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선임…“취임 전부터 그만두라는 대표 처음”

KT 주총에서 잡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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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사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2년 만의 KT 내부 출신 대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새어 나왔다. 구현모 대표가 전임 황창규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 대한 우려다. 이날 KT 주총장 안팎에서는 구 대표 선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KT는 3월30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구현모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 3년이다.

| KT는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취임 전부터 그만두라”…씁쓸한 구 대표 취임사

구현모 대표의 선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날 주총 시작 전에는 KT 직원 모임 KT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현모 대표가 전임 황창규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주총장에서는 “불법 경영도 세습하나”,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 대표가 될 수 없도록 정관 개정을 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새어 나왔다.

이에 대해 구현모 대표는 “취임하기도 전부터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는 대표는 제가 처음인 것 같다”라며, “지난 3개월 동안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고,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라고 말했다.

| 신임 구현모 대표이사가 주총장에서 취임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이어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KT에는 기회 요인이 많다고 생각하고 AI, 빅데이터, 5G 등에 기반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KT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년 만의 내부 인사에 대한 기대감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구성한 총 37명의 사내∙외 회장후보자군을 심사하고 9명을 후보 대상자로 선정해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심층 면접을 거쳤다.

2009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도입된 회장 직급은 구현모 대표 임기부터 사라진다. KT는 기존 ‘회장’ 중심의 1인 체제를 뛰어넘어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한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회장 직급을 없애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꾸고, 앞으로 지배구조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과 복수 사장 체제를 갖춘다.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은 박윤영 사장이 맡는다.

KT는 대표 선임과 관련해 민영화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 구현모 대표는 12년 만의 KT 내부 출신 인사다. 1987년 KT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내부 출신으로 KT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우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력 확대 및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 대표이사 선임, 제38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등 총 8개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