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 기업들, ‘이자’로 고객 돈을 유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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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에 뛰어든 IT기업, 일명 테크핀(Tech-Fin) 기업들이 ‘이자’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단 한 번 고객 돈이 모이면 잘 빠져나가지 않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테크핀 회사들은 고객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은 목돈을 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손잡고 지난 6월 선보인 네이버통장미래에셋대우CMA, 일명 네이버통장이 대표적이다. 통장에 예치한 돈 100만원까지는 세전 연리 3%를, 이후 1000만원까지는 1%(초과 시 0.35%)를 준다. 지난 6월 15일 기준 은행들의 코픽스 금리가 1.06%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매력적 조건이다.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만든 네이버통장은 연리 3%에 네이버페이 결제시 포인트 적립과 시너지를 낸 게 특징이다./사진=네이버 홈페이지 캡쳐.

네이버통장의 장점은 네이버 플랫폼과의 ‘시너지’다. 네이버통장으로 충전한 포인트로 네이버페이 결제를 하면 결제액의 3%가 추가 적립된다. 여기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의 경우 추가 포인트(최대 4%)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통장 이자와 적립되는 포인트가 극대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카카오페이도 CMA를 통해 적지 않게 재미를 봤다.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계좌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200만원 한도 5월 31일까지 연환산 5% 수익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출시 4달만에 계좌가 무려 140만좌나 개설됐다.

카카오페이는 투자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동전 모으기’ 서비스로 투자자 돈을 묶고 있다./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이후 결제서비스와 연동한 ‘동전 모으기’와 ‘알 모으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두 서비스 모두 잔돈을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로, 도입 후 펀드 투자 계좌가 20만좌 넘게 개설됐고 하루 평균 5만건 이상의 펀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증권 계좌에 유입된 돈이 자연스럽게 플랫폼 내에서 결제와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제로금리’ 시대, 갈 길 잃은 돈이 테크핀으로 몰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예치와 투자를 동시에 원하는 금융소비자를 노린 ‘파킹 통장’을 선보이는 곳들도 늘고 있다. 잠깐 주차하듯 금융사에 짧게 돈을 맡긴다는 의미의 파킹(Parking) 통장은 일할로 이자가 들어오는 CMA에 비해 이자 지급 기간이 한 달로 길지만 수익률이 더 높다는 강점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최근 선보인 ‘플러스박스’는 하루만 보관해도 이자가 쌓이는 게 특징이다. 금리는 연 환산 0.7%로 높진 않지만 설정 한도가 최대 1억원으로 높아 목돈을 묶는 효과가 기대된다.

핀테크 기업 핀크는 산업은행, SK텔레콤과 함께 최근 입출금 통장에 연 2% 금리를 주는 ‘T 이득통장’을 출시했다. SKT 통신사 가입자가 KDB산업은행의 마케팅 이용을 동의할 경우 200만원 한도로 2.0%의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SKT를 쓰는 고객이 가입할 법하다.

P2P업체 8퍼센트는 수익률 3~4%를 목표로 하는 파킹 통장 형태의 ‘예치금 금고’ 상품을 출시했다./사진=8퍼센트

P2P금융사 8퍼센트도 파킹통장 형태의 ‘예치금 금고’ 상품을 선보였다. 200만원 한도로 수익률이 세후, 수수료 제외 3~4%로 높은 축에 속한다. 투자상품 수익률은 6~24%로 비교적 위험이 따르는 P2P상품에 투자한다. 하지만 2015년부터 5년간 원리금수취권 양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는 게 8퍼센트 측 설명이다.

이처럼 CMA나 파킹통장이 늘어나는 건 ‘제로금리’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를 낮게 주면서도 오랫동안 돈이 묶이는 예·적금을 선호하지 않는 추세가 늘어났고, 이에 테크핀 기업들이 높은 이자를 내걸고 고객들을 모으는 것이다.

테크핀 기업 관계자는 “테크핀 기업 성장의 핵심 요인이 고객 확보인 만큼 마케팅 비용을 적지 않게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 CMA나 파킹 통장을 통해 ‘이자’를 주는 트랜드와 맞물려 이 같은 홍보 방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