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버와 공존하는 호주의 모빌리티 실험 현장을 가다

2019.12.27

“처음 우버 시작할 때요? 택시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호주 뉴사우스웨스트주 버우드 그린라이트허브에서 만난 우버 드라이버 김우주(가명)씨는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그땐 택시하고 승차공유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봤어요. 노는 차 이용해서 돈 번다고 생각했죠.”

김 씨는 10여년 전 호주에 정착했다. ‘돈벌이’가 된다던 친구의 말을 듣고 부업 삼아 우버엑스를 시작했다. 벌써 3년차다. 김 씨와 같은 우버 드라이버 6만7천여명은 호주 37개 도시를 누비고 있다.

호주는 우버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국가로 꼽힌다. 2012년 호주에 처음 진출한 우버는 리무진 서비스인 ‘우버블랙’으로 시작해, 2014년 개인차량으로 손님을 태우는 ‘우버엑스(UberX)’를 내놓으며 승차공유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호주 수도준주(ACT)는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우버를 허용했고 뉴사우스웨일즈 주도 뒤따라 빗장을 열었다. 다른 주들도 차례로 우버를 받아들였다.

호주의 우버, 한국의 우버

호주의 우버는 다양했다. 우버엑스를 비롯해 다른 승객과 합승을 하는 대신 비용이 저렴한 ‘우버풀’, 프리미엄 서비스인 ‘우버컴포트’, SUV를 이용한 ‘우버XL’ 등을 부를 수 있었다. ‘우버택시’로는 현지 택시 호출도 가능했다.

한국에서는 우버엑스가 금지돼 있다. 현행법상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이 ‘택시처럼’ 사람을 태우고 돈을 받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유상 카풀도 정해진 출퇴근 시간 동안에만 가능하다.

한때는 우버엑스 허용 여부가 혁신의 가늠자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철 지난 화두다. 각 나라마다 택시산업 수준과 교통 인프라가 다르고, 정책과 규제 환경이 달라서다. 우버도 이를 고려해 한국에서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택시’로 불리는 가맹택시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드니 공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 승강장을 찾았다. 우버, 볼트, 올라 등 승차공유 서비스와 13캡스 등 택시 서비스를 탈 수 있는 장소가 한 곳에 표시돼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반면 호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우버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우버엑스가 등장했던 당시 호주 정부도 택시종사자가 받을 타격을 염려했다. 대응은 달랐다. 우버 등 승차공유 산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고, 택시를 옭아매는 규제를 일부 걷어냈다. 결과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우버를 수용했다.

택시업계를 위한 대책도 발 맞춰 내놨다.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승객은 운행요금에 더해 1.1호주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택시나 렌터카 등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뉴사우스웨일즈주는 승객 서비스 부담금을 5년 동안 모아, 2억5천만달러(약 3천억원)에 달하는 산업적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택시업계가 받을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조치다.

| 우버엑스 영수증 내역. 운행요금에 뉴사우스웨일즈(NSW) 정부 승객 서비스 부담금이 추가돼 있다.

한국은 올해 겨우 첫 발을 뗐다. 2013년 이후 우버엑스, 풀러스, 카카오 카풀, 타다 등이 차례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동안 강 건너 불구경이었던 정부는 지난 7월에야 택시 규제를 손질하고 플랫폼 운송사업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택시에 무게를 두되, 플랫폼 기업을 법 테두리 안에 들여 놓을 방안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택시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들조차 법안이 정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버는 왜 ‘환승’을 공략하나

다시 호주다. 출발이 빨랐던 호주는 우버의 모빌리티 실험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초 시드니에서는 ‘우버 트랜짓(transit·환승)’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버 트랜짓은 이름 그대로 각종 이동수단으로 ‘환승’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우버 차량·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까지 아울러 보여준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앱은 각 이동수단 경로별로 소요시간, 비용 등을 안내하는 식이다.

여느 경로안내 서비스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인앱 결제를 지원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덴버에서는 버스·지하철·기차 등의 시간을 우버로 확인하고, 표를 바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타고 갈 우버 차량은 앱에서 예약해두면 된다. 현지에서 만난 돔 테일러 호주·뉴질랜드 우버 모빌리티 총괄은 “지도 앱은 경로와 비용을 확인하고 우버 앱을 별도로 열어 차량을 호출해야 하지만, 우버는 앱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존F케네디 공항을 헬리콥터로 이어주고 있는 ‘우버콥터’는 착륙 시간에 맞춰 우버 차량을 대기시킨다. 우버 관계자는 “(우버의) 지향점은 우버콥터처럼 환승 지점마다 우버엑스, 우버바이크, 우버스쿠터 등 각종 우버 서비스를 배치하여 이용자가 최종 목적지까지 물 흐르듯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플랫폼 하나만 있으면 편하게 이동하는 미래. 우버 트랜짓은 모빌리티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로서의 교통(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우버의 목표는 일상생활의 운영체제(OS)가 되는 것”이라 말한 것처럼 우버는 이동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우버 앱을 열도록 만들기 위해 그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 현지 취재에 동행한 대만 우버 관계자가 우버 트랜짓으로 대중교통 탑승 시 소요시간과 비용 등을 확인해주고 있다.

호주의 우버는 이제 하늘길을 넘본다. 2020년 멜버른에서 도심 항공택시 서비스인 ‘우버에어’ 시범 비행을 시작해, 오는 2023년부터 전세계 도시들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버에어 상용화 후보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수잔 앤더슨 우버 호주·뉴질랜드 및 북아시아 총괄은 “호주 정부는 승차공유와 미래 운송 기술에 대해 미래 지향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해왔다”라며 “호주는 우버에어를 위한 최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