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삼성-LG, 코로나19 충격 속 서로 다른 스마트폰 출구전략

2020.05.06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는 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그렇다. 한쪽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고, 다른 한쪽은 2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인 만큼 동일선상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만, 적어도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사업 목표와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양사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 각자의 위치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

점유율, 수익성 두 마리 토끼 노리는 삼성

삼성전자는 불안한 1위를 유지 중이다. 9년째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위 화웨이와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9.2%로 15.6%의 점유율을 차지한 2위 화웨이에 바짝 쫓기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현지 업체에 밀려 1% 내외 점유율 기록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중국 시장 내에서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높은 인도에서도 중국 업체들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6%로 샤오미(30%), 비보(17%)의 뒤를 잇는다.

|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처음 공개된 ‘갤럭시A51’, ‘갤럭시A71’

이에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갤럭시A’ 등 중저가 라인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갤럭시A 시리즈에 플래그십에 들어갈 신기능을 먼저 선보이는 등 중저가폰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또 올해 1월 ‘갤럭시S10 라이트’와 ‘갤럭시노트10 라이트’를 공개한 바 있다. 가트너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중급·보급형 스마트폰을 성공적으로 개선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축소되면서 플래그십 제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점유율과 판매량에 초점을 맞춘 중저가 제품보다 수익률이 높은 플래그십 제품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버팀목이 돼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줄었지만 프리미엄, 5G 모델 판매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부문 1분기 매출은 26조원, 영업이익 2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800억원 늘었다.

| 삼성전자의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특히, 160만원대인 ‘갤럭시S20 울트라’, ‘갤럭시Z 플립’ 등 초고가 제품이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갤럭시S20 울트라’, ‘갤럭시Z 플립’ 등 플래그십 수익을 통해 제품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양호한 수준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플래그십과 중저가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춰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할 계획이다. 폴더블과 갤럭시노트 신제품, 중저가 5G폰을 확대해 스마트폰 전라인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사업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플래그십 제품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보전하고, 경쟁력 있는 중저가 라인업을 통해 판매량 감소를 최소화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적자 탈출이 최우선 과제인 LG전자

반면, LG전자의 최우선 과제는 적자 탈출이다. 적자 폭을 줄이고,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통합 이전하고, 플랫폼화 및 모듈화 전략, 원가절감 등 지속해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 스마트폰 담당 MC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액 9986억원, 영업손실 23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4.4%, 전년 동기 대비 33.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는 944억원 늘며 적자폭을 줄였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43억원 더 적자가 늘었다. 전세계 시장점유율 2%대에 불과한 LG전자는 플래그십 라인업에서 무리한 경쟁보다는 당장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LG전자가 올해 꺼내든 카드는 ‘매스 프리미엄’이다. 해외 시장에는 1천달러 이상의 고가의 프리미엄을 내놓고, 국내 시장에는 그 아래 가격대의 매스 프리미엄 제품으로 대응하는 플래그십 이원화 전략이다. 해외에는 올해 5G 시장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시장에서 고가의 가격을 수용할 여력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다. 단일 플래그십으로 경쟁사를 무리하게 쫓는 대신 지역 특성에 맞춰 제품을 내겠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북미 시장에 공개한 ‘V60 씽큐’를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는 이유다.

| 국내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는 ‘V60 씽큐’

LG전자는 지난 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전략에 대해 “1천달러 이상 고가 가격대에선 혁신, 다양성을 추구하는 고객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의 인식전환하는 방향의 제품을 준비 중이며, 599~999달러 제품의 경우 디자인과 스펙에서 경쟁력을 갖춘 매스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확대되는 5G 수요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라인업을 정리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스 프리미엄 전략의 첨병은 ‘LG 벨벳’이다. 벨벳은 ‘G’와 ‘V’ 딱지를 뗀 LG전자의 첫 스마트폰 브랜드로, 최고가 사양 대신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이다. ‘물방울 카메라’, ‘대칭형 타원’ 등이 특징이다. 6.8인치 대화면과 5G 통합 칩셋 ‘스냅드래곤 765’, 삼성전자의 4800만 화소 이미지센서가 탑재됐다.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 LG전자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

LG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벨벳은 합리적 기능에 디자인 강화한 제품이며, 무리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3D 아크 디자인, 6.8인치 대화면 시네마 풀 비전 등 소비자 관점에서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전작 대비 원가가 개선됐고 한국, 북미, 일본 등 5G 선진 시장에 출시 예정이며 매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LG전자는 전세계 5G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벨벳을 필두로 5G 시장 확대에 맞춰 보급형 라인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5G 스마트폰 비중을 지난해 13%에서 올해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 폴더블폰에 듀얼 스크린으로 대응 중인 LG전자. 사진은 ‘V50 씽큐’

한편, 올해도 폴더블폰 출시 계획은 없다.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듀얼 스크린으로 폴더블폰에 대응할 계획이다. 벨벳에도 탈부착형 듀얼 스크린 액세서리가 적용된다.

LG전자는 올 초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폴더블폰은 기술적 검증이 완료된 상태지만 품질 이슈가 해소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시점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2021년 차별화된 핵심 제품을 출시해 시장 지위를 회복하고 선순환 사업구조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