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역차별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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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도 없고, 오히려 역차별을 가중시키는 가이드라인이죠.”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대해 국내 콘텐츠기업(CP) 한 관계자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는 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보니 벌써부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CP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12월26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오는 2020년 1월27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계약 원칙을 제시해, 수년째 이어져온 국내 통신사(ISP·인터넷서비스공급자)와 CP 간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내외 CP 사이 ‘역차별’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가이드라인 들여다보니

방통위는 망 이용계약에 대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되, 계약 과정에서의 부당한 차별과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는 △계약 당사자 간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고, 유사한 내용의 계약과 비교해 차별적 조건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계약상 원칙과 절차 등이 담겼다. 상대방에게 특정 계약 내용을 강요하거나, 제3자와의 계약 체결·거부를 강요하는 행위, 제3자와 담합 등을 규정하는 불공정행위 유형 △ISP와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 등도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ISP는 망 이용료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CP는 인터넷 트래픽 경로 변경이나 트래픽 급증 등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ISP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 내용만 수용할 것을 강조하는 행위’는 불공정행위로 간주된다.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을 제재하는 한편, ISP와의 계약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국내 중소 CP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방통위 측은 설명했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계약에 있어서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은 물음표

방통위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 CP들은 가이드라인 자체에 부정적이다. 역차별 해소는커녕 국내 CP의 부담만 가중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CP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는 법이 있어도 잘 안 지키는 마당에 법적 강제력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지키겠나. 반대로 국내 사업자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이드라인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네이버 등 국내 CP들은 ISP에 막대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구글 등 해외 CP들은 망 이용대가를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외 CP들이 국내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CP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그러나 국내 CP 업계 관계자는 “해외 CP는 망 이용대가를 안 내는 상황에서 국내 CP들이 많은 비용을 내고 있어 이를 두고 ‘역차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본질은 통신사들이 망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계약상 부당한 차별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계약의 규모, 내용 등이 유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비차별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조항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이유다.

그러나 ISP와 CP 간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CP 입장에서는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에 앞서 투명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김재환 정책실장은 “인터넷 기업들은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가 말하는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일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놓은 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내 CP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