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부결…‘케이뱅크’ 정상화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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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영업 정상화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지난 3월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5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초로 정리 순서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체면 구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지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출범했던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대부분의 여신 기능을 중단한 채 문을 열지도, 그렇다고 닫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로 영업을 지속해 왔다. 출범 초기엔 2주 만에 가입자 20만명 돌파를 기록하며 순항을 예고하는듯했지만, 곧 자본금 바닥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추락했다.

| 케이뱅크는 취급하는 대출상품 6개 중 ‘슬림K 신용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 5개 모두 신규가입을 중단하고, 해당 상품에 ‘일시중단’ 표시를 했다.

| 케이뱅크는 취급하는 대출상품 6개 중 ‘슬림K 신용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 5개 모두 신규가입을 중단하고, 해당 상품에 ‘일시중단’ 표시를 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던 한국카카오은행이 2년 만에 고객 1천만명 돌파하고, 자기자본비율 개선에 나선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케이뱅크는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지 못해 자본금이 바닥났다. 지난해 4월11일 ‘직장인K 신용대출’ 대출상품 신규 신청 제한을 시작으로 취급하는 대출상품 6개 중 ‘슬림K 신용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 5개 모두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현재 케이뱅크 웹사이트엔 해당 상품에 ‘일시중단’이 표시되어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1.85%로 국내 은행 중 최저다. 대출 중단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개점 휴업 상태가 오래 이어지다 보니 은행 수신잔액과 여신잔액 모두 최근 두 달 간 감소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케이뱅크가 하루빨리 자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영업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T 특혜’ 논란 탓? 무산된 특례법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 영업 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가로막혀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케이뱅크가 유상증자하려면 KT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야 한다. KT는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에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는데,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반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면, 케이뱅크는 KT를 대주주로 추진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마련해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케이뱅크의 회생 가능성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특례법 개정안이 무산된 것은 여전히 KT 특혜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 및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KT의 특혜’라며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본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반발이 거셌다.

채이배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독과점,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용진 의원 역시 “특례법 개정안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 사업자본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기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공정거래법 삭제하기로 하는 것은 KT라는 불법 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KT라는 특정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고 반대 표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