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상승, 미국 vs 이란 긴장 국면 때문일까?

가 +
가 -

1월 3일, 미군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했습니다. 이에 이란이 미국에 보복을 예고하자, 국제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습니다. 그리고 1월 8일 이란은 이라크 미국 주둔 기지인 알아사드, 아르빌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무력 충돌 대신 이란에 추가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 밝히며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습니다.

불안감에 오르고 안도감에 내리고

이번 사건 속에  비트코인의 가격도 오르고 내렸습니다. 지난 7일 간, 구글에서 비트코인과 이란에 대한 검색량이 급등했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란’ 키워드에 대한 검색량은 1월 3일부터 서서히 상승해 이란의 보복 공격 전후인 8일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7일 간 키워드 검색량은 4,450%까지 증가했습니다. 지난 7일 간 ‘비트코인 이란’ 키워드를 가장 많이 검색한 국가는 순서대로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미국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트코인 이란’ 키워드 검색량, 출처 = 구글 트렌드

검색량뿐만 아니라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었습니다. 코인마켓캡 기준 1월 3일 오전 6시 경 비트코인의 가격은 6,980달러 대였습니다. 그러나 무력 충돌에 대한 긴장이 고조된 8일 오전 10시 경 비트코인의 가격은 8,380달러 대로 5일 만에 약 20% 상승했습니다. 긴장이 완화된 10일 오전 11시 경 비트코인의 가격은 7,850달러 대로 다소 하락했습니다.

지난 7일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출처 = 코인마켓캡

비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를 지키고 있는 이더리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1월 3일 오전 6시경 이더리움의 가격은 128달러였지만, 8일 오전 10시경에는 146달러로 5일 간 가격이 14%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10일 오전 11시 경 137달러 대로 하락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크로스앵글’은 1월 9일에 가격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의 거래량과 거래금액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 이더리움 활성 지갑 수는 42만 315개로 지난 일주일 간의 일간 평균 활성지갑수 보다 59% 증가했습니다. 온체인 상 거래 횟수는 약 63만 7천 회로 지난 일주일 간의 일간 평균 거래 횟수보다는 10%, 온체인 상 거래금액은 약 2억 7천만 달러로 지난 일주일 간의 일간 평균 거래금액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왜 올랐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며 국내외 증시는 하락하고, 원유와 금의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BBC>에 따르면 1월 8일 오전 10시 경, 코스피는 2147로 전날보다 1.28% 하락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의 가격은 5.1% 상승 해 배럴 당 약 71.8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금 현물 가격 역시 2.38% 상승해 온스당 1,603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었습니다.

1월 3일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의 사망 소식이 나오자, 원유, 금과 함께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영국 금융 사이트 ‘ADVFN’의 CEO 클렘 체임버스(Clem Chambers)는 <포브스>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글을 기고했습니다. 체임버스는 공습 소식이 나온 후 금은 2%, 원유는 3%, 비트코인은 5%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말하며, 비트코인은 ‘제삼의 안전자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란, 중국과 같이 자본 통제의 제약이 있는 국가에서 비트코인은 안전 자산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하며, 비트코인은 기관투자자의 자금과 연관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체임버스의 말 대로 비트코인은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녹아든 기존 금융 시장과 연관성이 적을까요? 1월 7일, 암호화폐 거래소 SFOX가 암호화폐, 주가지수, 금의 상관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시 1월 2일 기준 30일 간 비트코인과 S&P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0.058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비트코인과 S&P500 지수는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1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합니다.

 

암호화폐, S&P 500 지수, 금의 상관계수표, 출처 = SFOX

일례로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는 금과 S&P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0.409이고, 암호화폐로 함께 묶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상관계수는 0.78입니다. 즉, S&P500 지수가 올라갈 때 금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높고,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때 이더리움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SFOX는 암호화폐와 금과 비교했을 때, 비트코인과 S&P500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일까?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실물 금과 같이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미국 주식중개인 피터 쉬프(Peter Schiff)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쉬프는 “지정학적 위험성이 높아지자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한 이유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금을 산 이유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기자들이 비트코인을 산 이유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고 매입할 것이라는데 베팅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포브스>의 기고가 스티브 에이를리히(Steve Ehrlich)는 안전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의 잠재력은 인정했지만,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효용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반면, 이번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과 이란 공습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빌리 밤브로(Billy Bambrough)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한 요소는 불안정한 정세가 아닌 해시레이트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시레이트가 높아지면 비트코인 가격도 함께 상승하는데, 이란 공습과 시기가 맞물려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시레이트는 블록체인 상 연산력을 측정하는 단위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 또한 높아집니다. 실제로 지난 1월 5일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는 106EH/s로 급등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