,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가 성과를 내기까지 40여 년이 걸렸다”라며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탈중앙화 비즈니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중혁 아톰릭스랩 이사는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특성을 파악해 바르게 활용하는 기업이 드물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 10월29일 열린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에서 홍경식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이 불필요하다 밝힌 바 있다. 특수한 환경에 처한 국가 이외 주요 국가에서 근시일 내 CBDC를 사용할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양한 결제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와 분산원장 기술 등을 연구하기 위해 박사급 인력 1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