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2020 모빌리티 시장, 불확실성 속 플랫폼 택시 파괴력 주목

2020.01.03

2019년 스타트업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모빌리티였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향한 견제구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따다. 카풀의 시동이 꺼졌고, ‘타다(운영사 VCNC)’에는 제동이 걸렸다. 플랫폼과 택시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플랫폼을 제도권 안으로 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택시제도 개편안’을 내놨고 이를 바탕에 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도 발의됐으나 국회 파행으로 법안 처리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2020년은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플랫폼업계와 기존 택시업계 간 협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플랫폼택시’가 늘어나고 경쟁이 붙으면 소비자의 선택지도 보다 다양해질 거라는 분석이다.

뒷전 밀린 여객법 개정안, 통과될까

여객법 개정안은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고 있다. 차량을 호출하면 기사 포함 렌터카를 대여해주는 현행 ‘타다 베이직’ 방식의 운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법이 통과되면 타다를 비롯해 렌터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파파, 차차 등도 타격을 입게 된다.

반면 택시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는 개정안 통과를 고대하고 있다. 이들은 여객운수사업의 한 종류로 신설되는 ‘여객운송플랫폼사업’과 함께 가맹·호출 택시사업 규제 완화를 눈 여겨 보고 있다. 외관·요금·차량 등의 규제가 풀리면 지금보다 다양한 택시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객법이 손질돼야 투자 물꼬가 트일 거라는 기대도 있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투자 열기가 식었다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시멈춤’에 가깝게 느껴진다”라며 “불확실성이 커 관망 중이기는 해도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들이 움직이고, 투자도 덩달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법안의 향방에 따라 올해 모빌리티 산업 전망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베이직)가 확실한 불법이 되는 거라 택시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법안은 현재 법사위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통과가 목전이지만 확신은 어렵다. 작년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한 탓에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모두 새해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여야가 연초 임시국회를 열고 이견이 적은 법안부터 처리할 가능성은 있으나,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해관계가 첨예한 여객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모빌리티 기업 관계자는 “법안이 넘어가지 않으면, 또 다시 원점인 셈”이라며 “돌이키면 산업 전반에 타격이 클 거다”라고 말했다.

플랫폼택시가 달린다

불확실성이 짙은 탓에 올해 업계 전망은 안갯속이다. 스타트업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모빌리티 업계 한 전문가는 “2019년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혁신이 무엇인지, 그 합의점에 도달하는 과정이었다면 2020년은 합의점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택시와의 협업에는 가속이 붙고 있다. 공항 픽업 서비스 스타트업 ‘벅시(BUXI)’는 새해 부산법인을 세운다. 렌터카 기반 사업에서 영역을 넓혀, 대형승합택시 호출 사업을 진행한다. 기존 여행객 중심 서비스는 더욱 강화한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 6개 파트너와 손잡고 집부터 여행지 호텔까지 이동을 연결하는 ‘홈 투 호텔(Home To Hotel)’ 서비스를 선보여 차별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반반택시 운영사 코나투스는 작년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 승인을 받고 특정 지역·시간대에 동승을 원하는 승객을 연결해주는 택시호출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호출료는 택시기사와 분배, 택시기사의 추가 수익 증대를 돕고 있다. 올해는 동승 가능 지역과 시간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플랫폼 업계는 가맹택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맹택시는 기존 택시 사업자들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플랫폼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직영과 가맹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특별시·광역시 기준 4천대 이상(또는 총 대수 8% 이상) 면허대수를 확보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체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며 이 판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카카오T 블루’의 가맹 지역을 수도권 바깥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는 서울 지역 직영 택시회사를 추가로 인수, 내년까지 마카롱택시(직영) 500대, 마카롱파트너스(가맹) 5천대 가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우버코리아 역시 물밑에서 개인택시와 접촉하며 택시가맹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의 움직임도 있다.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티머니와 함께 골라 태우기를 방지하는 택시호출 서비스 ‘온다택시’를 내놨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카카오에 대항하기 위해 독자적인 플랫폼택시를 출시하겠다고도 밝혔다. 올해 5천대 규모로 가맹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택시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은 반갑다. 다만 택시가 내놓는 자체 플랫폼들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플랫폼택시 사업자들도 올해 서비스 차별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올해는 모빌리티의 씨를 뿌리는 해”라며 “씨를 잘 뿌리고 모를 잘 심어야 혁신이 가시화될 수 있다. 당장 올해부터 시장과 업계의 입맛에 맞는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그 기반이 마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는 플라잉 택시를 논하고 있지만 한국형 모빌리티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 그래서 법안 통과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제도권 내에서 택시가 그동안 할 수 있으나 하지 못한 협력모델을 발판 삼아 여러 가지 시도가 있을 것이다. 시장의 잠재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할지는 정부와 업계 하기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타다…신(新) 유형 등장할까

타다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타다금지법’이 해를 넘기기는 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정돼 있다. 앞서 검찰은 타다가 불법으로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했다고 보고, 박재욱 VCNC 대표와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두 번째 공판은 이달 8일 열린다.

이 같은 갈등이 끊이지 않자 5억달러(약 5800억원) 투자를 잠정 약속했던 해외 대형 사모투자펀드(PEF)가 투자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는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들어와서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사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벅시 이태희 대표)” 새로운 형태의 이동서비스가 등장할 거라는 기대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요응답형 이동수단(MOD·Mobility on Demand)’이 거론되고 있다. 수요응답형 이동수단은 이용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된다. 호출 시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복수의 경로를 반영, 최적의 노선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 같은 알고리즘은 자율주행 시대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작년 말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에어랩이 협업해 선보인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젝트가 한 예다. 해당 서비스는 반경 2km 내외의 서비스 지역 내에서 이용자가 호출하면 대형승합택시가 실시간으로 생성된 최적 경로로 운행하는 합승 형태의 이동 서비스다. 합승택시이자, 노선 없는 마을버스다.

현행법상 택시 합승은 불가능하나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부여로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실증지역은 마을버스가 없는 은평뉴타운으로 정해졌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은 “대중교통운송수단이 화두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택시만 봤지만, 2020년에는 더 넓은 시각으로 시장을 내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MOD 같은 모델은 지자체를 파고 들어갈 수 있다. 특히 만성적자노선에 배치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2020년은 가맹택시가 늘어나고 구독모델, MOD 등이 부상하는 등 전체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판이 다양화될 거다. 택시의 ‘넥스트(Next)’를 상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