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요즘 애들’과 소통 안간힘… ‘라떼’ 오명 씻을까

통신 3사, “#밀레니얼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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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자.”
“밀레니얼 기업 문화 전담팀 만든다.”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을 멘토로 삼자.”

이동통신 3사가 사내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2030 세대가 미래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편으로는 통신사에 씌워진 ‘꼰대’, ‘라떼(나 때는 말이야)’ 이미지를 벗고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인재 유치 경쟁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 밀레니얼 세대 소통 창구 마련

5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최근 사내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박정호 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현재 서비스위원회 산하 ‘주니어 보드’를 신설하고 전사 차원에서 구성원을 모집 중이다.

KT는 밀레니얼 기업 문화 전담팀을 만들었다. 해당 팀은 평균 연령 만 29세 직원 5명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인사 체계에서는 과장급에 해당하는 30대 직원이 부장급 팀장 직책을 맡았다. 2030세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건전하고 유연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KT는 2001년부터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사내 소통을 위해 청년 이사회 프로그램 ‘블루보드’를 운영해왔다.

LG유플러스의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LG유플러스는 90년대생 신입사원을 멘토로 삼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비롯해 전략, 서비스개발, 기업, 네트워크 등 전사 각 부문 임원 10명이 멘티로 참여해 평균 연령 27세로 구성된 20명의 신입사원들을 멘토로 삼아 격 없이 대화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LG유플러스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이 회사 경영진과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과 MZ세대 고객 인사이트 발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늘어나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 깊어지는 갈등

이처럼 통신사들이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표면적 배경은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잘 이해하는 같은 세대 2030 직원들의 의견이 서비스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니어보드의 취지는 주요 고객층 중 20~30대가 많은데 서비스 출시 전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지 젊은 직원들의 의사 결정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경영진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데 해당 세대를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해 그런 고객을 잘 아는 같은 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통 강조의 이면에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과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사내 2030 세대의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기성세대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KT 사례는 세대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 6월 구현모 KT 대표는 2030 세대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통통미팅’ 간담회를 열었지만, 오히려 불통 이미지가 부각됐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구현모 대표는 경쟁사에 비해 월급이 적다고 하소연하는 직원에게 “나도 통신 3사 중 CEO 중에서 가장 적다”라며 “월급 비교는 취직 못한 백수와 해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이 떠날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불만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 발언이 논란이 되자 KT에서 밀레니얼 기업 문화 강조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 실효성은 뚜렷하지 않아”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도 이통 3사가 밀레니얼 문화 강조에 나선 배경 중 하나다. 현재 취업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업은 카카오, 네이버 등 IT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이다. 지난 6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카카오가 1위에 올랐으며,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그 뒤를 이었다. 대학생들은 카카오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로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28.1%),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풍토’(13.7%) 등을 꼽았다. 통신 3사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도 IT 기업이고, 5G나 기술 관련 회사인데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혁신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라며 “기존 통신사의 영업 방식과 리더십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모멘텀을 찾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 주도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시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같은 시도들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나 영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냈나 했을 때 그렇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 “각사 CEO들이 이 구역의 혁신 이미지는 내가 가져가야 한다는 의중을 가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에 재직 중인 90년대생 직원은 “레거시적으로 상품, 서비스를 출시·운영했을 때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회사와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공감대를 갖고 있고, 젊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있다”라면서도 “CEO와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의견을 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주니어 직원들 대부분이 부담스러워했고, 보여주기식이 될까 걱정된다는 반응이다”라고 전했다.