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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넥슨의 부스터 될까

2019.12.26

국내 대표 게임 업체 중 하나인 넥슨에 성장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떨어졌다. 현재 시점에선 만만치 않은 숙제처럼 보인다.

오랜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던전앤파이터’는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매출이 빠지고 있고, 9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개발한 ‘페리아 연대기’를 비롯해 여러 게임 프로젝트가 중도하차했다.

넥슨은 지난 12월18일 10년을 내다보고 개발했다고 강조해온  ‘야생의 땅: 듀랑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런 가운데 넥슨이 분위가 반전 카드로 꺼내든 것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의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다. PC 온라인 게임이었던 전작과 달리 전세계 콘솔과 PC 이용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X박스와 PC 이용자들이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방향성은 명확하다. 가능성 있는 IP를 글로벌 게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PC 울타리 안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PC와 콘솔의 경계를 허물어 식어가는 ‘카트라이더’를  글로벌 진출 의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넥슨의 전략이다. 지난 12월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첫 글로벌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넥슨에 따르면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한국 이용자 비중은 60%, 글로벌이 40% 수준이다. 넥슨은 다양한 국가, 다양한 플랫폼 이용자의 피드백을 받는 데 주력했다.

게임 패드에 심은 키보드 ‘손맛’

기존 ‘카트라이더’가 인기를 끌었던 요소는 손맛이다. ‘카트라이더’는 드리프트 ‘맛집’이다.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지만 다양한 드리프트 기술을 통해 파고들 요소를 제공하고 여기서 오는 주행감이 보는 재미로도 이어진다. 게임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차체와 한몸이 되기까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바 ‘이지투런 하드투마스터(Easy to Learn, Hard to Master)’의 전형을 따른다. ‘카트라이더’가 15년이 넘는 장수 게임이 된 비결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이름처럼 드리프트 조작감에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키보드의 조작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콘솔 게임패드에서도 손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X박스용 CBT에 참여한 기자는 20만원짜리 ‘X박스 엘리트 무선 컨트롤러 시리즈 2’로 카트를 몰았다. 조작 방법은 간단하다. 양옆의 트리거 버튼으로 전·후진을 하고 왼쪽 조이스틱으로 핸들을 돌리고 각각의 버튼으로 드리프트, 부스터 및 아이템 사용 등을 하는 식이다.

| X박스 엘리트 무선 컨트롤러 시리즈 2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작법을 익히자 드리프트는 어렵지 않았다. 전반적인 조작감도 괜찮았다. 내가 카트를 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패드인 만큼 진동 피드백도 안마기처럼 시원하게 들어왔다. 충돌 등 의 상황에 맞춰 진동이 오며, 주행로 바닥 질감에 따라서도 진동이 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진동 피드백이 너무 잦은 것은 약간 거슬렸다.

키보드냐 게임패드냐는 개인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하지만 프로급이 아닌 이상 실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똥손’인 나도 아이템전에서는 1위를 할 수 있었다. ‘무지개장갑’ 출신인 회사 동료는 “게임패드로 했을 때 더 직관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면서도 “스피드전 등에서 정확한 조작을 하려면 키보드가 나은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 로딩 화면에서 이용자의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다.

크로스 플레이는 원활하게 진행됐다. 자동 매칭을 통해 PC와 X박스 이용자 간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로딩 화면에서 PC, X박스 이용자에게 각각 노트북 모양 아이콘, X박스 아이콘이 붙어 이용자 구분이 가능한데, 총 8명이 진행하는 경기에서 한 판당 평균 2명~3명은 X박스 이용자였다. CBT인 점을 감안했을 때 네트워크 환경은 나쁘지 않았다. 게임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네트워크 지연이나 끊김은 없었다.

그 시절 주행감, 이 시절 그래픽

전반적인 주행감은 합격점이다. 넥슨은 원작의 90% 수준으로 주행감을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CBT 이용자들도 주행감에 만족하는 모습. 단, ‘뉴커팅’ 등 일부 드리프트 기술이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은 있다. 키보드에서 방향키 동시 입력을 통해 사용되던 기술인 만큼 게임패드와의 형평성을 위해 삭제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뉴커팅 등의 드리프트 기술을) 차단했다기보다는 구현 중인 단계로 앞으로 원작 카트라이더의 주행을 어떻게든 맞춰 나가겠다는 게 개발진의 의견”이라며, “패드에서도 최대한 기술을 쓸 수 있게 패드에 맞는 조작을 계속 연구하고 구현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또 “첫 CBT이다 보니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있을 거고, 10% 부족한 주행감을 이용자 피드백을 통해 끌어 올리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은 원작의 손맛을 살리면서도 요즘 눈높이에 맞춘 느낌이다. 언리얼 엔진4로 개발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4K UHD 고해상도 그래픽과 HDR 기술을 적용했다. 4:3 화면 비율, 각진 폴리곤 덩어리로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기던 그래픽은 10대~20대 눈높이에 맞는 그래픽으로 바뀌었다. 파란색 폴리곤 캐릭터였던 ‘다오’의 머리에선 이제 광택이 줄줄 흐른다. 화려하진 않지만, 맵 곳곳에 디테일을 살린 오브젝트들이 인상적이다. 이번 CBT에서는 ‘빌리지 손가락’ 등 모두 기존 맵을 활용했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는 세분화된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제공한다. 프론트, 사이드, 리어, 휠, 부스터 등을 다른 디자인의 부품으로 갈아 끼울 수 있으며, 페인트칠을 할 수 있다.  캐릭터 스킨도 바꿀 수 있다. 피니쉬, 리타이어, 승리, 패배 등 각 상황에 맞는 캐릭터 포즈도 설정할 수 있다. 달라진 그래픽을 활용한 소소한 재미 요소다.

가능성을 열어놓은 기분 좋은 시작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다. 맥 빠진 부스터 이펙트, 충돌 처리, 맥을 끊는 캐릭터 신음 소리 등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캐릭터 색상이 고정돼 있어 팀전에서 팀원이 헷갈리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  맵을 비롯해 아이템점, 스피드전 등 게임 구성이 그대로여서 새로운 게임을 한다는 감각도 부족하다. 예전에 즐기던 게임을 추억 보정과 그래픽 보정을 얹어 반복 재생하는 느낌이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캐주얼 게임의 외피와 복잡한 드리프트 기술이라는 상반된 조합이 먹힐지도 관건이다.

하지만 이제 첫 CBT다. 기존 ‘카트라이더’를 뼈대로 새로운 살을 붙여 나간다면 재밌는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멀티 플랫폼을 통해 국민 게임을 넘어 글로벌 게임이 될 잠재력이 있다. 콘솔에는 ‘마리오카트’라는 원조 맛집이 있지만 닌텐도 독점작이다. 반면 카트라이더:드리프트는 차별화된 손맛과 게임성을 통해 X박스를 기점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 여지가 있다. 특히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추세 속에 크로스 플레이 지원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번 CBT는 이같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