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커팅 뜨니 유료TV ‘울고’ 초고속 인터넷은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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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코드 커팅(Cord-Cutting: 전통적인 유료 TV를 끊는 것을 의미)이 본격적인 확산기에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70% 이상 증가했다. 소규모 사업자들을 제외한 대형 케이블 TV 및 위성 TV 회사들은 지난해에만 유료 TV 고객 550만명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경험했다. 전체 가입자의 대략 8% 수준이다. 2018년 320만명이 유료TV에서 이탈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관련기사]  [IT열쇳말] 코드커팅

선두권 업체인 컴캐스트, 차터커뮤니케이션스, 알티스USA만 보면 모두 합쳐 지난해 100만명 가량의 유료 TV 고객이 이탈했다. 유료 TV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사용자들이 보다 저렴한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장면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코드커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유료 TV 서비스 수익성, 악화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케이블 TV 회사들이 유료TV 고객들을 계속 붙들어 두기는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가입시 설치 및 장비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방송 프로그램 편성(프로그래밍) 비용도 계속 상승하면서 케이블 TV 회사들은 유료 TV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WSJ>에 따르면 시장 조사 업체인 모펫나탄슨(MoffettNathanson)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케이블 회사들은 고객이 원한다면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이들 회사는 프로그래밍 가격이 올라가는 부분을 이를 사용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유료 TV 하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입자가 줄기는 위성TV 회사들도 마찬가지. AT&T의 다이렉TV는 2019년 미국에서 위성 및 광섬유TV 가입자가 340만명 줄어드는 상황을 목격했고 디시네트워크도 같은 기간 50만명의 위성 가입자가 빠졌다.

이 같은 상황은 유료 TV 패키지 요금이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료 TV 사용자들에게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 뉴스와 스포츠 채널이 비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대형 케이블 회사인 컴캐스트는 케이블TV 평균 요금이 올해 3.6%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3.3%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다. 알티스도 최근 케이블TV 이용 가격이 4~5% 상승했다. 그동안의 평균치인 3~3.5% 보다 높은 수준이다.
셋톱박스 업체인 티보의 데이브 셜 CEO는 “소규모 케이블 회사들도 같은 도전 과제들과 싸우고 있다”라며 “이들 케이블 회사들은 매우 낮은 마진에 직면하면서 좌절하고 있다. 커다란 비용 상승의 결과로 번들이 깨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사용자들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이어 월트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가 지난해말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는 컴캐스트 피콕과 AT&T HBO 맥스 등이 시장에 데뷔한다.

비용 증가와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대안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전통적인 유료 TV로부터의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웰스파고의 통신 부문 애널리스트인 제니퍼 프리츠헤는 “이것은 단지 뉴노멀(new normal)이다. 사람들은 500개 채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다 적은 규모의 번들, 이른바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s)이 승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키니 번들이 필승 전략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디시네트워크의 슬링 TV는 지난해 고객수를 늘렸지만 4분기만 놓고보면 처음으로 가입자수가 줄었고 AT&T가 제공하는 스트리밍 번들 역시 마찬가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소니가 선보인 스트리밍 번들인 플레이스테이션뷰는 2019년말 폐쇄됐다.

이들 서비스 역시 비용 증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슬링TV 기본형 월정액은 2015년말 20달러에서 30달러로 늘었고 AT&T 온라인 TV 서비스는2016년 시작할때만 해도 35달러였는데, 지금은 한달에 65달러 수준이 됐다. 훌루 라이브TV 서비스인 훌루플러스 가격도 지난해초 대비 15% 상승한 54.99달러로 늘었다.

코드커팅은 유료 TV 가격이 한국과 비교해 매우 비싼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한국은 미국 만큼 코드커팅이 확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플랫폼사업본부장은 최근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코드커팅을 걱정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미국에서는 유료방송에 가입하면 한 달 최대 10만원을 내야 한다. 한국은 너무 싸다. 그래서 OTT가 대체재 느낌은 아니다. 나중에는 달라질 것이지만 아직은 OTT가 대체재보다는 보완재”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웨이브, 한국 1위 찍고 글로벌 시장 도전하겠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새로운 수익 엔진으로 부상

유료TV 고객이 줄고, 마진도 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부문이 케이블 TV 회사들의 손익계산서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료 TV 고객은 줄고 있지만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코드커팅이 보다 높은 요금의 프리미엄 인터넷 서비스 가입을 늘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WSJ>은 알티스를 인용해 한 고객이 케이블TV 가입에서 탈퇴하거나 낮은 가격의 TV 상품으로 전환할때 절약된 돈은 종종 보다 비싸고 높은 속도의 초고소 인터넷 서비스에 들어간다라고 전했다. 컴캐스트도 수익성 없는 케이블TV 고객을 늘리기 보다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컴캐스트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만 쓰는 고객들을 위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렉스도 최근 내놨다. 컴캐스트 계열인 NBC유니버셜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도 준비중으로 오는 4월 공개할 예정이다.

케이블 TV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위협보다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 성장을 이끌 파트너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탈레스 S. 테이셰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책 <디커플링>에서 컴캐스트와 같은 케이블 업체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경쟁자 보다는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에 따르면 컴캐스트는 저속 및 초고속 인터넷을 판매한다. 전자는 월 30달러 정도, 후자는 월 60달러에서 100달러다.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한계 비용은 비슷하다. 필요한 인프라가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컴캐스트가 어떤 것을 판매해도 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 고속 인터넷과 저속 인터넷 사이의 가격 차이는 컴캐스트에게 완전한 순이익이다.

그럼에도 컴캐스트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파트너라기 보다는 불편한 관계에 가깝다. 양측은 치고받는 장면도 연출했다.

<디커플링>은 이와 관련한 일화도 전하고 있다. 한때 넷플릭스가 성장하자 컴캐스트는 수익금의 일부를 댓가로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전달되는 인터넷 트래픽에 대해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을 따지지 않고 이를 생성하거나 소비하는 주체에게 차별없이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앞세워 캠캐스터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컴캐스트는 넷플릭스의 데이터 사용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인터넷 서비스 속도가 느려지도록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 넷플릭스를 곤경에 빠뜨렸다. 결국 넷플릭스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컴캐스트에게 돈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넷플릭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넷플릭스도 컴캐스트에 돈을 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의 배급 통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넷플릭스 때문에 컴캐스트 초고속 인터넷 매출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넷플릭스는 이와 관련해 청원까지 올렸고 컴캐스트는 휴전을 선언했다. 컴캐스트와 넷플릭스는 서로 어떤 돈도 지불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